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의무화 시대, '데이터'가 수익률 가른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수년간 자본시장 안팎에서 뜨거운 감자로 논의되어 온 기업의 '지속가능성(ESG) 공시'가 마침내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냈다.
정부의 로드맵에 따르면, 2028년(2027 회계연도)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지속가능성 공시가 전면 의무화된다.
나아가 일본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SSBJ) 공시기준을 확정하여 프라임 시장에 상장된 시가총액 3조 엔 이상 기업부터 2027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의무 공시를 시작하고, 이후 1조 엔, 5000억 엔 이상 기업으로 단계적 범위를 확장하는 촘촘한 로드맵을 가동 중이다.
이진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차 대상 대기업이 정확한 배출량 산정을 위해 하위 협력사에 데이터를 요구하기 시작하면, 공급망 내 중소 협력사들은 법적 의무 시점보다 최소 2~3년 앞서 실질적인 압박을 받게 된다"며 "결국 공시 대상 대기업뿐만 아니라 공급망 생태계 전체가 유기적으로 ESG 데이터 관리체계를 선제 구축해야 하는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경ESG] 투자 트렌드

수년간 자본시장 안팎에서 뜨거운 감자로 논의되어 온 기업의 ‘지속가능성(ESG) 공시’가 마침내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냈다. 정부와 여당의 안이 최종 공개된 가운데 입법 과정을 거쳐 2028년 시행한다는 구상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상장사의 자본조달 비용과 밸류에이션 격차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SG 공시 정부·여당안(案) 확정
지난 7월 8일 정부와 여당은 당정협의회를 통해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방안’ 최종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정부의 로드맵에 따르면, 2028년(2027 회계연도)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지속가능성 공시가 전면 의무화된다. 이후 2029년(2028 회계연도)에는 자산 5조 원 이상 기업으로 확대되며, 2030년(2029 회계연도) 이후에는 초기 공시 안착 상황을 면밀히 평가한 뒤 2조 원 이상 기업까지 단계적으로 대상을 넓히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SK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2025 회계연도 자산을 기준으로 할 때 2028년 첫 공시 대상의 사정권에 들어오는 10조 원 이상 기업은 107개사에 달하며, 2030년 2조 원까지 기준이 확대될 경우 총 259개사가 공시 의무를 짊어지게 될 전망이다. 특히 10조 원 이상 기업 중 2025년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선제적으로 공시한 곳은 약 78.5% 수준에 그쳐, 관련 경험이 전무한 나머지 기업들은 당장 올해부터 전담조직 정비와 데이터 시스템 구축 등 공시 인프라 마련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본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공시의 ‘형식’과 ‘무게’다. 지난 2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초안에서는 한국거래소를 통한 자율공시를 먼저 도입한 후 점진적으로 법정공시로 전환하는 2단계 연착륙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그러나 최종안에서는 거래소 공시 단계를 과감히 생략하고, 2028년부터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에 직접 기재하는 ‘법정공시’로 직행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공시 시점 역시 재무제표 공시 시기와 동일한 3월 말로 일치시켜 투자 정보로서의 적시성과 활용도를 대폭 제고했다.
이러한 법정공시로의 편입은 ESG 정보가 기업의 단순 ‘홍보(PR) 수단’에서 재무정보와 동등한 지위를 갖는 ‘핵심 투자 지표’로 격상됨을 의미한다. 원칙적으로 자본시장법의 엄격한 적용을 받기 때문에 사업보고서 기재 사항을 고의로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기재할 경우 정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는 물론 형사처벌의 대상까지 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제도 도입 초기의 막대한 기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28년부터 3년간은 예측 및 추정 정보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 기후리스크 관리 거버넌스 등 공시 정보 전체에 대해 손해배상 및 행정제재,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포괄적 ‘면책(safe harbor)’ 제도를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보다 친환경적인 것처럼 대중을 기만하는 고의적인 ‘그린워싱’ 행위는 면책 대상에서 철저히 배제한다. 공시 정보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3자 인증은 공시 의무화 2년 후인 2030년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서구권 완화 기조 속 돋보이는 한국…일본과 닮은꼴
이번 한국 정부의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ESG 공시 의무화 행보는 최근 관련 규제의 고삐를 늦추고 있는 미국 및 유럽 등 서구권 주요 국가들의 정책적 움직임과 확연한 대조를 이루며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5월 29일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후 관련 공시 규칙의 전면 폐지안을 의결했으며, 60일간의 의견수렴을 거쳐 연내 최종 폐지 표결이 예상되는 등 규제 후퇴 기조가 역력하다.
