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4센트에도 남는 게 없다”…비트코인 채굴장, AI로 눈 돌리는 이유

최현정 기자 2026. 9. 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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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채굴 수익성이 사상 최저권까지 떨어지면서 채굴업계의 생존 전략이 갈리고 있다. 값싼 전력과 최신 장비를 확보한 사업자는 여전히 채굴로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구형 장비를 쓰거나 전력비가 높은 사업자는 같은 전력과 부지를 인공지능(AI)·고성능컴퓨팅(HPC) 데이터센터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대로 저렴한 전력과 고효율 장비를 확보한 기업에는 비트코인 채굴이 여전히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으로 꼽힌다.

비트플래닛은 저비용 전력과 고효율 장비를 확보한 사업자는 낮은 해시프라이스에서도 채굴을 이어갈 수 있는 반면, 전력비가 높거나 효율이 낮은 설비는 AI·HPC 등 다른 용도로 전환할 유인이 커질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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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에키바스투즈에 있는 대형 비트코인 채굴 데이터센터에서 직원이 채굴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전력 단가와 장비 효율에 따라 채굴을 유지하거나 AI·고성능컴퓨팅(HPC)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23년 1월 촬영. 게티이미지코리아
비트코인 채굴 수익성이 사상 최저권까지 떨어지면서 채굴업계의 생존 전략이 갈리고 있다. 값싼 전력과 최신 장비를 확보한 사업자는 여전히 채굴로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구형 장비를 쓰거나 전력비가 높은 사업자는 같은 전력과 부지를 인공지능(AI)·고성능컴퓨팅(HPC) 데이터센터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 경계는 전기료와 장비 성능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비트코인 채굴 수익을 나타내는 ‘해시프라이스’가 30달러 수준일 때 구형 장비는 전기요금이 kWh당 4센트 수준으로 낮아도 사실상 마진을 내기 어렵다. 반면 최신 고효율 장비는 전기료가 10.1센트까지 올라도 전력비 기준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2일 비트플래닛 리서치랩이 발간한 ‘사상 최저 해시프라이스가 바꾼 2026년 채굴 경제성’ 보고서에 따르면 역대 가장 낮은 월평균 해시프라이스 3개 기록이 모두 올해 나왔다. 6월 30.37달러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7월 31.21달러, 3월 31.27달러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월평균 최저치 37.89달러와 비교하면 약 20% 낮다.

해시프라이스는 1PH/s의 연산력이 하루 동안 벌어들이는 예상 채굴 수익이다. 비트코인 가격과 채굴 난이도, 거래 수수료 등에 따라 움직여 채굴업체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쓰인다.

● 같은 비트코인 캐도 누구는 남고 누구는 적자

채굴업 전체가 동시에 적자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같은 해시프라이스에서도 어떤 장비를 쓰고 전기를 얼마에 공급받느냐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진다.

비트플래닛이 해시프라이스 30달러를 기준으로 전력비만 반영해 계산한 결과 효율이 25~38J/TH인 구세대 장비의 손익분기 전력 단가는 kWh당 3.9센트였다. 4센트짜리 저가 전력을 사용해도 전력비를 제외한 현금 마진이 사실상 사라지는 수준이다.

19~25J/TH 장비의 손익분기 전력 단가는 5.6센트, 현재 주력으로 쓰이는 14~19J/TH 장비는 7.4센트였다. 14J/TH 미만 최신 고효율 장비는 10.1센트까지 올라간다. 호스팅 비용과 인건비, 장비 감가상각 등은 포함하지 않은 계산이어서 실제 수익성은 이보다 낮아질 수 있다.

비트플래닛은 동아닷컴의 추가 질의에 “현재 상황은 채굴 산업 전반의 일률적 불황이라기보다 전력 단가와 장비 효율에 따른 채굴기업 간 양극화 구간으로 해석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고 밝혔다.

