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스토리] “나가겠다”던 임차인, 갑자기 갱신요구… 집주인 매매계약 ‘발목’

최준희 기자 2026. 9. 3. 08:5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고운'의 조철현 변호사

인천일보와 법무법인 고운이 함께 하는 '로펌스토리'

아파트를 임대한 상태에서 집을 매도하려는 임대인에게 임차인의 퇴거 여부는 중요한 문제다. 특히 실거주를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매수인이라면 기존 임차인이 언제 집을 비워줄 수 있는지가 매매계약 체결 여부를 좌우하기도 한다.

문제는 임차인이 계약 만료 후 나가겠다고 약속한 뒤 이를 번복하는 경우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로 매수인에게 제때 주택을 넘겨주지 못하게 되면 임대인과 매수인 사이의 매매계약까지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사전 포기 약속만으로 사라지지 않아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원칙적으로 임차인에게 1회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임차인이 법에서 정한 기간 안에 갱신을 요구하면 임대인은 실거주 등 법에서 정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거절하기 어렵다.

임차인이 "계약이 끝나면 나가겠다"거나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미리 이야기했다고 해서 갱신요구권이 당연히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의 효력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사전 의사표시만으로 갱신요구권 자체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임대인이 임차인의 퇴거 의사를 믿고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면, 이후 임차인이 입장을 바꾸면서 예상하지 못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 "나가겠다"던 임차인, 매매계약 뒤 입장 번복

아파트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이 끝나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아파트를 인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임대인은 이를 전제로 실거주 목적의 매수인과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매매계약이 체결된 이후 임차인이 기존 의사를 번복하고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면서 2년을 더 거주하겠다고 통보했다. 매수인은 예정대로 아파트를 인도받기 어려워지자 매매잔금 지급을 거절했고, 결국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매매계약 이행 여부를 둘러싼 소송으로 이어졌다.

대법원은 임차인의 의사 번복으로 인해 매도인이 약정한 시기에 아파트를 현실적으로 인도하기 곤란한 현저한 사정변경이 발생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매수인에게 당초 약정대로 잔금을 먼저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반할 수 있다고 봤다.

결국 임차인의 퇴거 의사 번복이 임대인과 매수인 사이의 수억원 또는 수십억원 규모 부동산 매매계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 퇴거 의사, 구두 약속보다 객관적 증거 남겨야

임대인 입장에서는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퇴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 이를 구두로만 확인해서는 안 된다.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확인서 등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임차인의 퇴거 예정일과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사 등이 구체적으로 확인되도록 하는 것이 향후 분쟁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미 임차인의 퇴거를 전제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면 매매계약서의 특약도 중요하다. 기존 임차인의 퇴거가 매매계약의 중요한 전제였다면 이를 특약으로 명시하고,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행사하는 등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잔금 지급이나 계약 해제, 손해배상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구체적으로 정해둘 필요가 있다.

▲ 임차인 번복에 손해배상 청구 가능할까

임차인이 퇴거 의사를 번복한 경우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임차인이 과거에 퇴거 의사를 밝혔다고 해서 곧바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퇴거 의사표시의 구체적인 내용과 경위, 임대인이 이를 신뢰해 매매계약을 체결한다는 사실을 임차인이 알고 있었는지, 의사 번복으로 실제 어떤 손해가 발생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명확하게 퇴거를 약속하고, 임대인이 이를 믿고 실거주 목적의 매수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한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음에도 특별한 사정 없이 뒤늦게 입장을 바꿔 매매계약이 해제되고 임대인에게 계약금 반환이나 위약금 등의 손해가 발생했다면 신의칙 위반이나 불법행위 등을 근거로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될 여지가 있다.

반면 임대인이 임차인의 막연한 퇴거 의사만 믿고 성급하게 매매계약을 체결했다면 임차인에게 모든 책임을 부담시키기는 어려울 수 있다.

법무법인 '고운' 조철현 변호사는 "임차인의 퇴거 의사만 믿고 매매계약을 진행했다가 이후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임대인은 임차인의 퇴거 의사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남기고,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에도 임차인의 퇴거를 전제로 한 특약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문=법무법인 '고운' 조철현 변호사(형사전문)
/정리=최준희 기자 wsx3025@incheonilbo.com

Copyright © 인천일보 All rights reserved -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