“1.5도 상승 확실...피해 줄일 대책 당장 나와야”
상승 폭 좁아졌지만 1.5도 저지선은 무너져
국내 참여 저자들 "위험 세분화해 대응방안 구체화될 것"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 여파로 기후재난의 규모가 커지고 빈도도 잦아지는 만큼, 실효성 높은 대응 방안을 마련하려는 국제적 논의가 활발해지는 추세다. 국내 기후 시나리오와 관련 정책도 이런 흐름에 맞춰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대 초반 1.5도, 2050년 2도 넘어선다
1일 국제 기후모델링 협의체 '시나리오MIP'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7차 평가보고서(AR7)에 쓰일 새 배출량 데이터를 공개했다. 영국 기후전문매체 카본브리프는 이 데이터를 자체 기후모델에 넣어 분석한 결과, 2100년 기온상승 범위가 1.6~3.3도로 10년 전 만들어진 이전 세대 시나리오(1.5~4.7도)보다 크게 좁아졌다고 밝혔다.
IPCC는 5~7년 주기로 평가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전 세계 과학자 수백명이 모여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와 영향, 대응 방안을 종합한다. 기후변화 보고서로는 가장 높은 권위를 가진다. 이 보고서를 쓰려면 먼저 미래를 가늠할 잣대가 있어야 한다. 그 잣대가 바로 '기후 시나리오'다.
기후 시나리오는 인류가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할지 여러 가정을 세우고, 그 가정대로 흘러갔을 때 지구가 얼마나 뜨거워지는지 계산한다. 배출 상황과 예측기술 발전 등을 반영해 새로운 평가보고서를 만들 때마다 최신화한다.

IPCC 7차보고서 제1실무그룹(기후변화 과학)의 '미래 시나리오' 챕터 책임 주저자를 맡고 있는 이준이 부산대 교수는 2일 <뉴스펭귄>에 "이미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4도 가량 올라있고, 2030년 전에 1.5도를 넘어서는 건 사실상 가시화된 상황"이라며 "이는 6차 평가보고서 때부터 예상됐던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나리오의 상한선, 즉 가장 비관적인 미래를 그린 '고배출' 시나리오는 오히려 낮아졌다. 2100년 기준으로 이전 세대 최악의 시나리오는 4.6~4.9도인 반면, 이번엔 3.3도 수준이다. 태양광과 배터리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석탄 사용이 정체되면서, 과거 가정했던 수준으로 화석연료를 무한정 쓰는 미래 자체가 더는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분석한 기후과학자 지크 하우스파더는 카본브리프를 통해 "이는 인류가 잘하고 있다는 신호라기보다, 예전 최악의 시나리오가 애초에 지나치게 비관적인 가정이었다는 점이 뒤늦게 바로잡힌 것에 가깝다"고 말했다.
코앞에 닥친 극한현상…리스크도 네 갈래로 나눠 대응
세기 말의 기온상승 폭이 좁아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해도 낙관하기는 어렵다. 기후위기가 이미 현실에 닥친 위협이어서다. 이준이 교수는 "6차 보고서까지는 대기, 해양, 빙하 같은 기후 요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과정'을 평가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7차에서는 이미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온난화(가열화)에 어떻게 적응하고 대응할지, 실제로 당장 쓸 수 있는 정보를 만드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고 말했다. 재난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만큼 보고서도 원인 분석보다는 긴급한 대응 지침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특히 최근 들어 예상치 못한 규모의 극한현상이 잦아지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폭염과 가뭄, 산불이 한꺼번에 발생하거나, 폭염 뒤에 곧바로 집중호우가 이어지는 식이다. 가열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원래 있던 자연적인 기후 변동성까지 겹치면서 이런 복합적인 현상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지역적이고 돌발적인, 한번 넘어서면 되돌리기 힘든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7차 보고서에서 6차보다 더 강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흐름도 IPCC 7차보고서에 반영되고 있다. 보고서 제2실무그룹(영향·적응 및 취약성)의 '기후변화 리스크·유해성' 챕터 책임 주저자를 맡고 있는 정태성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기후영향분석팀장은 2일 <뉴스펭귄>에 "그동안 기후변화 리스크를 하나의 뭉뚱그려진 개념으로 다뤄왔다면, 이번에는 여러 갈래로 나눠 세분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리스크는 성격에 따라 4개로 나뉜다. 재해와 위험이 동시에 겹쳐 발생하는 '복합 리스크', 하나의 위험이 다음 위험을 연쇄적으로 불러오는 '연쇄 리스크', 어느 임계점을 넘는 순간 갑자기 위험해지는 '티핑 리스크', 감염병처럼 국경이나 지역 경계를 넘어 번지는 '트랜스바운더리 리스크'다.

국내 시나리오·정책에도 반영된다
이런 논의는 국내 정책으로도 이어질 예정이다. 현재 기상청은 여러 기관이 만든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심사해 하나로 통합한 '국가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를 만들어 정책의 기준으로 쓴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나리오는 농업, 방재, 보건, 산림, 수자원 등 여러 분야에서 기후변화 영향과 취약성을 평가하는 데 실제로 쓰인다. 지금 쓰이는 국내 표준 시나리오는 CMIP6 세대(SSP)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번에 나온 CMIP7이 이후 몇 년에 걸쳐 이를 대체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이 교수는 "7차 보고서에서는 어느 때보다 지역 단위 기후변화 평가가 강화되고 있다"며 "이는 국내 적응 정책에 실질적으로 쓰일 수 있는 정보를 만드는 작업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특히 "제3실무그룹(기후변화 완화)에서는 전 지구적 시나리오뿐 아니라 국가별·부문별(에너지, 교통 등) 시나리오 평가가 강화돼, 6차 때보다 실제 정책 수립에 쓸 수 있는 정보가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태성 팀장도 이런 변화로 국내 적응정책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그동안은 기후변화 리스크가 포괄적인 개념이다 보니 적응정책도 두루뭉술하게 짜이는 한계가 있었다"며 "리스크가 복합·연쇄·티핑·트랜스바운더리 등으로 세분화되면, 특정 대응을 했을 때 리스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줄어드는지 연결지어 설명할 수 있게 돼 정책도 더 촘촘해지고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위험이 커지니 대응해야 한다'는 식의 뭉뚱그린 진단만 가능했다면, 앞으로는 '이 지역에 이런 유형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으니 이런 대응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처방까지 구체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낙관적 시나리오 가능하려면 기술발전 시급
다만 카본브리프는 "이번 시나리오에서 가열화 폭을 억제하는 모든 경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다시 빨아들이는 대규모 탄소 제거 기술에 크게 기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감축하는 시나리오는 2150년까지 이산화탄소 2360억톤 이상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는 지금 전 세계 배출량의 60년치 규모다.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직접공기포집(DAC) 같은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배출 시나리오가 가능할지 역시 불확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