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피해도 통풍은 못 피한다…주종 불문 ‘술잔’ 늘수록 위험 [건강한겨레]

최지현 기자 2026. 9. 3.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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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그친다는 처서가 지나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퇴근길 시원한 술 한잔을 찾는 이가 늘어난다. 그러나 무심코 비운 술잔은 관절이 끊어질 듯한 극심한 통증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렇다면 고요산혈증 및 통풍을 예방·관리하면서도 술을 마실 방법이 있을까? 특히, 퓨린 함유량이 많은 맥주를 안 마시고 과음을 피하면 된다는 통념이 사실일까? 이에 대해 강미라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본부 교수(내분비내과)는 "그렇지는 않다"며 "고요산혈증이나 통풍이 우려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어떤 술을 마실까'보다 주종을 불문하고 '얼마나 적게 마실까'가 중요하다"고 단언한다.

이 수치를 충분히 낮게 유지할 때 관절에 단단하게 붙어 있던 요산염 결정이 다시 혈액 속으로 녹아 나와 통풍 발작 등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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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만 스쳐도 아픈 ‘통풍’ 관리법
국내 통풍 환자 56만 명…젊은층 늘어
퓨린 대사 이상으로 요산 축적돼 발생
소주, 같은 음주량 맥주보다 요산 상승
과도한 단식도 ‘급성 통풍 발작’ 유발
‘절주에 운동, 강하제 복용’ 3박자 중요
통풍을 피하기 위해서 맥주를 안마시겠다는 결정은 효과를 보지 못한다. 맥주뿐 아니라 모든 알코올이 통풍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가 지나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퇴근길 시원한 술 한잔을 찾는 이가 늘어난다. 그러나 무심코 비운 술잔은 관절이 끊어질 듯한 극심한 통증으로 돌아올 수 있다. 바로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이다.

과거에는 고기와 술을 풍족하게 즐기던 왕과 귀족들이 걸려 ‘황제병’이라 불렸지만, 현대사회에선 누구나 그 위험에 노출돼 있다. 국내 통풍 환자 수는 지난해 56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다. 과거엔 중장년층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 젊은 연령층의 통풍 발생이 빠르게 증가하는 경향이 보고되고 있어 20~30대도 안심할 수 없다.

체내 요산 수치 높으면 무조건 통풍일까?

통풍은 혈액 속 요산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시작된다. 퓨린은 우리 몸의 유전자 물질을 구성하는 요소다. 퓨린은 체내 합성이 가능할 뿐 아니라 음식을 통해 섭취할 수도 있는데, 맥주를 비롯한 술 종류와 내장류, 붉은 고기, 등푸른생선 및 갑각류 등에 많이 들어 있다.

흔히 통풍을 진단할 때 활용하는 혈액검사 지표인 ‘요산’(혈청요산수치)은 이러한 퓨린이 우리 몸에서 쓰이고 난 뒤 생기는 대사산물이다. 보통 요산은 혈액에 녹아 있다가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요산이 너무 많이 생성되거나 신장 에서 충분히 배출되지 않으면 혈액 내 요산 농도가 정상 수치( 남성은 7.0㎎/㎗ , 여성은 6.0㎎/㎗)를 넘어서는 ‘고요산혈증’이 발생한다.

현미경으로 본 뾰족한 바늘 모양의 요산 결정체 모습. 위키커먼스 제공

고요산혈증이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곧바로 통풍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고요산혈증 상태가 심해지거나 오래 지속될 때 뾰족한 바늘 형태의 요산염 결정이 관절과 그 주변에 쌓이며 염증 반응이 일어날 때 통풍으로 발전한다.

이 염증 반응으로 관절 부위가 붓거나 극심한 통증(급성 관절통)이 발생하며, 이를 방치했을 땐 만성 관절염과 관절 손상으로도 이어진다. 또한, 비만이나 내장지방형 비만, 신장 기능 이상,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등의 대사질환을 갖고 있다면 통풍으로 발전하기 더욱 쉬워진다.

