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비과세, 코인은 22%”…2027년 가상자산 과세 논란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6. 9. 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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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 소득세를 놓고 현행 세법 규정 공백과 미흡한 집행 인프라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국회와 학계에서 나왔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하고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와 한국조세법학회가 공동 주관한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정부의 현행 가상자산 과세안이 조세 정합성과 실무 집행 가능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가상자산 소득과세는 지난 2020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으로 근거가 마련된 뒤 과세 인프라 미비, 이용자 보호체계 부재 등을 이유로 세 차례 시행이 유예됐다.

김 조사관은 최근 미국의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 제도권 편입 등으로 국제적 환경이 크게 달라진 만큼 "전체 금융 및 투자소득 과세체계라는 큰 틀 안에서 가상자산 과세가 전면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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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국회 토론회서도 과세 허점 성토
“가상자산 투자소득세 전면 재설계해야”
실질 반영한 ‘가상자산투자세’ 도입 촉구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열린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 주요 참석자들이 단체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안갑성 기자]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 소득세를 놓고 현행 세법 규정 공백과 미흡한 집행 인프라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국회와 학계에서 나왔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하고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와 한국조세법학회가 공동 주관한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정부의 현행 가상자산 과세안이 조세 정합성과 실무 집행 가능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가상자산 소득과세는 지난 2020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으로 근거가 마련된 뒤 과세 인프라 미비, 이용자 보호체계 부재 등을 이유로 세 차례 시행이 유예됐다. 당초 2022년 시행이 목표였지만 2023년, 2025년을 거쳐 현재 2027년 1월 1일로 미뤄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과세가 세 차례 유예를 거치는 동안 시행 시기만 조정됐을 뿐 양도소득과 대여소득이라는 성격이 다른 소득을 하나의 기타소득으로 묶는 기본 구조는 그대로 유지돼 왔다는 점을 문제로 보고 있다.

문진석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여러 차례 유예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현장에서 지적받아 온 인프라나 과세체계 부분에서 현격한 개선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과세의 공정성을 확보하면서도 국내 가상자산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진흥과 규제의 균형을 잡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오세진 DAXA 의장도 “투자자들에게 폭넓게 공감받고 지속가능한 과세 체계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양도·대여, 두 개념 밖 소득 포착·계산이 본질”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열린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박종수 한국조세법학회장(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현행 가상자산 과세체계 재설계 필요성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안갑성 기자]
발제를 맡은 박종수 한국조세법학회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단순히 과세할 것인가의 정책적 찬반을 넘어 현행법으로 제대로 과세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규범적 검증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박 교수는 “가상자산을 하나의 동질적 자산으로 보지 않고 매매·채굴·스테이킹·렌딩·유동성공급이라는 ‘거래기능’ 단위로 나눠 각각의 소득 발생원인과 과세요건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소득세법 제21조는 가상자산의 ‘양도 또는 대여’로 발생한 소득만 규정하지만, 실제 시장에는 이 두 범주로 설명되지 않는 거래기능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채굴·스테이킹은 ‘양도·대여’ 어디에도 명시 규정이 없고, 렌딩·예치·유동성공급은 ‘대여’ 해당 여부부터 불분명하다”며, “에어드랍·하드포크는 과세시점·소득구분 기준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자소득·배당소득·양도소득 체계와 비교했을 때도 정합성이 무너진다고 짚었다. 렌딩·예치 보상은 ‘금전’ 사용대가가 아니라는 문언상 한계로 이자소득 편입이 불가능하고, 스테이킹·유동성공급은 ‘인적 조직’으로부터의 분배를 전제하는 배당소득 논리가 탈중앙화 프로토콜 보상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매매·교환 차익은 성격상 양도소득과 가장 유사하지만 정작 소득세법상 양도소득 열거자산에 포함되지 않아 형식상 기타소득으로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를 국내 투자자가 매매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20%, 이월공제 불허, 250만원 공제)으로 과세되는데, 동일한 기초자산을 직접 매매하면 시행 후 기타소득(22%, 가상자산 간에만 통산)으로 과세돼 투자경로에 따른 소득구분 불일치가 이미 현실화돼 있다는 점도 쟁점으로 제시됐다.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열린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에서 박종수 한국조세법학회장(고려대 교수)이 ‘가상자산투자소득세 도입 방향(가칭)’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안갑성 기자]
더욱 심각한 것은 기존 금융투자상품과의 심각한 과세 형평성 왜곡 문제다.

박 교수는 “국내 상장주식 소액투자자의 장내 양도차익은 원칙적으로 비과세되는 반면 가상자산 보유자 약 1077만명 중 71%를 차지하는 50만원 미만 소액 보유자(2025년 상반기 기준)도 250만원 초과분에는 예외 없이 과세된다”며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나아가 미국, 영국, 일본(분리과세·3년 이월공제 허용)과 달리 한국은 당해 연도 초과 손실에 대한 이월공제를 전혀 인정하지 않아 납세자의 실질 담세력을 왜곡하고 있는 문제도 거론됐다.

