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조짜리 사업인데 엎어졌다”...우리 동네엔 절대 안 된다는 ‘이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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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추진되던 1000억달러(약 140조원) 규모의 미국 초대형 데이터센터 사업이 주민들의 5년에 걸친 반대 운동 끝에 좌초됐다. 법원이 행정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사업 승인에 제동을 걸자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과 브룩필드가 지원하는 개발사들이 추가 법적 대응 대신 잇달아 사업에서 철수한 것이다.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버지니아 사례가 대형 개발 사업을 막아내는 주민 운동의 '교본'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민 반대로 올해 1분기에만 미국에서 최소 75개 데이터센터 사업이 차질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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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소송에 美 AI데이터센터 잇단 철수
1분기에만 데이터센터 최소 75곳 차질
![마이크로소프트의 위스콘신 데이터센터 모습 [사진=MS]](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03/mk/20260903103302898appk.png)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주 프린스윌리엄카운티에서 추진된 ‘디지털 게이트웨이’ 데이터센터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뉴욕 센트럴파크의 약 두 배 면적에 최대 37개 건물을 짓는 프로젝트로 총사업비만 1000억달러에 달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필요한 전력은 3.5기가와트(GW)로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시 전체 전력 수요와 맞먹는 규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업 초기에는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기대됐다. 데이터센터가 완공되면 연간 최대 4억달러의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개발업체들은 1600에이커(약 647만㎡)가 넘는 토지를 확보했다. 과거 에이커당 최고 20만달러 수준이던 땅값은 데이터센터 개발 열풍을 타고 최대 5배까지 뛰었다.
그러나 사업 예정지 인근에 남북전쟁 격전지인 머내서스 국립전적지가 있다는 점을 중심으로 주민 반발이 거세졌다. 주민들은 역사 유적 훼손뿐 아니라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비와 고압 송전선 확대, 소음, 주택 가격 하락 등을 우려했다. 지역 주택소유자협회(HOA)와 환경·문화재 보호단체가 연대했고 은퇴자들을 중심으로 정보공개 청구와 정치 캠페인, 소송을 벌였다.
결정적인 변수가 된 것은 작은 행정 절차상의 오류였다. 주민들은 용도 변경 심의를 알리는 신문 공고 가운데 일부가 관련 규정에서 요구한 최소 6일의 간격을 지키지 않고 3일 간격으로 게재됐다는 점을 찾아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디지털 게이트웨이의 용도 변경 절차가 무효라고 판단했고 버지니아 항소법원도 이 결정을 유지했다. 데이터센터 자체의 필요성이나 환경 영향을 문제 삼은 판결이 아니라 공고 절차상의 하자가 사업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법원 판결이 곧바로 사업의 종료를 의미한 것은 아니었다. 개발사들은 추가적인 법적 대응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카운티가 지난 4월 소송에서 빠지면서 개발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법적 대응의 폭이 좁아졌고 사업 정상화까지 다시 수년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결국 브룩필드가 투자한 컴퍼스데이터센터가 4월 800에이커가 넘는 부지의 개발을 먼저 포기했다. 이미 수천만달러를 투입했지만 추가 소송을 벌이면 토지를 팔기로 한 약 100가구가 앞으로 2~3년간 법적·재정적 불확실성에 놓일 수 있다는 이유였다. 크리스 크로스비 컴퍼스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철수 결정은 순전히 재정적인 계산 때문만은 아니었다”며 “사업에 필수적인 지역사회와의 협력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고 밝혔다.
블랙스톤이 소유한 QTS도 버티지 못했다. 컴퍼스가 빠지면서 당초 나눠 부담할 예정이던 전력망 구축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이미 토지 확보와 전력 공급 준비 등에 수천만달러가 들어간 상황이었다. 결국 QTS는 지난 7월 버지니아주 대법원에 더 이상 법적 다툼을 이어가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버지니아에서 시작된 갈등은 이제 미국 전체의 정치 문제로 번지고 있다. 주민 반대로 올해 1분기에만 미국에서 최소 75개 데이터센터 사업이 차질을 빚었다. 뉴욕은 데이터센터 개발에 모라토리엄을 도입했고 텍사스에서도 신규 개발이 사실상 동결되는 조치가 나왔다. 오하이오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도 데이터센터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국인 10명 중 7명이 자신의 거주지 인근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렌 데이비스 전 버지니아주 에너지부 국장은 블룸버그에 “데이터센터 업계는 반대가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반대 측이 여론을 주도하도록 내버려뒀고, 한번 만들어진 인식을 바꾸는 것은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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