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닿아서 삶을 바꾸는 책 쓰고 싶어”

박선희 기자 2026. 9. 3.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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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가이자 소설가인 우신영 작가(42)는 이력이 독특하다. 인천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10년을 재직하다가 마흔 무렵에 교수직을 떠나 작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같은 작가가 쓴 책 같지 않다.

―정년이 보장된 교수직을 버리고 마흔에 신인 작가가 되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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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아동문학 사람들]〈4〉동화-소설 오가는 우신영 작가
현실에 분노가 치밀 때 소설 써… 동화 쓸 땐 유년기 되찾는 느낌
만삭에 박사 논문 쓰며 건강 해쳐… 가족도 읽을 책 쓰고 싶어 시작
자신과 스마트폰에 갇힌 아이들… 세계-타인에 호기심 줘야 좋은책
서른에 임용돼 10년 넘게 문학 교수로 일했던 우신영 작가는 “퇴근 뒤 15분 정도 책을 읽어주는 게 다인 바쁜 엄마였는데, 그 시간에 동화의 매력에 다시 빠지게 됐다”며 “어려운 논문이 아니라 전래동화 속 맛있는 음식, 절기, 다정한 할머니 같은 따뜻한 기억을 환기시키는 글을 쓰고 싶어 동화를 쓰게 됐다”고 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아동문학가이자 소설가인 우신영 작가(42)는 이력이 독특하다. 인천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10년을 재직하다가 마흔 무렵에 교수직을 떠나 작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된 동화 ‘언제나 다정죽집’으로 비룡소 황금도깨비상을, 중산층의 위선을 세밀하게 그려낸 세태소설 ‘시티뷰’로 혼불문학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탈바꿈했다. 등단 뒤 2년간 출간한 책만 벌써 8권에 이른다.

성인문학과 아동·청소년 문학을 오가면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우 작가를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동화든 소설이든 이야기가 읽는 이들에게 닿아서 읽기 전과 후의 내가 달라지는 ‘단절의 경험’을 주는 책을 쓰고 싶다”고 했다.

―냉혹하고 거침없는 세태소설과 따뜻한 동화. 같은 작가가 쓴 책 같지 않다.

“소설 쓸 땐 주로 화가 나서 쓴다. 현실 논리로 분노를 뛰어넘을 수 없을 때 허구 세계를 통해서 대결한다. 반면 동화를 쓸 땐 잃어버린 유년기를 되찾는 느낌이다. 어린 시절 상대의 눈을 보고 대화를 못 할 만큼 사회성이 떨어졌었는데 동화가 좋은 친구이자 은신처였다. 어린 시절 나처럼 세상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위로를 주는 다정한 동화를 쓰고 싶다.”

―소설, 동화, 청소년 소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쓴다. 원래 습작을 해왔었는지….

“이것저것 쓰니 특이해 보이지만 글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은 항상 있었다. 논문에서 장르가 바뀐 것일 뿐이다. 지금껏 가르치고 배운 것이 문학이니 그게 습작이라면 습작이었다. ”

―정년이 보장된 교수직을 버리고 마흔에 신인 작가가 되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또래보다 자리를 빨리 잡았다. 어느새 어른 중의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는데 시간의 속도를 되돌려보고 싶었다.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항상 안전한 창가에서 관찰하고 분석하는 일만 한 것 같은 부끄러움도 있었다. 무대 위에서 풀어낼 시간도 필요한 것 같아 용기를 냈다.”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은 그는 “공부 잘하는 여학생으로 평생 부모님 실망시키지 않을 ‘A0’ 코스를 밟아오다 뒤늦게 학점이 아예 안 나오는 일을 선택한 셈”이라며 “반항을 제때 하고 넘어가는 건 정말 중요하다”면서 웃었다.

―소설보다 동화를 먼저 썼는데….

“만삭에 박사 논문을 쓰며 건강을 해쳤다. 내 성취가 우연이 아니란 걸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기 착취를 했던 것 같다. 결국 많이 아팠다. 그게 역설적으로 동화에 끌리는 계기가 됐다. 실제 그 무렵 아파서 죽밖에 먹을 수 없었는데, 나를 살리는 건 남들보다 빨리 성취하려고 했던 멋진 것들이 아니라 엄마나 할머니가 ‘한 숟가락만 더 먹어’ 하고 한두 주걱 얹어줬던 단순하고 따뜻한 죽이란 걸 깨달았다. 교재나 학술서 말고, 가족들도 읽을 수 있는 따뜻한 글을 쓰고 싶었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오래된 죽집을 살리기 위한 소동을 다룬 ‘언제나 다정죽집’(2024년)은 1, 2권 합산 10만 권이 판매됐다. 그는 “교수님들 대신 아이들 얼굴을 보니 좋다(웃음)”며 “내가 만든 세계를 좋아해주는 아이들 덕에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고 했다.

―소설과 동화 작업 중 어떤 게 더 재밌나.

“소설은 증오와 분노를 동력으로 바닥 끝까지 가도 된다는 통쾌함이 있다. 하지만 동화나 청소년 소설은 어느 선에서 돌아 나와야 하고, 다시 희망을 봐야 하니 어렵다. 그래서 어쩌면 고도로 지적이고 더 어려운 작업이다. 퐁당퐁당하듯 오가며 쓰는 게 좋다.”

―좋은 어린이문학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세계와 타인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해 주는 책. 문학을 읽는 이유는 텍스트와 타자를 경유해야만 자신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자신의 세계와 자기 스마트폰에 갇혀 있다. 타인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걸 알게 해주는 것, 나만이 캐릭터가 있는 유일한 존재가 아님을 알게 해주는 것이 동화와 소설의 몫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언제나 다정죽집’ 3권을 비롯해 동화와 성인소설을 각각 준비 중이다. 정말 좋은 책은 읽고나면 세상이 전과 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 한 권이라도 그런 책을 쓸 수 있다면 좋은 인생일 것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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