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새 국민연금 외국인 추납 3배… 제도 재설계 필요[기고/김수완]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26. 9. 3. 04:3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외국인이 국내에서 한 달만 일하면서 국민연금에 가입한 뒤 119개월 치 보험료를 한꺼번에 추후납부(추납)해 수급권을 얻는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었다. 여론은 "외국인이 우리 연금을 빼간다"는 쪽으로 흘렀지만, 이 사안의 본질은 국적 문제가 아니라 추납 제도 설계, 그 자체에 있다.

추납은 실직이나 소득 상실로 보험료를 낼 수 없는 기간에 대해 나중에 이를 메워 가입 기간과 연금액을 늘릴 수 있도록 한 장치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근 외국인이 국내에서 한 달만 일하면서 국민연금에 가입한 뒤 119개월 치 보험료를 한꺼번에 추후납부(추납)해 수급권을 얻는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었다. 여론은 “외국인이 우리 연금을 빼간다”는 쪽으로 흘렀지만, 이 사안의 본질은 국적 문제가 아니라 추납 제도 설계, 그 자체에 있다.

추납은 실직이나 소득 상실로 보험료를 낼 수 없는 기간에 대해 나중에 이를 메워 가입 기간과 연금액을 늘릴 수 있도록 한 장치다. 기여한 이력에 따라 급여를 산정한다는 사회보험의 원칙에서 보면 명백한 예외 인정이지만, 1999년 도입 당시의 취지는 분명했다. 국민연금 가입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노후소득 보장의 두께를 키우자는 것이었다. 2016년에는 무소득 배우자(전업주부)와 기초수급자, 장기 행방불명자 등을 대상으로 소득이 없어 국민연금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 기간까지 추납 기회를 넓혔다. 이는 사회적 약자를 챙기려는 선의에서 비롯됐다.

문제는 선의가 설계의 정교함을 대신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현행 제도는 최대 119개월, 약 10년 치를 한꺼번에 소급해 채워 넣는 것을 허용한다. 성실하게 다달이 보험료를 납부해 온 대다수 가입자의 입장에서 보면 짧은 가입 이력만으로 목돈을 넣어 수급 자격을 만드는 방식은 형평에 어긋난다. 국민연금은 사회보험이지, 일시납으로 연금을 ‘구매’하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현황을 보면 추납 제도가 국민연금을 받는 하나의 경로도 굳어져 가는 흐름이 뚜렷하다. 내국인의 추납 건수는 지난해 24만 건, 추납 금액은 1조8000억 원이 넘는다. 100개월 이상을 한꺼번에 추납한 사례도 2021년 66건에서 지난해 221건으로 늘었다.

외국인 추납은 어떤가. 신청 건수는 2021년 556건에서 지난해 1517건으로 세 배 가까이로 늘었다. 지난해 전체 추납 신청의 0.63%로 절대 규모로 보면 1%에 미치지 못한다. 외국인 신청 증가는 예외 적용의 문이 지나치게 많이 열려 있는 데 따른 일부 모습인 것이다. 해외 사례를 봐도 추납 신청 자체를 막지는 않되 학업, 양육 등의 사유와 인정 기간을 2∼8년 수준으로 좁게 제한하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 제도가 유독 관대한 편이라는 점은 되짚어 볼 대목이다.

추납 제도의 개선 방향은 국적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 현대화를 위해 세 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첫째, 예외적 인정의 최소화다. 최대 추납 가능 기간을 지금보다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성실하게 납부한 가입자와의 형평성이다. 가입 기간이 짧은 가입자가 장기간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다가 일시 납부를 통해 바로 연금을 받는 일이 없도록 급여 산정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 셋째, 국적 불문하고 동일한 잣대를 대야 한다. 상호주의와 사회보장협정의 틀 안에서 내외국인에게 일관된 원칙을 세우고 혼인관계, 소득 상실 등 추납 전제 사유에 대한 검증 신뢰도를 국적과 무관하게 높여야 한다.

사각지대를 줄이려던 제도가 이제는 오히려 형평성 논란을 낳고 있다. 이는 소임을 다한 제도를 다음 단계로 성숙시킬 때가 됐다는 신호다.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본래 취지를 지키면서도, 기여와 급여의 정합성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추납 제도를 합리화해야 한다. 최근 추납 제도를 둘러싼 외국인 논란을 지렛대 삼아 제도 전체의 현대적 재설계로 나아가야 한다.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