유럽연합(EU) 역시 올해 2월 ‘옴니버스 단순화 패키지’ 지침을 공식 채택하여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의 의무 적용 대상을 임직원 1000명 초과 및 순매출 4억5000만 유로 초과 기업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로써 기존 대상의 약 80%에 달하던 역내 중소·중견기업들이 무더기로 공시 의무에서 벗어나게 됐다.
반면 한국의 행보는 ESG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아시아 주요 경쟁국들의 동향과 궤를 같이한다. 일본은 이미 2023년 내각부령 개정을 단행하여 법정공시 서류인 유가증권보고서(Yuho) 내에 지속가능성 정보를 필수적으로 담도록 의무화했다.
나아가 일본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SSBJ) 공시기준을 확정하여 프라임 시장에 상장된 시가총액 3조 엔 이상 기업부터 2027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의무 공시를 시작하고, 이후 1조 엔, 5000억 엔 이상 기업으로 단계적 범위를 확장하는 촘촘한 로드맵을 가동 중이다.
중국 역시 올해 4월 상하이거래소와 선전거래소의 주요 지수 편입 상장사를 중심으로 지속가능성 공시 첫 보고를 시작했으며, 홍콩은 2025 회계연도부터 메인보드 상장사 전체를 대상으로 기후 공시 의무화의 닻을 올렸다.

스코프 3 유예에도 ‘발등의 불’…공급망 압박은 이미 시작
이번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으로 인해 투자자들과 산업계가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뇌관은 단연 ‘스코프 3(Scope 3)’ 공시다. 스코프 3은 기업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직접적인 배출원뿐만 아니라 원재료 구매, 물류, 최종소비자의 제품 사용 및 폐기 등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모든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특히 제조업 부문은 스코프 3 배출량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0~95%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정부는 데이터 수집의 현실적 한계를 고려해 스코프 3 공시 의무를 기업별 적용 시점으로부터 3년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1차 적용 대상인 자산 10조 원 이상 기업들의 스코프 3 법정 공시는 2031년에야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대신 정부는 2028년까지 수출 주력 15개 업종을 우선적으로 선별하여 업종별 특성에 맞는 스코프 3 산정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스코프 3 공시의 3년 유예가 결코 글로벌 ‘공급망 압박의 유예’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이진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차 대상 대기업이 정확한 배출량 산정을 위해 하위 협력사에 데이터를 요구하기 시작하면, 공급망 내 중소 협력사들은 법적 의무 시점보다 최소 2~3년 앞서 실질적인 압박을 받게 된다”며 “결국 공시 대상 대기업뿐만 아니라 공급망 생태계 전체가 유기적으로 ESG 데이터 관리체계를 선제 구축해야 하는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거대 구매 기업들은 이미 협력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볼보(Volvo)는 협력업체에 탄소감축 목표(SBTi) 제출을 강제하고 있으며, 월마트와 유니레버 역시 공급망 내 탄소감축을 조기 달성하거나 협력사에 보상 및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운용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27년부터 스코프 3 배출량 공시를 전격 의무화해 현지 법인을 둔 국내 주요 수출기업들 역시 내년부터 규제 사정권에 들게 됐다
이에 따라 다가오는 ESG 공시 시대에는 기후 리스크를 숫자로 증명해 내는 ‘데이터 신뢰도’가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핵심 경쟁력이 될 관측이 나온다. 이진아 연구원은 “앞으로 기업 간 ESG 데이터 품질의 격차는 자본조달 비용과 밸류에이션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자들은 단순히 ‘ESG를 얼마나 잘하는가’를 넘어 ‘그 데이터를 얼마나 투명하게 입증하고 믿을 수 있는가’를 핵심 잣대로 들이밀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삼전닉스 더 떨어지면 큰일인데"…'운명의 3일' 무슨 일이 [분석+]
- "한국선 못 구해요"…日 '문구 천국' 열리자 2030 몰렸다 [강윤지의 유통 체크인]
- 정용진도 2조 베팅…'1박 100만원' 6·7성급 호텔 몰려온다
- "5억 있으면 '이 동네' 아파트 노려라"…부동산 고수의 조언
- "돈 된다" 너도나도 심더니…'귀족 과일' 샤인머스캣의 추락 [박상경의 영수증 리뷰]
- "또 일본 갈 줄 알았는데"…5월 황금연휴 1위 여행지 어디?
- CIS, 첨단 정밀 장비로 日 배터리 업체도 홀렸다
- "한국에 최우선 공급하겠다"…중동 6개국 '깜짝 선언'
- "호텔서 커피 마셨더니…" 조회수 '300만' 대박 영상의 비밀 [현장+]
- "32만전자 간다"…삼성전자, 역대급 잭팟 예고에 주가 '들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