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5년 만에 외환보유액 세계 순위 비공개 전환

이강 기자 2026. 9. 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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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별다른 사전 설명 없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세계 순위 공개를 돌연 중단했다.

한은은 2001년 당시 외환보유액 세계 1∼10위 국가와 보유 규모를 처음 수록한 뒤 지난달까지 전월 말 기준 주요국 외환보유액과 우리나라 순위를 함께 공개해왔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하락했지만, 대외건전성 지표는 오히려 개선됐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어 지난 7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전월과 같은 세계 10위를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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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비교로 분석 가치 미미"…사전 설명 없이 삭제 논란
한은 "금값 따라 순위 등락…불리한 정보 숨기려는 목적 아냐"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 2017.12.13 ⓒ 뉴스1 이승배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한국은행이 별다른 사전 설명 없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세계 순위 공개를 돌연 중단했다.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외환보유액 국제 비교에 전 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2001년 이후 25년여 만에 관련 항목을 사실상 비공개로 돌렸다.

3일 한은이 발표한 '2026년 8월 말 외환보유액' 자료에는 그간 말미에 수록됐던 '주요국의 외환보유액' 순위표가 빠졌다.

한은이 월별 자료에서 우리나라의 세계 순위를 별도 항목으로 제시하지 않은 것은 2001년 2월 말 이후 25년 6개월 만이다.

한은은 2001년 당시 외환보유액 세계 1∼10위 국가와 보유 규모를 처음 수록한 뒤 지난달까지 전월 말 기준 주요국 외환보유액과 우리나라 순위를 함께 공개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해당 항목을 전격 삭제하면서 자료 본문이나 별도 설명자료, 브리핑 등을 통해 변경 사실과 배경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

외환보유액은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대외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인식돼 왔다. 한은도 주요국과의 비교 자료를 정례적으로 제공해 국민과 통계 이용자들이 우리나라의 상대적 수준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왔다.

앞으로 순위를 확인하려면 국제통화기금(IMF) 데이터베이스와 각국 중앙은행 통계를 이용자가 직접 찾아 비교해야 한다.

한은은 최근 외환보유액 순위의 변동 폭이 커지자 내부적으로 공개 실익을 재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순위는 지난해 말 세계 10위에서 올해 2월 12위로 내려갔다. 지난 5월 말에는 13위까지 밀렸다가 6월 말 다시 10위로 세 계단 올라섰다.

달러·원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외환당국이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선 점 등이 일시적인 순위 하락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은의 세계 순위 공개 중단은 외환보유액이 급증한 시기에 이뤄졌다.

차후 순위가 하락 국면에서 관련 자료를 비공개 전환하면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8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422억8000만 달러로, 7월 말(4279억5000만 달러)보다 143억3000만 달러 증가했다.

월간 증가 폭으로는 역대 최대다. 종전 기록은 2009년 5월의 142억9000만 달러였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6월부터 석 달 연속 늘었다. 다만 역대 최대였던 2021년 10월(4692억1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269억3000만 달러 적다.

논란이 일자 한은은 이날 별도의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순위표 삭제 배경을 설명했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국제 순위에 대해 "국가별 경제 규모 및 대외포지션의 이질성 등을 전혀 통제하지 않은 단순 비교 통계"라며 외화 유동성 경색 등 잠재적 충격에 대응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해 분석적 가치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하락했지만, 대외건전성 지표는 오히려 개선됐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실제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2008년 말 72.4%에서 올해 6월 말 46.5%로 낮아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순대외채권 규모는 같은 기간 2.5%에서 19.5%로 확대됐고, 총외채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46.6%에서 24.4%로 떨어졌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역시 2008년 말 368bp에서 올해 6월 말 26bp로 낮아졌다. IMF도 지난 7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에 대해 "발생 가능한 광범위한 외부 충격에 대응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특히 올해 들어 금 가격 변동 등으로 국가별 외환보유액 순위가 자주 바뀌면서 대외 부문의 기초여건과 동떨어진 해석이 반복돼 순위표를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비교 대상국의 외환시장 개입 기조나 금을 비롯한 특정 자산 가격에 따라 국내 대외 여건과 관계없이 순위가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순위 하락에 따른 부정적인 보도를 피하기 위해 항목을 없앤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선을 그었다.

한은은 "통계 이용자들이 필요시 IMF 데이터베이스 및 개별 중앙은행 홈페이지 등을 통해 데이터를 입수·가공하여 순위를 직접 산출해 볼 수 있으므로, 외환당국에 불리한 정보를 숨길 목적으로 보도자료 내 외환보유액 순위를 삭제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7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전월과 같은 세계 10위를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thisriv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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