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고 뜨거운 인생 살게요”… “이제 시작, 너만의 드라마 써보렴”[사랑합니다]

2026. 9. 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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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오니까 이상하게 엄마 아빠 생각이 많이 나서 편지를 써봅니다.

어릴 때 나에게 아빠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슈퍼맨 같았고, 엄마는 언제나 내 곁에서 조언해주는 친구 같은 존재였어.

군대에 와서 엄마 아빠에 대해 생각해보니 엄마 아빠도 나와 같은 한 사람일 뿐이더라고.

입대를 몇 해 연기하며 축구선수로서 뭔가 결실을 맺어보고자 고군분투했던 너의 노력과 열정을 엄마와 아빠는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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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합니다 - 군대 간 아들 편지 - 아빠의 답장
지난 5월 강철부대 신병훈련소 수료식에서 가족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날 아들(이승형)은 최우수 훈련병에 선정되어 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들의 편지

군대에 오니까 이상하게 엄마 아빠 생각이 많이 나서 편지를 써봅니다.

어릴 때 나에게 아빠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슈퍼맨 같았고, 엄마는 언제나 내 곁에서 조언해주는 친구 같은 존재였어. 또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늙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아빠는 늘 나를 먹여 살리는 사람인 줄 알았고 엄마는 늘 나를 보살펴주는 사람인 줄 알았어. 늘 그렇게 살아왔기에 그랬나 봐.

군대에 와서 엄마 아빠에 대해 생각해보니 엄마 아빠도 나와 같은 한 사람일 뿐이더라고. 결국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있고, 삶의 정답을 완전히 알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늙어가고, 지금도 시간은 흐르고 있어. 또 사람이기에 시기와 질투도 있고, 미움도 가지고 살겠지. 기대라는 것도 가지고 있겠지만 겉으로는 바라지 않는다고 했겠지. 그리고 서운함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해.

엄마 아빠도 앞으로의 노후가 두려울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힘이 약해지는 것도 느꼈을 거 같아. 엄마 아빠가 나에게 윤이 누나와 동생 윤서에게 쏟아부은 사랑과 희생을 잊지 않고 꼭 보답할게. 내 삶을 바쳐서 살며 그 희생을 잊지 않을게.

군에 간 아들이 보내 온 편지.

비록 지금은 군인이어도 앞으로 꼭 잘 살아서 내 삶의 일부를 떼어 보답할게. 전역하고 열심히 하겠다, 잘하겠다는 말보단 지금부터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현재에 충실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축구라는 챕터 1의 길고 힘들었던 시간, 그만큼 많이 배운 시간. 힘들었던 건 경험과 지혜로, 내가 몰랐던 순간들을 자부심으로 삼고 챕터 2 내 인생을 멋지고 뜨겁게 살아 보겠습니다.

나의 보답을 받을 수 있게 아니 내가 꼭 보답할 수 있게 오래오래 건강해 주십쇼. 사랑합니다. 2026년 5월 22일

아들 승형이가

◇아빠의 답장

아들아!

훈련소에서 네가 썼던 편지를, 100일 휴가 나왔다 복귀하면서 소파에 슬며시 놓고 간 너의 마음 잘 받았다. 입대를 몇 해 연기하며 축구선수로서 뭔가 결실을 맺어보고자 고군분투했던 너의 노력과 열정을 엄마와 아빠는 잘 알고 있다.

운동선수가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선발되지 않는 한 군에 입대한다는 것은 사실상 운동을 그만둔다는 의미로 누구나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네가 군 입대를 스스로 결정했을 때 우리는 시원섭섭한 마음이었다. 기약 없는 희망 고문에서 벗어날 수 있어 시원했고, 역설적이지만 그러한 기대가 한순간에 허무하게 사라져 간 것이 섭섭했다.

지난 13년여 너의 인생 절반 이상은 오직 축구뿐이었다. 할 줄 아는 게, 잘하는 게 축구밖에 없기에 엄마 아빠는 앞으로의 너의 삶에 대한 걱정이 컸다. 학교에서 배웠어야 할 지식과 교양뿐 아니라,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익혔어야 할 교우관계와 사회성 같은 부분에서도 다소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네가 축구를 통해 얻은 강인한 체력과 집중력,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 그리고 함께 힘을 모으는 협동심이야말로 교실 밖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이자 앞으로 살아가면서 오래도록 간직할 너만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한 편의 긴 드라마와 같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아직 서막에 불과하다.

축구를 하며 얻은 경험과 배움, 그리고 앞으로의 군 생활을 통해 만나게 될 수많은 경험과 깨달음을 자양분 삼아 너만의 드라마를 멋지게 연출해 보자. ‘요즘 군대는 군대도 아니다’라는 말을 아마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40년 전 아빠가 군 복무할 때도 똑같은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시대가 아무리 달라져도 낯선 환경에서 처음 마주하는 경험은 당사자에게는 힘들고 어려운 법이다.

그러니 너무 쉽게 생각하지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도 말고 하루하루 네가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다음 휴가 때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 사랑한다. 아들.

아빠 이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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