특히 효율이 낮은 구형 장비를 운용하거나 전력 단가가 kWh당 6~7센트 이상인 기업부터 AI·HPC로 전력과 부지를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저렴한 전력과 고효율 장비를 확보한 기업에는 비트코인 채굴이 여전히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으로 꼽힌다.

실제 글로벌 채굴업체들의 전략도 갈리고 있다. 저비용 전력을 바탕으로 채굴 경쟁력을 유지하는 업체가 있는 반면, 일부 업체는 확보해 놓은 대규모 전력과 데이터센터 부지를 AI 연산용으로 돌리는 사업에 나서고 있다.

● AI·HPC 계약 700억 달러…실제 매출은 아직 미지수

AI·HPC 사업에 대한 기대는 이미 기업가치에 반영되고 있다. 코인셰어스가 올해 1분기까지 집계한 상장 채굴업체들의 AI·HPC 계약 발표액은 누적 700억 달러를 넘어섰다. HPC 계약을 보유한 채굴사의 기업가치 대비 향후 12개월 예상 매출(EV/NTM Sales) 배수는 지난해 4분기 기준 12.3배로 순수 채굴업체의 5.9배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다만 700억 달러를 실제 매출로 봐서는 안 된다. 이 수치는 코인셰어스가 올해 1분기까지 집계한 ‘발표된 누적 계약액’이다. 2025년에 발표된 계약도 포함돼 있다. 실제 가동에 들어가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대부분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전제로 한 계약이어서 발표부터 실제 매출 발생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계약 취소나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 가능성도 있다. 코인셰어스 역시 AI·HPC 계약을 확보한 채굴업체에 대한 시장의 높은 평가가 정당화되려면 실제 계약 이행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AI 데이터센터로 바꾸는 데 드는 돈도 채굴장보다 훨씬 많다. 코인셰어스는 채굴 인프라 구축 비용을 MW당 70만~100만 달러, AI 인프라는 800만~1500만 달러로 추정했다. 전력과 부지를 확보했다고 곧바로 채굴장을 AI 데이터센터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트플래닛은 “AI·HPC 전환이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는 아직 검증 과정에 있다”며 향후 계약 취소나 가동 지연이 누적될 경우 시장의 평가가 재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8월 해시프라이스 20% 반등…회복 판단은 아직

변수는 비트코인 가격이다. 8월 하순 비트코인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해시프라이스도 반등했다.

해시레이트인덱스에 따르면 해시프라이스는 8월 18일 31.80달러에서 22일 38.29달러로 나흘간 20.4% 상승해 5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8월 31일에는 39.36달러까지 올랐다.

하지만 8월 31일 기준 30일 평균 해시프라이스는 34.63달러로 지난해 월평균 하단인 37.89달러를 밑돌았다. 반등이 이어진 기간도 2주 남짓이다. 올해 3월 저점 이후에도 4~5월 채굴 매출이 회복됐다가 6월 다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바 있다.

비트플래닛이 구조적인 수익성 압박을 재검토하는 기준은 월평균 해시프라이스 37.89달러다. 지난해 기록한 월평균 최저치다. 이 수준을 두 달 이상 웃돌면서 채굴 난이도까지 상승해야 단기 반등을 넘어 지난해 수준으로 채굴 수익성이 회복되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8월 31일 기준 포워드 시장이 반영한 향후 6개월 평균 해시프라이스는 37.59달러다. 반등 전인 8월 17일 30.67달러에서 크게 올랐지만, 아직 지난해 하단인 37.89달러에는 조금 못 미친다.

비트플래닛은 저비용 전력과 고효율 장비를 확보한 사업자는 낮은 해시프라이스에서도 채굴을 이어갈 수 있는 반면, 전력비가 높거나 효율이 낮은 설비는 AI·HPC 등 다른 용도로 전환할 유인이 커질 것으로 봤다. AI·HPC 전환 역시 대규모 투자와 차입 부담, 건설·고객 리스크를 안고 있어 실제 수익성 개선 여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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