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펌프' 전국 상용화 속도전…'300조 시장'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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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가 차세대 냉난방기로 불리는 히트펌프(전기 냉난방 장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중견 전문기업들도 앞다퉈 시장에 진출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히트펌프가 주류 가전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전자도 같은 날 제주 한 가정에 자사 제품 'LG 써마브이 히트펌프 보일러'를 처음으로 보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온돌 구조와 히트펌프는 열효율 측면에서 잘 맞는 제품"이라면서도 "세계 각국에서도 정부 보조금 지원 정책에 따라 시장 성장이 좌우되는 만큼 정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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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ESG] ESG Now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가 차세대 냉난방기로 불리는 히트펌프(전기 냉난방 장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도 보조금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립하면서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낮춰주는 추세다. 중견 전문기업들도 앞다퉈 시장에 진출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히트펌프가 주류 가전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격 부담 300만~400만 원대로 낮춰
히트펌프는 공기나 물, 땅속의 열을 끌어와 실내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장치다. 화석연료를 직접 태우지 않아 차세대 친환경 난방 기술로 알려져 있다. 냉매를 압축·팽창하는 과정에서 전기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꾸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에너지 효율도 높다. 일반 가스보일러가 100의 에너지로 80~90 수준의 열을 생산한다면, 히트펌프는 같은 에너지로 400~500 수준의 열 효과를 낸다. 유럽에서는 에어컨과 보일러를 대체하는 주류 가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가정용 보일러 외 데이터센터 냉각, 산업용 에어컨 등에 쓰일 정도로 사용처가 무궁무진하다.
한국에서도 차세대 냉난방기로 히트펌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냉난방과 온수 등에 쓰이는 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소비의 48%에 달한다. 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대부분의 재원이 화석연료인 점을 감안하면 히트펌프를 활용해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기존 냉난방기보다 높은 가격이 보급 확산에 발목을 잡다. 히트펌프는 실외기·축열탱크·수배관 공사 등 설치 비용만 1000만~1200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가 파격적인 보조금을 내걸면서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방안’을 통해 2035년까지 히트펌프를 누적 350만 대 보급하고 온실가스 518만t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올해는 국비 144억5000만 원을 투입해 제주와 경남 지역 태양광 설치 단독주택을 대상으로 설치비의 최대 70%를 지원하기로 했다. 소비자 부담이 1000만 원대에서 300만~400만 원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이다. 100만 원 안팎이면 구매 및 설치가 가능한 기존 가스보일러보다 비용 부담이 큰 점을 고려해 지원 제도도 손봤다.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전력 사용 구조에 따라 유리한 요금 체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기존 주택용 누진제 외에도 일반 요금, 계절·시간대별 요금제 등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히트펌프를 4~5년 정도 사용하면 투자 비용을 상쇄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LG 제주서 히트펌프 보급 ‘격돌’
시장이 막 열리는 단계에 들어서면서 가전기업의 주도권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사업 주도권을 쥐기 위한 주요 접전지는 제주특별자치도다. 이곳은 육지와 달리 도시가스 보급률이 낮다. 도심 이외 지역에서는 아직도 액화석유가스(LPG)나 기름보일러를 사용하고 있다. 난방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가운데 지방자치단체가 보급사업을 적극 펼치고 있어 히트펌프 수요가 많은 곳으로 꼽힌다.
제주도는 올해 상반기 도내 1042가구를 히트펌프 지원 대상으로 뽑았다. 오는 10월까지 순차적으로 설치할 예정이다. LG전자가 450가구를 담당해 최대 사업자로 선정된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성히트에너시스가 나머지 가구를 맡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제주 한 가정에 고효율 난방 솔루션인 ‘에코히팅시스템(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처음 보급하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지난 5월 국내에 공개한 이 제품은 데워진 물이 바닥 배관을 통해 난방을 하고 온수를 공급하는 방식이어서 기존 보일러 배관을 변경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기존 보일러보다 효율이 4.9배 높은 데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68%가량 줄인다는 게 특징이다.
보급 확대를 위한 차별화 기술도 내세우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제주 도남동의 한 주택에서 차세대 냉난방공조(HVAC) 통합 솔루션 ‘에코히팅시스템(EHS) 올인원’을 실증하고 있다. EHS 올인원은 히트펌프 보일러의 난방 및 급탕 기능에서 더 나아가 냉방까지 더한 제품이다. 실외기 한 대로 에어컨과 벽걸이 보일러, 온수탱크를 모두 연결해 사용할 수 있어 효율이 크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전자도 같은 날 제주 한 가정에 자사 제품 ‘LG 써마브이 히트펌프 보일러’를 처음으로 보급했다. 이 제품은 가스보일러보다 에너지 비용을 40~60%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친환경 냉매(R32)를 사용하고 별도의 냉매 배관 공사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겨울철에 안정적으로 고온의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또 스마트폰 앱 ‘LG 씽큐’를 통해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두 회사는 히트펌프 전국 보급을 늘리기 위한 기술 연구도 하고 있다. 히트펌프 보급의 최대 난제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설치가 번거롭다는 점이 꼽힌다. 베란다를 확장하면 실외기를 설치할 공간이 협소할 수 있고, 기존 난방 인프라와 설비가 충돌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서다. 현재 한국 아파트 비중은 77%로 알려져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삼성물산과 협업해 아파트에 히트펌프를 상용화하기 위한 실증도 진행하고 있다. LG전자도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 전문업체들도 대거 참전
중견 전문업체도 앞다퉈 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지난 5월 제주 오라이동에 ‘나비엔 난방 전기화 센터’를 열었다. 히트펌프 전시와 고객 상담, 설치 서비스, 운영 관리 등을 담당하는 총괄 조직이다. 이곳을 거점으로 2035년 연간 히트펌프 판매량 21만 대를 목표로 제시했다.
오텍캐리어는 지난해 히트펌프를 회사의 주요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공식화하며 ‘에코 히트펌프 솔루션(EHS)’ 제품을 선보였다. 일부 부품이 고장 나도 히트펌프가 멈추지 않도록 설계한 게 강점으로 꼽힌다. 압축기 4대를 장착해 난방 용량 저하를 최소화하고 따뜻한 공기를 꾸준히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 외에 대성히트에너시스도 여러 히트펌프 라인업을 선보였다. 저소음·고효율 시스템을 통해 수영장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수영장 전용 히트펌프’ 등이 대표 제품이다. 센추리는 인버터 스크롤 기능을 적용한 히트펌프를 선보였다.
업계에서는 히트펌프가 국내 가전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통상 히트펌프 설치 비용이 약 1000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35조 원 규모의 시장이 새로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로 보면 시장 전망은 더 밝다. 시장조사업체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히트펌프 시장 규모는 올해 1001억8000만 달러(약 145조 원)에서 2034년 2119억3000만 달러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온돌 구조와 히트펌프는 열효율 측면에서 잘 맞는 제품”이라면서도 “세계 각국에서도 정부 보조금 지원 정책에 따라 시장 성장이 좌우되는 만큼 정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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