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이탈에 ‘독박 육아’꼴 난 K-배터리…75조 청구서 홀로 감당하나 [재무제표 AI 독해]

한경비즈니스외고 2026. 9. 3.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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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빛, 물, 바람 등 인간이 활용하는 모든 에너지는 '전기'로 수렴한다. 이는 '2차전지 산업'을 폭발적으로 키웠고 양극재·분리막 등 전후방 생태계를 이끌어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3사를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게 만들었다.

완성차 파트너들이 속속 발을 빼거나 투자 계획을 철회하면서 K-배터리 3사는 '동맹 파기'의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로써 SK온의 부채비율이 242%에서 212%로 낮아졌지만 이는 차입금을 포드로 넘긴 재무적 정리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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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 AI 독해]

캘리포니아주 프레스노카운티 LG에너지솔루션 RWE ESS 단지 5



열, 빛, 물, 바람 등 인간이 활용하는 모든 에너지는 ‘전기’로 수렴한다. 생산과 이동이 쉽고 제어가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기를 담아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2차전지(배터리)가 더 필요하다. 게다가 소형 가전에 머물던 충전형 건전지는 이제 자동차까지 적용된다. 전기자동차가 모빌리티 혁명(자율주행 등)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전기모터가 내연기관을 대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2차전지 산업’을 폭발적으로 키웠고 양극재·분리막 등 전후방 생태계를 이끌어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3사를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를 이룬 만큼 외부 충격에 영향도 크다. 전기차 보급 정체(캐즘), 인플레이션, 주요국의 보조금 제도 개편이라는 직격탄에 가장 크게 흔들린 곳도 이들이다. 2026년 3사의 반기보고서가 공시되자 시장은 일제히 흑자전환과 실적 개선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재무제표 숫자의 이면은 다르다.

 재무제표 뒤에 숨겨진 흑자 착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 제도의 매출액 병합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이번 반기부터 기존에 ‘기타영업수익’으로 분류하던 AMPC를 ‘매출액’에 일괄 산입하는 방식으로 회계처리를 변경했다. 판가 협상 등에 반영되는 경제적 실질을 따랐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보조금이 이미 매출액을 좌우할 만큼 커졌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미국의 정책이 바뀌는 순간 매출액이 함께 흔들린다는 뜻이고 이는 배터리 수익성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또한 배터리 사업은 여전히 미래가 불투명한 적자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상반기 매출액 14조원에 영업이익 -944억원(적자전환)을 기록했다. 여기 포함된 보조금 7386억원을 제외하면 본업의 영업손실은 -8330억원까지 벌어진다.

삼성SDI는 반기 영업이익 482억원, 반기순이익 5277억원으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듯 보인다. 하지만 배터리 부문(에너지솔루션)은 -173억원 적자였고 AMPC를 제외하면 손실은 -2055억원으로 커진다. 반기순이익의 98%인 5164억원은 삼성디스플레이 등 관계사 지분법이익에 기댄 결과다. 연결이 아닌 삼성SDI 별도 재무제표에는 -8126억원의 영업손실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SK온의 연결 기준 반기 영업이익 1.6조원 역시 배터리 기여분은 4725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최근 합병한 비배터리 부문의 몫으로 윤활유가 8811억원, 트레이딩이 3288억원을 벌었다.

 깨진 합작, 커지는 부담 74.6조원 증설의 청구서

손익보다 더 걱정스러운 지점은 그동안 투입된 막대한 CAPEX(설비투자)다. 2023년부터 지금까지 K-배터리 3사가 집행한 설비투자는 합산 약 74.6조원에 이른다.

연결 기준 총자산은 약 112조원에서 173조원으로 60조원가량 급격히 불어났다. 당시엔 2차전지 관련 모든 기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증설 경쟁에 뛰어들었고 확보된 생산 인프라는 기업가치를 이끌어갈 최대 무기로 기대를 모았다. 게다가 배터리 공장은 막대한 인프라 비용이 드는 탓에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법인(JV) 형태로 추진된 곳이 많았다.