맥주만 피하면 통풍 괜찮다?…“통풍에 안전한 음주법 없다”

통풍 관리의 핵심은 혈청 요산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음주와 체중, 식습관, 신장 기능 등 요산 생성과 배설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이 가운데 음주는 체내 요산을 높이는 대표적인 생활습관 요인 중 하나다. 알코올 자체가 체내 요산 생성을 촉진하고 요산 배설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요산혈증 및 통풍을 예방·관리하면서도 술을 마실 방법이 있을까? 특히, 퓨린 함유량이 많은 맥주를 안 마시고 과음을 피하면 된다는 통념이 사실일까? 이에 대해 강미라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본부 교수(내분비내과)는 “그렇지는 않다”며 “고요산혈증이나 통풍이 우려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어떤 술을 마실까’보다 주종을 불문하고 ‘얼마나 적게 마실까’가 중요하다”고 단언한다.

최근 강 교수는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대한의학회지(JKMS)에 내놓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과 강북삼성병원 연구진이 함께 한국 성인 1만7천여 명을 대상으로 성별 및 주종별 음주습관이 혈청요산수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했다. 이 결과, 퓨린이 많이 함유된 맥주 외에도 소주와 와인 등 모든 주종에서 음주량이 늘어날수록 혈청요산수치가 높아졌다.

특히, 소주는 퓨린이 거의 없지만 남성에게서는 적은 양의 소주 섭취도 혈청 요산 상승과 유의한 연관성이 나타났다. 일주일에 소주 반병(하루 소주 반잔, 소주 25㎖)부터 체내 요산 상승과 유의한 연관성이 관찰됐다. 소주는 1회 음주 시 소비하는 절대량이 많고 삼겹살 구이처럼 단백질과 지방 함량이 높은 고칼로리 안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았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에게선 맥주 섭취가 혈청 요산 수치 상승과 더 뚜렷한 관련성을 보였다. 비만도가 낮은 체질량지수(BMI, ㎏/m²) 25 미만의 여성에게서도 알코올과 요산의 연관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마른 편이라 술을 마셔도 통풍은 괜찮다’는 생각이 오해라는 것이다.

한편, 음주와 비만 외에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단식이나 급격한 절식 등의 과도한 다이어트 방식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우리 몸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체지방을 급격히 분해하는데 이 과정에서 ‘케톤체’라는 대사 산물이 다량 생성되기 때문이다. 혈액 속 케톤체는 요산과 신장의 배설 통로를 두고 경쟁하기에 요산 배출을 차단해 급성 통풍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

통풍 치료 핵심은 요산 수치 관리…식이조절만으론 한계

통풍의 치료와 관리는 단순히 당장의 통증을 없애는 것에서 끝나면 안 된다. 갑작스러운 관절통(급성 통풍 발작)이 왔을 때 소염진통제 등의 약물을 복용해 통증을 가라앉히기도 하지만, 이를 병이 다 나은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통증 조절과 함께 혈청 요산 수치를 장기적으로 ‘6.0㎎/㎗ 미만’으로 조절해야 한다. 이 수치를 충분히 낮게 유지할 때 관절에 단단하게 붙어 있던 요산염 결정이 다시 혈액 속으로 녹아 나와 통풍 발작 등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기본 치료제인 요산강하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동시에 체중 관리와 금주, 신장 기능 및 대사질환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강 교수는 “약물치료 필요성과 기간 등을 단순히 한 번의 혈액검사 결과만으로 결정해선 안 되며 통풍 발작의 반복 여부, 통풍결절, 신장질환, 요산 수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이미 반복적인 통풍 발작을 경험한 환자라면 발작이 없을 때라도 요산강하제를 꾸준히 장기간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어 그는 “많은 환자가 ‘식단만 철저히 관리하면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고 오해하지만, 엄격히 식이를 조절하고 음주량을 줄이더라도 혈청 요산 수치는 10~15%(0.5~1㎎/㎗) 정도만 낮출 수 있기에 약물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서는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약물치료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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