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경쟁 속 삼전닉스는 150조 주주환원 “투자 골든타임 잃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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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기조에 따라 삼성전자가 최대 110조 원, SK하이닉스가 40조 원의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는 등 상장사들의 배당 및 자사주 매입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대규모 주주환원에 집중하다가 자칫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제조업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그간 한국 기업들이 주주환원에 소홀했던 만큼 적정한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같은 정책은 필요하지만 한국 제조업 특성에 맞는 '한국형 주주환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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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상장사 배당액 51조, 2년새 18%↑
‘밸류업 정책’에 자사주 매입도 늘려… 美마이크론은 133조 초대형 팹 투자
인텔-보잉, 단기 주가 부양하다 쇠락… 전문가 “한국형 주주환원 논의 필요”

하지만 이처럼 대규모 주주환원에 집중하다가 자칫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제조업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주환원도 중요하지만 인공지능(AI) 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설비투자(CAPEX)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투자를 통한 가치 제고와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눈높이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대 110조 원의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지만,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달 24일 삼성전자 주가는 8.7% 하락했다. 주주환원 정책을 검토하는 다른 기업들 사이에서는 시장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 우려도 나온다.
무조건 높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이 기업 밸류업의 답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오히려 과도한 현금 유출이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 훼손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단기 주가 부양에 치중하다가 경쟁력을 잃은 글로벌 대기업 선례도 있다.

인텔 역시 미세공정 경쟁이 치열했던 2018∼2021년 잉여현금흐름(FCF)의 100% 안팎을 주주환원에 소진하면서 기술 혁신에 필요한 설비 투자를 방치한 결과, 대만 TSMC와 미 AMD에 위탁생산(파운드리) 및 설계 주도권을 잃었다.
특히 전문가들은 AI 시대 전환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은 미 현지에 1000억 달러(약 133조 원) 규모의 초대형 메가팹 투자를 진행 중이며, 중국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 등도 대규모 영업흑자에 정부 지원금, IPO 조달 자금까지 쏟아부으며 한국 메모리를 맹추격하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반도체학과 교수는 “인텔이나 일본 반도체가 선제 투자를 주저하다 주도권을 빼앗겼듯, 투자를 실기하면 격차를 회복하기 너무 어렵다”며 “지금은 단순한 반도체 호황 사이클이 아니라 투자를 안 하면 기회조차 없는 ‘AI 사이클’이란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 “한국형 주주환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때”
미국식 주주환원 모델이 국내 자본시장 환경과 맞지 않는다는 구조적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설비투자 비용이 적은 금융이나 테크 업종이 중심인 데다 주가 부양이 자금 조달로 이어지기 쉽다. 기업이 주가를 부양하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할 때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시장에서 낮은 비용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유상증자를 주식가치가 희석되는 ‘악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 주가 부양이 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로 이어지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그간 한국 기업들이 주주환원에 소홀했던 만큼 적정한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같은 정책은 필요하지만 한국 제조업 특성에 맞는 ‘한국형 주주환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주주와의 소통을 통한 비전 공유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금 환원보다 장기 투자를 통해 기업 가치를 증대시키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다면 경영진은 ‘투자를 통해 더 큰 이익으로 보답하겠다’고 주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6월에 발간한 ‘아시아 자본시장 보고서 2026’에서 “일부 (밸류업) 프로그램이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을 장려해 왔지만, 이러한 조치는 주로 현재의 이익을 주주에게 재분배하는 것으로 장기적인 성장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기업가치 제고는 지속적인 투자와 혁신, 효율적 자본 배분에 달려 있다”고 권고했다. 이어 “장기적 전략을 뒷받침하고, 기업과 투자자 간 관계를 강화하는 좀 더 폭넓은 조치가 밸류업 제도의 효과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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