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킷 판다 “트럼프·김정은 협상 위험할 수도···그럼에도 추진할 가치 있어”[인터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대화 재개 의지를 밝힌 후 기대와 동시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화에 응하는 조건으로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비핵화 논의가 빠진 북·미 정상회담에선 무엇이 논의될 것인가.
미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은 1일(현지시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북한 핵무기·미사일 전문가인 판다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비핵화는커녕 향후 5~10년 내에 미사일 군축에 응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공존을 위해 사려 깊은 협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판다 선임연구원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낫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이 열어준 기회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선택지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뿐인데, 이는 북한이 핵무기를 200개 가까이 늘릴 때까지 기다리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관계의 조건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해 대화의 물꼬를 틀 수만 있다면 그 자체로도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치가 있다”고 봤다. 아래는 판다 선임연구원과의 일문일답 요약.
- 북한이 회담에 응할 것이라고 보는가.
“북한은 비핵화나 핵 군축을 논의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협상의 의제가 북·미 관계의 새로운 정립에 관한 것이라면 응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나온다면, 북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러시아·중국·미국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는 북한에 상당한 운신의 여지를 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조정하거나 해제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미국과 이란의 협상 과정을 지켜봤을 텐데, 과연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할까.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그는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생포하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암살하는 것을 면밀하게 지켜봤을 것이다. ‘참수’를 가장 큰 위협으로 여기는 김 위원장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잠재적 표적이 되고 싶지 않다는 우려가 있을 것이다. 동시에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와 사실상 관계를 정상화하고 제재를 해제한 것 역시 주의 깊게 봤을 것이다. 이런 모든 요인이 김 위원장에게 협상에 응하면 얻을 것이 있다는 판단을 내리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 당신은 미국이 북한 비핵화보다 ‘안정적 공존’ 관계 형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접근이 북한에 파키스탄 같은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공식 핵보유국 지위 인정은 어차피 불가능하지만, 이미 북한은 국제 체제 안에서 얻을 수 있는 핵 지위의 원천을 사실상 모두 확보한 상태다. 한국과 일본도 정치적으로는 인정하지 않지만, 정부 기관 평가나 군사 대비 차원에서는 이미 이를 (실재하는 위협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본다. ‘비핵화’는 21세기 초까지의 언어였다. 그 시대는 끝났다. 21세기 한반도를 위한 새로운 용어는 ‘공존’이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평화적 공존’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도달하기에 너무 높은 기준이다. 나는 ‘안정적 공존’이 현실적인 목표라 본다. 이는 핵을 가진 북한과 우리가 계속 적대적 관계로 남겠지만, 위기의 순간이 오더라도 대규모 충돌이나 핵전쟁으로 번지지 않고 공존할 수 있도록 보장하자는 것이다. 비핵화 목표 자체를 없애자는 주장이 아니란 점은 분명히 하고 싶다. 한·미·일은 한반도 비핵화란 장기적 목표를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이를 공개적으로 계속 말하고 그것을 정책의 토대로 삼는 건 사실상 북한의 문이 계속 닫히도록 만드는 것이며, 이는 이 문제를 다루는 실용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 북한과의 관계의 성격 자체를 바꾸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만으로도 미국과 동북아 동맹국들에는 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 북핵 위협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미국에는 러시아·중국·북한이란 세 개의 핵 적대국이 있다. 이 중 북한은 우리와 외교적 관여가 전혀 없고, 핵 위험을 관리할 능력조차 없는 유일한 나라다. 자원이 부족하고 약한 나라인 북한은 핵전력을 매우 위험한 방식으로 배치·운용하고 있다. 전략적 상황 인식 능력이나 조기 경보 능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전쟁이 시작될 경우 핵무기를 매우 빠르게 사용하려 들 위험이 있다. 위험의 주요 원천은 북한 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한국·북한 사이의 전략적 상호작용에도 있다. 가령 북한 핵무기를 파괴하기 위한 한국의 킬체인(도발 원점 선제 타격) 능력은 북한이 핵무기에 더 의존하고, 충돌 초기에 핵무기를 사용할 유인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세 나라 모두 이러한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협력의 공간을 만들어 내야 한다.”
- 완전한 비핵화가 더 이상 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라면 앞으로의 협상에서 첫 번째 목표는 무엇이 돼야 하나.
“핵 동결 같은 협상을 이뤄내면 좋겠지만 북한이 그에 동의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우리는 기대를 낮춰야 한다. 현실적으로 대화가 시작될 수 있는 지점은 정례적 만남을 만들거나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등 정치적 관계부터 구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곧바로 전쟁 위험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5~10년 이내에 북한과 미사일 군축 같은 논의를 할 수준까지 갈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지금은 그런 단계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양자 접촉 기회가 쌓이다 보면 미·북이 서로가 느끼는 안보 위협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길 것이다.”
-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사진만 찍은 후 그 대가로 뭔가를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그럴 위험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공존을 위해 사려 깊은 협상을 할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만 가능한 것이 있다. 그에게는 북한 문제를 위해 ‘정치적 자본’을 쓸 의지가 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그럴 의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의 재임 기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마 트럼프 이후의 대통령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난다고 해서 당장 의미 있는 군축 합의가 도출될 거라 기대해선 안 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사이 대화 조건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한다면, 차기 미국 행정부가 그 토대 위에서 다른 무언가를 모색해 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북한 역시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대화를) 추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남은 다른 선택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기다리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음번 미국 대통령이 뽑힐 때쯤 북한은 핵무기를 160개, 어쩌면 200개 가까이 갖게 될 수도 있다. 위협은 선형적으로 증가한다. 북한의 궤도를 바꾸려면 조금이라도 더 일찍 개입해야 한다.”

-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내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한 것은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보나.
“아니, 그것은 나쁜 선택이었다. 연합훈련 축소는 북한에도 중요한 유인책이 되지 못했고, 오히려 한·미 동맹에 더 큰 해를 끼쳤다. 북한에 이런 양보를 선제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면 한·미 동맹을 훼손하거나 훈련을 축소할 것이 아니라, 미국이 북한과 근본적으로 다른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는 신뢰할만한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
- 적대적인 북한 정권과 트럼프 대통령의 ‘코리아 패싱’ 우려 때문에 한국 정부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
“한국 정부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그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해 일종의 ‘파이어(fire) 팀’(화기분대, 즉 소규모 전담팀)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한국 정부로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가령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면 어떻게 될까.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부를 승인하고 외교 관계 수립을 결정하는 데는 의회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한·미 동맹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며, 한국은 그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을까. 가능한 여러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계획이 지금부터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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