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더봄] 내 재산인데, 꼭 자식에게 남겨야 할까

김민수 KB스타자문단 유언대용신탁 자문위원 2026. 9. 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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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의 신탁생활]
내 뜻대로 재산 승계
신탁 활용해도 유류분 검토 필요
생전 재산관리와 사후 배분 함께
공익 기부엔 상속세 혜택 가능
내 재산인데, 꼭 자식에게 남겨야 할까. AI 생성 이미지 /챗GPT

자녀들이 모두 해외에 거주하는 70대 A씨가 있었다. 자녀들과 연락은 하고 지냈지만 병원에 갈 때 동행하고 생활의 크고 작은 일을 챙겨준 사람은 가까이 사는 조카였다. 오랜 시간 그렇게 지내다 보니 A씨에게 조카는 단순한 친척 이상의 존재가 됐다.

A씨에게는 또 다른 생각도 있었다. 오랫동안 진료를 받아온 병원과 평소 관심을 두었던 복지단체에도 재산 일부를 남기고 싶었다. 자녀에게 재산을 주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다만 평생 모은 재산을 가족에게만 남기는 것이 당연한지 자신을 가까이에서 챙겨준 사람과 의미 있게 쓰였으면 하는 곳에도 일부를 남길 수는 없는지 궁금했다.

"자녀가 있어도 조카나 다른 곳에 재산을 남길 수 있을까요."

자녀가 아닌 조카에게 재산을 남기려면

상속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자녀와 배우자부터 떠올리게 된다. 별다른 준비 없이 사망하면 재산은 민법이 정한 상속 순위에 따라 나뉜다. 자녀가 있는 A씨의 경우 조카는 자녀보다 앞서 재산을 받을 법정상속인이 아니다.

그렇다고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모든 재산을 반드시 자녀에게만 남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유언·증여·신탁 등을 활용하면 조카처럼 법정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재산을 남길 수도 있고 일부를 공익 목적으로 기부할 수도 있다.

신탁하면 유류분을 피할 수 있을까

다만 자녀의 몫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상속을 준비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유류분이다. 원칙적으로 자녀에게는 자신의 법정상속분의 절반에 해당하는 유류분이 인정된다. 자녀가 해외에 거주하거나 부모 곁을 자주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유류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유언대용신탁을 해두면 유류분을 피할 수 있을까.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신탁재산을 유류분에서 어떻게 볼 것인지를 두고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최근 판결에서는 유언대용신탁을 통한 사후 재산 이전도 그 실질에 따라 유류분 판단에 반영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재산을 신탁했다는 이유만으로 유류분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자녀에게 줄 것인지 조카에게 줄 것인지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에게 남길 재산과 나를 가까이에서 챙겨준 사람에게 남기고 싶은 재산 그리고 사회에 돌려주고 싶은 재산을 함께 생각해보는 일이다.

남은 재산을 의미 있게 만드는 기부신탁

A씨라면 생전에는 자신의 생활과 치료에 필요한 재산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사후에는 남은 재산 가운데 일부를 조카에게 남기고, 일부는 평소 뜻을 두었던 곳에 기부하도록 미리 정해둘 수도 있다.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면 생전의 재산 관리와 함께 사후 재산을 누구에게 어떻게 나눌지도 준비할 수 있다. 실제 맡길 수 있는 재산이나 사후수익자의 범위 등은 금융회사와 계약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미리 확인해야 한다.

기부를 생각한다면 세금과 관련해 알아둘 만한 점도 있다. 신탁을 통해 사후 일정한 요건을 갖춘 공익법인 등에 재산이 출연되도록 하는 경우에는 세법상 요건을 충족하면 해당 재산이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제외될 수 있다. 다만 모든 기부에 같은 혜택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대상 기관과 세법상 요건은 미리 확인해야 한다.

기부가 꼭 사후에만 의미를 갖는 것도 아니다. 일부 의료기관은 일정 기준을 충족한 기부자에게 종합건강검진이나 진료비 감면, 병원 이용 편의 등 별도의 예우를 제공하기도 한다. 혜택의 종류와 기준은 기관마다 다르지만 기부를 생각할 때 함께 참고해볼 만한 사례다.

내 재산의 마지막 쓰임까지 정한다

특히 1인 가구이거나 가까운 가족이 없고 자신의 재산 일부를 의미 있는 곳에 남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런 기부신탁도 살펴볼 만하다. 생전에는 자신에게 필요한 재산을 충분히 사용하면서 오랫동안 이용해 온 의료기관이나 마음을 두었던 곳에 기부 뜻을 남기고 사후에는 남은 재산 일부를 △의료 △연구 △복지 같은 공익 목적에 사용하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상속은 흔히 자녀에게 무엇을 얼마나 남길 것인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살아온 시간이 길어질수록 재산에 담긴 사연도 다양해진다. 멀리 있는 가족이 있고, 가까이에서 나를 챙겨준 사람이 있으며, 오랫동안 도움을 받거나 마음을 보탠 곳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도 혈연만이 재산의 마지막 쓰임을 정하는 답이어야 할까. 그 마지막 쓰임에 그동안 살아오며 맺은 인연과 가치를 담을 수는 없을까. 남는 것은 재산이지만 남기는 것은 마음이다.

여성경제신문 김민수 KB스타자문단 유언대용신탁 자문위원
minsu.kim.tr@kbfg.com

김민수 KB스타자문단 유언대용신탁 자문위원

KB국민은행 신탁부에서 자산승계 신탁 실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KB스타자문단 위원으로 유언대용신탁 자문을 맡고 있다. 금융 및 시니어 관련 매체에서 신탁 칼럼니스트이자 평론가로 활동하며 생활 속 신탁의 활용법을 알리고 있다. 저서로 <신탁, 상속의 기준을 바꾸다>, <우리 가족 신탁 수업>이 있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또는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