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사건 조용히”…‘장윤기 부실수사’ 前 국수본부장 기소 [사건플러스]

정유나 기자 2026. 9. 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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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장윤기 사건'의 부실 수사 의혹과 관련해 경찰 지휘부였던 박성주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지난 5월 장윤기 사건 수사 당시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과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장 등 경찰 간부 3명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박 전 본부장 등은 일선 수사팀의 거듭된 건의에도 장윤기가 살해 전 저지른 스토킹·성폭행 사건과 살인 사건을 각각 여성청소년과와 형사과가 분리해 수사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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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성폭행과 살인 사건 분리 지시
강간살인 아닌 단순 살인 혐의로 송치
검찰 “부실대응 비판 확산 우려한 것”
박 전 본부장 “통상적 업무 지시” 반박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지난 2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청 2차 글로벌 공조 작전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이 ‘장윤기 사건’의 부실 수사 의혹과 관련해 경찰 지휘부였던 박성주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을 재판에 넘겼다.

광주지검은 2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박 전 본부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5월 장윤기 사건 수사 당시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과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장 등 경찰 간부 3명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박 전 본부장 등은 일선 수사팀의 거듭된 건의에도 장윤기가 살해 전 저지른 스토킹·성폭행 사건과 살인 사건을 각각 여성청소년과와 형사과가 분리해 수사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같은 지시로 사건을 맡은 광주 광산경찰서가 두 사건의 연관성을 충분히 수사하지 못했고, 결국 장윤기에게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못한 채 단순 살인 혐의로 사건을 송치한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경찰은 ‘남양주 스토킹 보복 살인’ 사건의 부실 대응으로 거센 비판을 받던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장윤기가 여고생을 살해하기 직전 아르바이트 동료 여성을 상대로 저지른 성폭행·스토킹 사건에서도 신고 후 24시간 내 피해자의 안전을 확인하는 ‘콜백’을 누락하는 등 미흡한 대처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신태훈 광주지방검찰청 차장검사가 2일 오후 광주지검 5층 중회의실에서 박성주 전 국가수사본부장 등 직권남용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은 경찰의 초동 조치가 적절했다면 살인을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이 나올 것을 우려해 박 전 본부장이 사건을 분리해 수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굳이 우리가 먼저 꺼낼 것은 아니지 않냐”, “강간 사건은 조용히, 오픈되지 않게 하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이후 형량 하한이 징역 5년인 일반 살인 등 혐의로 장윤기를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무기징역 이상으로만 처벌할 수 있는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최근 광주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는 장윤기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신태훈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 사건은 일선 수사에 대한 경찰 수사 최고 지휘부의 부당한 개입을 규명한 사례”라며 “향후 유사한 방식의 수사 개입을 차단하고 일선 수사기관의 정당한 수사권 행사를 보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전 본부장은 입장문을 통해 정상적인 업무 지시였다고 반박했다. 그는 “구속기간 안에 완전히 입증하지 못한 범행 동기와 목적에 관한 수사 사항들을 나열하면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송치 기록에 명확히 했다”며 “사건에 한 점 의혹이 없도록 기능별로 철저히 수사하고 보안을 유지하라는 통상적인 업무 지시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아버지가 주요 증거물인 ‘리얼돌’ 실물을 폐기하고 수사 상황을 수시로 전달받은 정황도 포착했다. 이를 토대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들의 비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증거인멸 방조와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광산서 형사과 소속 강력팀장을 구속 기소하고 팀원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형사과장과 서장 등 책임자 2명도 증거인멸 방조 등 혐의로 입건했다. 재판에 넘겨진 강력팀장 등에 대한 첫 공판은 이달 14일 오후 열릴 예정이다.

정유나 기자 m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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