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국채 3% 넘어도 "누가 사나"…다카이치 재정정책 시험대 [도쿄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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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장기금리가 30년 만에 연 3%를 넘어서면서 국채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에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적극재정에 대한 불신까지 겹치면서 시장에서는 "3%를 넘어도 누가 국채를 사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의 지표인 신규 발행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1일 장중 연 3%를 돌파했다.
30년 만의 장기금리 3%는 일본 경제에 던져진 '재정규율의 경고장'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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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물 매수자 부족 심화
정부부채, 고금리 차환 땐 부담 더 커져

일본 장기금리가 30년 만에 연 3%를 넘어서면서 국채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에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적극재정에 대한 불신까지 겹치면서 시장에서는 “3%를 넘어도 누가 국채를 사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향후 금리 향방은 다카이치 총리가 재정규율 회복 의지를 얼마나 분명히 보여주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의 지표인 신규 발행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1일 장중 연 3%를 돌파했다. 일본 장기금리가 3%대에 올라선 것은 약 30년 만이다. 지난해 가을 다카이치 정권 출범 당시 1.6%대였던 금리가 불과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뛴 것이다.
직접적인 요인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전망이다. 일본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정책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강해지면서 시장에서는 정책금리의 최종 도달점인 ‘터미널레이트’가 2%를 넘을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하지만 시장이 더욱 경계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재정정책이다. 2027년도 예산 요구액은 사상 최대인 143조엔 안팎으로 불어났다. 다카이치 정부는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 확대와 식품 소비세 감세 등을 추진하면서 적극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원유 가격 상승에 대해서도 휘발유 보조금으로 대응하고 있다.
반면 재원 확보 방안은 뚜렷하지 않다. 국가와 지방의 기초재정수지(PB)를 단년도 흑자로 만들겠다는 기존 재정건전화 목표에서도 사실상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규율을 잃은 경제·재정 운영은 한계에 도달했다”며 금융시장이 보내는 경고를 받아들여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극재정이 금리 상승에 박차를 가했다는 비판이다.
정부 재정정책 불신해소가 열쇠
채권시장에서는 지난 6월의 이른바 ‘호네부토 쇼크’가 다시 거론된다. 정부의 경제재정운영 기본방침이 재정규율을 완화하고 일본은행의 독립성까지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금리가 급등한 사건이다. 당시 정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이후에도 재정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았다.
국채를 실제로 사야 하는 투자자들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한 외국계 증권사 채권 딜러는 “금리가 3%를 넘었다고 해도 재정 문제 때문에 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누가 사주겠느냐”고 말했다.
보험사와 연기금에서는 이미 보유 국채의 평가손실 확대가 부담으로 떠올랐다. BNP파리바애셋매니지먼트에는 일본 국채를 보유한 보험사와 연기금으로부터 “평가손실을 어떻게 막아야 하느냐”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도 일본 국채 매수에 소극적이다. 해외 투자자는 만기 10년을 넘는 초장기 국채를 지난 4월과 6월 순매도했다. 3월까지 15개월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던 것과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과거 초저금리 정책 아래 막대한 국채를 사들였던 일본은행마저 국채 매입을 줄이고 있다. 특히 10년물 국채는 일본은행의 매입 축소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구조적인 매수자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채 입찰 때마다 시장이 공급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해 금리가 뛰는 상황도 반복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결국 다카이치 총리의 메시지가 금리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DS애셋매니지먼트의 구니베 신지 펀드매니저는 “금리 상승이 멈추려면 담당 각료가 아니라 다카이치 총리 본인이 재정규율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장기금리가 연내 3.2~3.3%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애셋매니지먼트One은 장기금리 상단을 2027년 말 약 3.4%로 예상했다. 다만 다카이치 정권이 책임 있는 재정정책을 통해 시장 신뢰를 회복한다면 금리 상승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가 계속 오르면 정부 재정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발생한다. 일본 재무성은 2027년도 국채 이자비용을 계산하는 가정금리를 3.8%까지 올렸다. 이에 따라 이자지급비는 약 16조5000억엔으로 전년보다 3조5000억엔 늘어날 전망이다. 앞으로 초저금리 시대에 발행한 국채가 고금리 국채로 차환될수록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진다.
기업과 가계에도 충격이 번진다. 장기금리 상승은 기업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끌어올려 투자와 소비를 압박할 수 있다. 다만 주식시장은 아직 장기금리 3%를 본격적인 위험 수준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현재 일본의 물가상승률을 2%, 잠재성장률을 1% 정도로 보면 장기금리 3%는 경제 정상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중립적인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코먼즈투신의 이이 데쓰로 사장은 금리가 3.5~4% 수준까지 올라가야 주식시장에도 본격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재정확대가 기업 투자와 경기 부양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가 아직은 금리 상승 부담보다 크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3%가 오히려 일본 국채의 투자매력을 회복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충분히 진행되고 금리 상승의 종착점이 보이면 GPIF 등 일본 연기금이 다시 국채시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 금리 상승이 일본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도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를 배경으로 장기금리가 오르고 있다. 각국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는 가운데 미국 대형 기술기업까지 인공지능(AI)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자금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처럼 ‘안전자산’이라는 이유만으로 국채가 팔리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채도 투자자를 끌어들이려면 더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역시 일본의 금리 상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일본의 장기금리 상승과 엔화 약세가 미국 금융시장까지 압박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일본은행에 사실상 추가 금리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의 금리 상승이 미 국채 매도로 이어질 경우 막대한 국가부채를 안고 있는 미국의 이자 부담까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장기금리 3% 돌파는 단순히 ‘금리 있는 세계’로 돌아왔다는 의미를 넘어선다는 평가다. 시장이 일본 정부에 재정 확대를 얼마나 지속할 것인지, 늘어난 지출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묻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카이치 정권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국채 매도→금리 상승→이자비용 증가→재정 악화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30년 만의 장기금리 3%는 일본 경제에 던져진 ‘재정규율의 경고장’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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