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이라더니 사진도 안 열려…‘생색내기’ 통합 요금제 논란

김강한 기자 2026. 9. 3.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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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3사 요금제 개편 마무리
데이터안심옵션 낮은 속도에 불만
이용자들 “이미지 개선용인가”
서울 시내 한 휴대폰 매장. /뉴스1

서울의 직장인 A씨(29)는 지난 7월 한 통신사의 3만원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했다. 1.5GB(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기본 제공하고, 이를 다 쓰면 최대 400Kbps 속도로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한다. A씨는 그러나 기본 제공 데이터를 소진한 이후부터는 “접속 속도가 너무 느려 쓰기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는 “카톡으로 사진을 올리거나 내리는 데 수십 초가 걸려 답답해서 쓸 수가 없다”면서 “더 비싼 요금제로 바꿔야 할 듯하다”고 했다.

국내 통신 3사의 지난 6~7월 요금제 개편을 놓고 일부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당시 복잡한 요금제를 단순화하고 기본 통신권 보장을 위해 데이터 안심 옵션(QoS)을 확대했다고 했다. QoS는 기본 제공 데이터가 모두 소진될 경우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데이터를 말한다. 그러나 통신사가 QoS로 제공하는 데이터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는 것이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이다. ‘눈 가리고 아웅 무제한 (데이터)’, ‘생색 내기용 요금제 개편’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사진 내려받기도 분통 터지는 ‘데이터 무제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사옥에서 열린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윤영 KT 사장,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 배경훈 부총리, 정재헌 SK텔레콤 사장. /공동취재단

통신 3사는 지난 6~7월 데이터 제공량과 이용 방식 중심으로 요금제를 다시 짰다. LG유플러스는 요금제 53종을 18종으로, KT는 100여 종을 18종으로, SK텔레콤은 67종을 16종으로 개편했다. 새 요금제를 살펴보면 6만9000~7만원 이상 요금제는 기본 제공 데이터를 모두 소진했을 때 5Mbps 속도의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는 옵션(QoS)이, 이보다 저렴한 요금제에서는 1Mbps에서 400Kbps 속도의 데이터가 QoS로 제공된다. 요금제 개편 이전에는 기본 제공 데이터를 소진하면 데이터 이용량에 따라 추가 요금이 발생했다.

이 중 5Mbps 미만 속도로 제공되는 데이터는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쏟아진다. 5G(5세대 이동통신) 보편화 이후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가 이 속도를 염두에 두고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5Mbps 미만의 데이터 속도는 사실상 ‘데이터 단절’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5Mbps는 초당 0.625MB(메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속도다. 현재 스마트폰에서 풀HD(1080p) 화질로 영상을 시청하거나, 지연 없는 원활한 인터넷 서핑을 하려면 최소 5Mbps의 네트워크 속도가 지속적으로 제공돼야 한다.

실제로 유튜브의 경우, 시스템 요구 사항에 5Mbps의 네트워크 속도를 명시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400Kbps의 경우 기본적인 메시지 정도만 겨우 보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결국 통신사들이 ‘국민의 통신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요금제를 개편했다’는 생색 용도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통신업계에선 이와 관련 “400kbps QoS는 위급 상황 시 최소한의 통신 연결을 지원하자는 정책적 목적에 따른, 미디어 소비 보다 사회적 안전망의 차원”이란 말이 나온다. 앞서 지난 4월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겸 부총리와 통신 3사 CEO(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요금제 개편 관련 논의가 이뤄졌고 통신 3사는 후속 조치로 이번 요금제 개편에 나섰다.

◇네트워크 기술 발전해도 통신비 부담은 계속

국내 통신 시장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처음 나온 것은 2014년부터다. 스마트폰을 통해 처리하는 각종 업무와 동영상 소비가 증가하면서 데이터 소비량이 증가하는 시점이었다.

그러나 이후 통신사들은 이용자들이 실질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데이터 속도를 제공하면서 이를 무제한 요금제로 홍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통신사들은 이에 대해 “선택 약정 할인을 받을 경우 5Mbps 이상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는 요금제를 5만원대에 이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선택 약정은 가입자가 선택할 경우에 받는 혜택이지 기본 요금은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최근 통신 3사의 실적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올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1분기 대비 20.6% 증가한 1조5588억원이었다. 지난해 발생한 해킹 사고로 보상 비용 등이 반영되면서 지난해 3~4분기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올해 들어 빠른 회복세에 들어섰다.

통신사들은 통신 사업에서 번 돈은 AI에 투자하겠다는 사업 계획을 밝히고 있다. 한 통신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통신사들의 새 요금 제도 개편에 대한 소비자 의견을 분석 중”이라며 “AI에 투자하려면 요금 인하는 어렵고, 빠른 속도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으면 돈을 더 내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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