그리고 2026년 그 동맹이 깨지고 있다. 완성차 파트너들이 속속 발을 빼거나 투자 계획을 철회하면서 K-배터리 3사는 ‘동맹 파기’의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재무제표에 기록된 숫자의 의미를 짚어 보자.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글로벌 자동차 기업)와의 캐나다 합작법인(NextStar Energy)에서 파트너가 이탈하자 스텔란티스 지분 49% 전부를 단돈 100달러에 인수해 떠안았다. 혼다와의 합작 공장(L-H Battery) 매각 건 역시 실상은 판매 후 리스(Sale & Leaseback) 방식에 불과해 약 2.5조원의 리스부채가 새로 늘고 4821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SK온과 포드의 BlueOval SK(BOSK) 합작 종료는 더 뼈아프다. 양사는 북미 리밸런싱의 일환으로 합작을 조기 종료하고 켄터키 1·2공장을 포드로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SK온은 켄터키 자산과 세트로 묶인 장기차입금 5조3785억원을 함께 넘길 수 있었다. 대신 포드 보유 지분을 유상감자로 털어내면서 4조7498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갔고, 자산을 넘기기 전에 이미 3조4667억원에 달하는 유형자산손상차손을 장부에 반영해야만 했다. 이로써 SK온의 부채비율이 242%에서 212%로 낮아졌지만 이는 차입금을 포드로 넘긴 재무적 정리의 결과물이다.

삼성SDI 또한 GM과의 합작법인(SDI-GM Synergy Cells Holdings) 종료를 결정하고 단독 법인 운영으로 전환하는 등 투자 계획 축소의 고통을 함께 겪고 있다. 핵심은 2차전지 생산을 위한 CAPEX의 리스크가 커져가는데 그걸 혼자 짊어지게 된 셈이다. 물론 이 겨울이 지나고 지나 2차전지 활황의 시대가 오면 자랑스럽게 되돌아볼 시기지만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쇼크’다.

2023~2024년 파트너사들이 넣어주던 연간 약 10조원 규모의 투자 재원이 사라졌고 혼자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3사의 유형자산 취득액은 2025년 -38% 줄었고 2026년 반기 5.3조원으로 축소 중이다. 이대로라면 2026년 전년 대비 -39% 감소가 예상된다.

K-배터리 3사의 고통스러운 정리정돈은 역설적으로 체질개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파트너사 덕분에 손상을 한 번에 털어내는 빅배스처럼 해외 설비투자 부담이 획기적으로 낮아졌고 3사의 치킨 게임식 설비투자 증설 경쟁도 자연스럽게 막을 내렸다. 다만 3사 모두 2차전지 업황 반등이 지연되거나 AMPC 제도가 축소되면 적자 폭은 언제든 늘어날 위험을 안고 있다. 본업의 현금 창출력이라는 핵심 지표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K-배터리 밸류업은 더 멀어질 수 있다.

 ■AI에게 묻는다
K-배터리 재무제표…‘진짜 흑자’ 징후를 찾아라

K-배터리 3사의 진정한 밸류업은 언제 시작되는가. 재무적 이정표를 확인할 수 있는 징후를 찾아보자. 설비 과잉 공급이 조정되고 배터리 공장의 ‘실질 가동률’이 정상 궤도에 오르는 시점일 것이다. 또한 보조금(AMPC)이나 타 사업부와 상관없이 오직 ‘배터리 셀 제조’ 영역에서 영업이익 흑자를 내야 한다. 배터리 3사의 재무제표와 함께 아래 질문을 AI 프롬프터에 올려보자.

“배터리 보조금을 제외한 실질 영업손익을 시계열로 나타내 주고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의 구체적인 원인을 찾아줘. 감가상각비와 공장가동률까지 체크해 주며, 일부러 좋은 소식을 만들어내지 말며, 보고한 숫자가 나온 페이지와 주석 번호를 알려줘.”

※상기 글은 해당 회사의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를 참고해 작성한 내용입니다. DART(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재무제표 읽기’를 통해 기업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이승환 재무제표 칼럼니스트

직장인 시각으로 재무제표 읽는 법을 연구했다. 회계사는 아니지만 숫자 너머의 사람과 세상을 읽어내는 스토리텔러로 재무제표로 글 쓰고 소통한다. 쓴 책으로 ‘숫자 울렁증 32세 이승환 씨는 어떻게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가 됐을까’, ‘핫한 그 회사, 진짜 잘나갈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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