박 교수는 취득가액 산정 역시 “거주자별 총평균법으로 일원화되면서 납세자가 국내외 거래소와 개인 지갑, 디파이 거래내역 일체를 직접 취합해 원화 환산가액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비현실적인 납세협력비용을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새로운 소득종류를 만드는 대신 거래유형별 경제적 실질에 따라 기존 이자·배당·사업·양도·기타소득에 배분하고 계산·신고·자료제출 절차만 통합하는 ‘가상자산투자소득세(가칭)’ 도입을 제안했다.

◆ “기타소득 분류, 무형자산 회계 잔여범주 답습한 결과”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열린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김병일 강남대학교 초빙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안갑성 기자]
김병일 강남대 초빙교수가 좌장을 맡아 이어진 종합 토론에서도 세법 개정의 구체적 기술과 집행 한계에 대한 학계 전문가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구성권 명지전문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가상자산을 하나의 동질적 자산으로 취급하지 않고 매매에 따른 처분손익과 채굴 및 스테이킹 같은 보상소득을 명확히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교수는 “보상으로 수령한 가상자산을 시가로 인식해 과세했다면 향후 처분 단계에서 이를 취득가액으로 온전히 인정해 중복과세를 막아야 한다”며 “제한적인 손실이월공제의 허용과 더불어 복수 거래소 거래를 뒷받침할 자동 계산 및 표준 자료 협력 체계가 필수적으로 결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주요국이 거래의 명칭이 아니라 경제적 기능에 따라 처분손익과 보상소득을 구분한다는 공통점을 짚으며 “각국 분류방식이 해당국의 자본이득 과세·손실공제 제도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에 대한 후속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서 김갑순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장)는 가상자산이 세법상 기타소득으로 일괄 묶이게 된 태생적 배경부터 비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지난 2020년 가상자산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했을 당시 내세운 근거가 “조세법 고유의 담세력 판단이 아니라 2019년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IFRIC)가 소거법에 의해 무형자산으로 잠정 규정했던 결정을 기계적으로 차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가상자산이 무형자산 요건을 적극 충족해서가 아니라 현금·재고자산·금융상품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아 남은 소거법적 결론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계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매매되며 자본이득 성격을 지닌 가상자산을 상표권과 같은 전통적 무형자산에 억지로 끼워 맞춘 것이 구조적 결함의 시발점”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세무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정비된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지침을 세법에 적극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지침의 ‘경제적 통제권’ 기준을 대여 판정기준으로 삼고 활성시장 판단기준을 세법상 시가 기준으로 준용하는 등 이미 정비된 가상자산 회계처리를 세법 개정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일 열린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김갑순 동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오른쪽)와 김태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왼쪽)이 각각 발언하고 있다. [사진=안갑성 기자]
행정 실무와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의 우려도 강도 높게 제기됐다.

김경하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과세 구분을 지나치게 세분화할 경우 과세행정의 비효율성이 발생할 것”이라며 “실무적으로 소득을 자본이득형, 자산운용수익형, 사업 및 용역제공형, 일시적 보상형 등 4가지로 단순 유형화하는 방안이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 교수는 “수년에 걸친 복잡한 이동 경로의 최초 취득가액 입증 책임을 오롯이 납세자 개인에게 전가하는 현행 방식은 부당하다”며 “다자간 권한당국간 협정(CARF)에 미국과 인도가 포함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만 과세 부담이 쏠리는 정보비대칭과 규제 차익 문제가 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손실 이월공제 부재에 대해서도 “단순한 세제 혜택 문제가 아니라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의 담세력을 여러 과세기간에 걸쳐 적정하게 측정하는 문제”라며 “국내외 거래소·개인지갑 간 정보비대칭으로 국내 이용자에게 과세부담이 집중되고 해외·탈중앙화 거래로의 이동 유인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태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현행 가상자산 과세 체계에 대해 “2020년 법 제정 당시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했던 이면에는 이를 복권이나 일시적 상금과 같은 불로소득 투기물로 치부하던 낡은 부정적 시각이 깔려 있었다”고 분석했다.

김 조사관은 최근 미국의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 제도권 편입 등으로 국제적 환경이 크게 달라진 만큼 “전체 금융 및 투자소득 과세체계라는 큰 틀 안에서 가상자산 과세가 전면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정부는 2027년 가상자산소득 과세 시행을 예정대로 강행한다는 방침을 거듭 재확인한 상태다.

지난 8월 당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단 디지털자산 과세를 내년 시행하고, 필요하면 보완하겠다”고 밝혔고, 재정경제부는 지난 1일 발표한 2026년 세법개정안 정부안에서도 추가 유예 내용을 담지 않았다.

이에 야당인 국민의힘은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된 상황에서 가상자산에만 과세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과세 근거 규정 자체를 삭제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관련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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