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가상자산 과세 초읽기…"일괄 아닌 거래별 재설계 필요"

이해선 기자 2026. 9. 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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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현행 '기타소득 일괄 과세' 체계를 거래 유형별 경제적 실질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매매뿐 아니라 채굴·스테이킹·랜딩·유동성 공급 등 거래 방식이 다양해진 만큼 이를 모두 하나의 소득으로 분류하는 현행 체계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2027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된다.

해외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를 매매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으로 과세되지만 동일한 가상자산을 직접 매매하면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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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다양화에도 '기타소득' 일괄 과세…소득 분류·형평성 한계 지적
매매·랜딩·스테이킹 경제적 실질 달라…통합 신고·손실 이월공제 제안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선 박종수 한국조세법학회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현행 '기타소득 일괄 과세' 체계를 거래 유형별 경제적 실질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출처=이해선 기자]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현행 '기타소득 일괄 과세' 체계를 거래 유형별 경제적 실질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매매뿐 아니라 채굴·스테이킹·랜딩·유동성 공급 등 거래 방식이 다양해진 만큼 이를 모두 하나의 소득으로 분류하는 현행 체계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선 박종수 한국조세법학회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현행 법 체계대로 시행될 때 특별한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과세체계의 정합성 문제를 꺼냈다. 이어 거래 유형별 소득 분류와 다른 금융투자상품과의 과세 형평성, 실제 과세를 뒷받침할 인프라를 차례로 짚었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2027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된다. 연간 소득에서 250만원을 공제한 뒤 20% 세율을 적용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실효세율은 22%다.

박 교수는 "가상자산 논의 초기에는 잘 몰랐지만 오늘날에는 매매, 채굴, 스테이킹, 랜딩, 유동성 공급 등 거래 행위들이 굉장히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또한 현행법이 가상자산 관련 행위를 '양도와 대여'로만 특정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며 "이 두 가지 카테고리만 갖고는 도저히 포섭할 수 없는 행위 유형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매매와 교환은 양도로 분류하기 비교적 쉽지만 나머지는 사정이 다르다고 밝혔다. 사업적으로 이뤄지는 채굴은 사업소득으로 볼 여지가 있고 랜딩이나 예치는 경제적 실질이 이자와 비슷하다. 스테이킹과 유동성 공급은 복합 거래인 만큼 구성 요소를 나눠 각각의 소득 성격을 따질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박 교수는 "이걸 하나를 퉁쳐서 하나로 기타소득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세부적인 행위 요소를 구분해 그에 맞는 소득 구분을 매칭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랜딩·예치에 대해서는 "그냥 대여라고 보고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게 맞는지, 경제적 실질이 이자와 비슷하면 이자소득처럼 다뤄야 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이해선 기자]

◆같은 자산인데 ETF는 양도소득·직접투자는 기타소득

다른 투자자산과의 과세 형평성도 이날 발제의 주요 화두였다. 해외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를 매매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으로 과세되지만 동일한 가상자산을 직접 매매하면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같은 기초자산인데도 투자 경로에 따라 소득 분류가 달라지는 셈이다.

박 교수는 이 대목에서 "동일한 기초자산인데 투자 경로를 달리한다고 해서 소득 분류가 불일치하는 것이 과연 정당하고 합리적인가"라고 반문했다. 국내 상장주식 소액주주의 양도차익은 원칙적으로 비과세인 반면 가상자산은 연간 소득 250만원 초과분부터 과세되는 점도 형평성 문제로 거론됐다.

실제 과세 단계에서 납세자가 떠안을 부담도 쟁점이다. 취득가액 계산 방식이 거주자별 총평균법으로 통일되면서 투자자가 국내외 거래소와 개인 지갑의 거래 내역을 모두 모아 합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각 국내외 거래소와 각 개인 지갑의 모든 취득 내용을 다 찾아서 합산해야 한다. 이게 과연 개별 납세자들이 할 수 있을까"라며 현행 신고 방식의 현실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 디파이까지 이용할 경우 수량과 원화 환산가액, 수수료, 지갑 간 이전 내역 등을 직접 확보해야 하는 부담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발제 말미에는 대안으로 가칭 '가상자산 투자소득세'가 등장했다. 매매·교환은 양도소득, 랜딩·예치는 이자소득, 수익분배형 거래는 배당소득, 사업적 채굴은 사업소득, 일시적 보상은 기타소득으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스테이킹과 유동성 공급 같은 복합 거래는 구성 요소별 경제적 실질에 따라 나눠 과세하는 구상이다.

지급 주체를 특정할 수 있는 거래에는 원천징수를 적용하고 해외주식 과세처럼 사업자의 거래자료 제출과 국세청의 사후 검증을 결합한 통합 신고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손실 이월공제와 취득가액 평가 등 세부 산정 기준 역시 함께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박 교수는 "거래 방식에 따른 세제상의 유불리는 가급적 최소화하는 게 맞다"며 "특정 블록체인이나 프로토콜, 토큰의 명칭이 아닌 거래의 법적·경제적 기능을 중심으로 과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정비 없이 2027년에 양도 또는 대여를 통한 일원화된 기타소득 과세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소득 분류와 과세 절차 전반에 관한 입법적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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