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 출하 앞두고 ‘날벼락’…‘사흘간 500㎜’ 호남 농가 피해 막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일 전북 고창군 무장면 강남리의 한 멜론농장. 공공형 계절노동자 20여명이 물에 잠긴 시설하우스에서 멜론을 수확하느라 쉴 새 없이 손을 놀리고 있었다.
고창에선 추석 대목을 겨냥한 멜론·수박이 물에 잠겼고, 영광에선 대파·벼 등의 침수피해가 컸다.
고창에선 사흘간 평균 235㎜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져 밭작물 58.55㏊가 침수피해를 봤다(2일 기준). 특히 시설하우스가 많은 무장면과 공음면에는 이번 호우 기간 각각 362㎜와 328.5㎜의 많은 비가 내려 수박·멜론 농가에 피해가 집중됐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흘 동안 최대 500㎜ 쏟아져
고창 멜론·수박, 영광 대파·벼
명절 겨냥 농산물 침수피해 커
생산량 줄고 품질저하 불가피
농지 살피러 간 농민 2명 숨져

2일 전북 고창군 무장면 강남리의 한 멜론농장. 공공형 계절노동자 20여명이 물에 잠긴 시설하우스에서 멜론을 수확하느라 쉴 새 없이 손을 놀리고 있었다. 이곳은 8월29∼31일 내린 폭우로 시설하우스 6동(4300여㎡·1300평)이 모두 침수되는 피해를 봤다. 출하를 불과 하루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농장주 김광안씨(55)는 “1일 출하 예정이었는데 하루 남기고 농장이 침수돼 당장 멜론 피해액(예상 판매액)만 3500여만원에 육박한다”며 “애써 키운 멜론이라 한통이라도 더 건져내려고 급하게 인력을 총동원해 수확작업을 하고 있지만 큰 기대는 없다”고 탄식했다. 김씨는 “앞으로 철거·복구 작업에도 비용이 드는 데다 시설 복구 뒤 언제 다시 농사를 지을지도 알 수 없어 더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8월말 전남광주·전북에 쏟아진 폭우로 이처럼 수확을 앞둔 농작물 피해가 속출했다. 고창에선 추석 대목을 겨냥한 멜론·수박이 물에 잠겼고, 영광에선 대파·벼 등의 침수피해가 컸다.
고창에선 사흘간 평균 235㎜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져 밭작물 58.55㏊가 침수피해를 봤다(2일 기준). 특히 시설하우스가 많은 무장면과 공음면에는 이번 호우 기간 각각 362㎜와 328.5㎜의 많은 비가 내려 수박·멜론 농가에 피해가 집중됐다. 이 수박·멜론은 추석 대목 출하를 앞둔 상태여서 피해가 더욱 컸다.
김기육 선운산농협 조합장은 “수확을 앞둔 수박과 멜론이 물에 잠겨 농가들이 실의에 빠져 있다”면서 “논에 시설하우스를 지은 농가가 많아 폭우에 더욱 취약했던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영광에서도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영광군의 경우 8월31일 하루에만 344㎜가 쏟아지는 등 29∼31일 사흘간 500㎜가 넘는 비가 내렸다. 비가 잦아든 이후인 31일 오후 4시경에는 만조까지 겹치면서 바다로 물이 빠져나가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
영광군에 따르면 이달 1일 오전 9시 기준 벼 70㏊, 대파 6.5㏊, 블루베리 0.2㏊ 등 총 76.7㏊가 침수됐다. 하지만 실제 피해면적은 이보다 클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10∼11월 수확을 앞둔 대파의 피해가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형근 백수농협 조합장은 “지역 대파 재배면적이 280㏊ 정도 되는데 군에서 파악한 것은 조사 당시 완전히 침수된 농지 위주로, 물은 빠졌지만 한때 침수됐던 면적도 상당하다”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져 뿌리가 약한 상태였는데 침수로 썩기 시작하면 제대로 자라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수읍에서 3만1404㎡(9500평) 규모로 대파농사를 짓는 정오균씨(68)는 “6월 아주심기(정식)한 대파가 한창 자라고 있었는데 밭이 물에 잠기면서 완전히 갈아엎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벼도 생산량 감소가 우려된다. 조 조합장은 “낱알이 나오기 전인 벼가 침수되면 쭉정이가 된다”며 “비가 그치고 땅이 마르는 대로 방제를 시작할 예정이지만 생산량 감소와 미질 하락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예상했다.
영광 외 지역에서도 피해가 잇따랐다. 전남농협본부에 따르면 장성군에선 축사 옹벽이 붕괴했고, 나주시에선 비닐하우스 16동이 파손됐다. 전남농협은 피해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피해농가의 신속한 영농 정상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번 폭우로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전북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8월31일 고창과 정읍에서 농지를 살피러 나갔다가 실종된 농민 2명이 1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고창에서는 농민 A씨(67)가 침수된 비닐하우스를 살피러 나갔다가 물에 휩쓸린 것으로 파악됐고, 정읍에서는 논 물꼬를 살피러 나간 농민 B씨(73)가 급격히 불어난 물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된다.
고창·정읍=윤슬기, 영광=장재혁 기자
하천·배수시설 정비 서둘러야

고라천은 옥산저수지에서 주진천으로 흐르는 하천으로, 8월31일 새벽 저수지 바로 아래 상류 일부가 범람하면서 주변 농경지를 순식간에 덮쳤다.
인근 농민들에 따르면 고라천은 하천 바닥에 퇴적토가 많이 쌓여 수심이 얕아진 데다 풀이 무성하게 자라 물 흐름을 방해해왔다. 이에 농민들은 수년간 지방자치단체에 하천 준설을 요구해왔다.
한 농민은 “이상기후로 예상하지 못한 폭우가 빈번해지면서 정비가 안된 고라천이 넘치지 않을까 늘 불안했다”며 “별다른 수해가 없다고 방치하더니 결국 하천이 넘쳐 농가들에게 큰 피해를 안겼다”고 비판했다.
농촌현장에선 고라천뿐 아니라 농경지 배수시설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배수시설 상당수가 벼농사를 기준으로 설치돼 논콩 등 밭작물 재배와 시설 재배가 늘어난 농촌의 영농환경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창=윤슬기 기자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