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안방 공습’… 독주하던 AI 방산 공룡 흔들렸다

미국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업체 팔란티어 주가가 2일 6% 가까이 급락했다. 구글이 팔란티어가 강점을 보여온 정부·국방 인공지능(AI)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이날 채권 금리와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로 AI 소프트웨어 종목들도 줄줄이 하락했다. 투자전문채널 배런스는 “팔란티어가 이날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팔란티어는 전 거래일 대비 5.81% 하락한 169.3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 증시 전체가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다우평균은 0.56%, S&P500지수는 0.46%, 나스닥지수는 0.45% 각각 올랐다.
◇구글의 안방 공격
팔란티어를 직접적으로 압박한 것은 구글이었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날 사이버 보안에 특화된 새로운 AI 모델 ‘제미나이 3.8 플래시 사이버(Gemini 3.8 Flash Cyber)’를 공개했다. 소프트웨어의 취약점을 찾아내고 이를 검증해 수정하는 데 AI를 활용하는 모델이다. 구글은 동시에 정부와 일부 기업·사이버 보안 파트너들에게 이 같은 첨단 사이버 방어 기술을 제공하는 ‘페어윈드 프로그램(Fairwind Program)’도 출범시켰다. 구글은 “페어윈드가 정부 기관과 핵심 인프라 운영 업체 등을 포함한 제한된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이런 국방 AI 분야는 팔란티어의 핵심 부문이다. 인베스팅닷컴은 “구글이 팔란티어의 가장 수익성 높은 영역 중 하나인 정부·국방 특화 AI 시장에 들어왔다”며 “정부 기관이 구글 클라우드 생태계에서 보안성이 높은 AI 서비스를 직접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팔란티어가 공공 부문에서 누려온 강력한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부각됐다”고 분석했다.
팔란티어는 정부와 군 관련 사업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아왔다. 올 2분기 미국 정부 부문 매출은 8억9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90% 증가했다. 미국 민간 부문 매출도 149% 늘어난 7억64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은 19억35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93% 증가했다. 회사는 올해 연간 매출 전망치를 81억5000만~81억5800만달러로 올려 잡았다.
미군 계약도 계속 늘고 있다. 미 육군은 지난달 31일 차세대 이동형 정보·표적 시스템인 ‘TITAN’ 초기 생산 계약 1억9200만달러어치를 발주했다. 이 가운데 팔란티어가 1억2700만달러, 미국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이 6500만달러를 수주했다. 향후 18개월 동안 초기 시스템 8대가 공급될 예정이다. 따라서 구글의 신제품이 당장 팔란티어 플랫폼 전체를 대체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세계 최대 빅테크 중 하나인 구글이 정부의 보안 AI 시장을 직접 공략하기 시작했다는 점 자체가 팔란티어의 높은 몸값을 정당화해 온 논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미 소프트웨어주 줄줄이 흔들려
배런스는 “채권 금리 상승과 고평가 부담이 소프트웨어주 전반을 압박했다”고도 분석했다. 최근 채권 금리가 급등한 것은 고평가 성장주에는 악재다. 로이터에 따르면 최근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023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 한때 5%에 근접했다. 금리가 오르면 먼 미래의 이익에 높은 가치를 부여받는 성장주의 현재 가치가 낮아지는 만큼 고(高)주가수익비율(PER) 소프트웨어주가 상대적으로 더 큰 압력을 받는다.
실제로 이날 미국 소프트웨어주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사이버 보안 업체 팔로알토네트웍스는 실적이 시장 예상을 웃돌았음에도 주가가 9.3% 급락했다. 올 들어 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영향으로 풀이됐다. 데이터독(-6.5%)과 포티넷(-4.5%), 크라우드스트라이크(-5.4%), 서비스나우(-4.3%) 역시 이날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팔란티어는 지난 8월 한 달에만 주가가 약 51% 뛰었다. 배런스에 따르면 최근 팔란티어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7배를 넘었다. 이미 높은 성장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상황에서 구글이라는 새로운 경쟁자 등장 소식이 나오자 차익 실현의 빌미가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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