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소요’ 네팔 재건 막막…무역 관문 파괴, 줄어든 미국발 원조

천호성 기자 2026. 9. 3. 05: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네팔은 대홍수 실종자 수색이 일단락되더라도 폐허가 된 지역을 재건할 길이 막막하다. 네팔 경제력에 비해 피해 규모가 막대한 데다, 수력발전·무역로 등 경제 기반이 무너진 탓이다.

네팔독립발전사업자협회(IPPAN)의 빔 프라사드 가우탐 대표는 수력발전소에서 8억5000만달러(1조16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고, 발전소 개발 계획이 5∼6년 후퇴했다고 본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한 대학병원 앞에 대홍수로 연락이 끊긴 친지를 찾는 이들이 모여있다. 병원 담벼락에는 실종자 신원과 사진을 알리는 게시물이 가득 붙었다. 로이터 연합뉴스

네팔은 대홍수 실종자 수색이 일단락되더라도 폐허가 된 지역을 재건할 길이 막막하다. 네팔 경제력에 비해 피해 규모가 막대한 데다, 수력발전·무역로 등 경제 기반이 무너진 탓이다.

발렌드라 샤 네팔 총리는 1일(현지시각) 페이스북에 지난달 26일 대홍수 이후 4200만달러(575억원) 이상의 원조가 네팔에 들어왔으며, 향후 지원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우방국, 국내외 (구호)기구, 언론과 다른 모든 이해관계자가 모범적인 선의와 지원을 보여줬다”고 썼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지원 규모는 네팔 정부가 추산하는 재건 소요 비용(50억달러·6조8500억원)의 약 8%에 그친다. 앞으로 충분한 원조가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인도적 지원을 주도해온 국제개발처(USAID)를 지난해 폐쇄하는 등 선진국들의 원조가 줄어드는 추세여서다.

블룸버그 통신은 2015년 네팔 대지진 때 미 국제개발처가 50억달러의 재건 비용 중 40억달러 이상을 댔다고 전했다. 반면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의 지원이 이뤄질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짚었다. 이어 마두 마라시니 전 네팔 재무차관을 인용해 “재정지원 영역에서 지금의 국제 상황은 2015년께와 완전히 다르다”고 덧붙였다.

1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 인근에서 구조대가 대홍수 때 실종된 이들을 찾고 있다. UPI 연합뉴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네팔이 스스로 비용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네팔의 1인당 국민소득은 1536달러로 방글라데시(2597달러)의 60% 정도였다. 네팔은 국내총생산(GDP)의 10분의 1을 대홍수 복구에 써야 할 상황이다.

특히 이 나라 주요 산업이던 수력발전 시설이 상당수 파괴되면서 경제 기반은 더욱 취약해졌다. 지난해 네팔은 인도 등 주변국으로 1억9800만달러(약 2700억원)어치 전력을 수출했다. 세계은행은 수력발전 프로젝트가 모두 완공되면 2033년까지 이 부문이 네팔 지디피를 30억달러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대홍수로 400메가와트 이상 용량의 수력 발전소 12곳이 손상됐다. 네팔독립발전사업자협회(IPPAN)의 빔 프라사드 가우탐 대표는 수력발전소에서 8억5000만달러(1조16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고, 발전소 개발 계획이 5∼6년 후퇴했다고 본다.

또다른 주력 산업인 관광과 무역 부문 타격 역시 불가피하다. 중국 티베트와 네팔을 잇는 관문인 중국 지룽항이 대홍수로 파괴되면서다. 지난해 네팔로 들어온 중국산 수입품의 4분의 1이 이 길을 거쳤고, 관광객·순례자들이 이곳을 통해 네팔을 찾았다. 마라시니 전 차관은 이 통로가 폐쇄돼 의류·생활용품 등 중국산 생필품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생활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거라고 우려했다. 네팔 싱크탱크 사회혁신·외교정책센터의 비자이 칸트 카르나 위원장도 “대형 트럭이나 컨테이너 차량이 이곳 도로를 다닐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2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힌두교 사원에서 힌두교 풍습에 따라 친지를 화장하는 시민들. AFP 연합뉴스

재난이 경제난으로 이어지거나 복구가 지지부진하면 샤 총리의 지지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다. 그는 지난해 네팔 제트(Z) 세대 청년들이 주도한 반부패·반정부 시위 이후 총리에 올랐지만 재난 대응을 두고 야권의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라잔 바타라이 네팔 공산당 서기는 중앙정부가 구조작업 과정에서 지방 정부와 제대로 협력하지 못해 생존자들에 대한 지원이 늦어졌고, 피해 지역으로 진입로를 여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고 지적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주검을 매장하기로 한 정부 결정 역시 여론 반발을 샀다. 국민 대부분이 힌두교도인 네팔에서는 주검을 화장하는 전통이 있어 국민들이 장례 절차에 민감하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샤 총리는 “구호품이 효율적으로 수집·배분되도록 당국자들이 피해 지역에 직접 나가 있다. (매장의 경우) 신원 확인이 불가능한 주검에 한해 유전자(DNA) 및 향후 신원 확인에 도움이 될 다른 정보들을 보전하면서 수습을 진행하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