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과거를 알게된 후 무너졌다…신부가 무서워진 신랑, 결혼할 수 있을까

남보라 2026. 9. 3.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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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던 남자는 카페 창가 자리에서 혼자 책을 읽고 있던 여자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카페에 들어가 근처를 서성이며 책 제목을 알아낸 남자는 여자에게 책 얘기로 말을 건넨다. 하지만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여자는 남자의 말을 듣지 못하다가, 뒤늦게 남자가 관심을 사려 했다는 걸 알아차리고 웃으며 말한다.

카페에서 남자가 의자를 당길 때 나는 커다란 드르륵 소리, 어딘가 위압적인 주변의 웅성거림, 위태로운 카메라 움직임은 시작하는 연인에게 닥칠 균열을 예고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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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드라마' 리뷰]
결혼 앞둔 행복한 커플에게 닥친 균열
'과거 최악의 행동'을 납득할 수 있을까
로맨스·공포·블랙코미디가 한 작품에
미국 A24 제작, 김태호PD 첫 배급작
영화 '더 드라마'에서 카페에서 혼자 책을 읽다가 한 남자를 발견한 엠마(젠데이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워터홀컴퍼니
영화 '더 드라마'에서 카페에서 책을 읽는 엠마(젠데이아)에게 첫눈에 반해 말을 거는 찰리(로버트 패틴슨).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워터홀컴퍼니 제공

길을 가던 남자는 카페 창가 자리에서 혼자 책을 읽고 있던 여자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카페에 들어가 근처를 서성이며 책 제목을 알아낸 남자는 여자에게 책 얘기로 말을 건넨다. 하지만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여자는 남자의 말을 듣지 못하다가, 뒤늦게 남자가 관심을 사려 했다는 걸 알아차리고 웃으며 말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줄래요?”

기분 좋은 긴장감과 설렘에 마음이 간질거리기 마련인 첫 만남의 순간이다. 하지만 영화 ‘더 드라마’는 첫 만남부터 묘하게 불길하다. 카페에서 남자가 의자를 당길 때 나는 커다란 드르륵 소리, 어딘가 위압적인 주변의 웅성거림, 위태로운 카메라 움직임은 시작하는 연인에게 닥칠 균열을 예고하는 듯하다. 할리우드 대표 배우 젠데이아와 로버트 패틴슨의 조합으로 화제를 모은 이 영화는 로맨스 영화의 외피를 입은, 밀도 높은 심리스릴러극이다.


사건 하나로 타인을 정의해도 될까

영화 '더 드라마'에서 친구 커플과 만나 '살면서 저지른 최악의 행동'을 얘기하는 엠마(젠데이아)와 찰리(로버트 패틴슨).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워터홀컴퍼니 제공

서로에게 빠져들어 2년간 함께한 엠마(젠데이아)와 찰리(로버트 패틴슨)는 “영원한 사랑을 찾았다”며 결혼을 준비한다. 하지만 친구 커플과 만나 대화를 나누던 어느 저녁 파국이 시작된다. ‘살면서 저지른 최악의 행동’을 차례로 얘기하다 엠마의 과거를 알게 된 찰리의 눈엔 엠마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재미있고 다정하며, 이해심이 많고 웃을 때 너무 예뻐서” 엠마를 사랑한다던 찰리에게 이제 엠마는 두렵고 찜찜하며, 기괴하고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영화는 보는 이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엠마를 밀어내는 찰리를 보며 ‘타인을 과거의 가장 어두운 순간으로 정의해도 되는 걸까’ 이성적인 질문이 고개를 들었다가도 ‘그 어둠이 언제 또 발현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피어오르며 찰리에게 감정이입하게 된다. 영화는 어느 쪽에도 서지 않은 채 그저 질문을 던진다. ‘납득하기 어려운 경계 밖의 모습도 사랑하는 사람의 일부로 공존할 수 있을까’, ‘찰리가 받아들이지 못한 건 엠마의 과거일까, 어두운 과거를 가진 자의 남편이 되는 일일까’ 하는 질문이 극장 밖까지 따라 나온다. 영화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건 감각적인 연출과 질주하는 서사의 힘도 크지만, 무엇보다 전작들의 얼굴을 말끔히 지운 채 오롯이 찰리로서 붕괴되는 패틴슨 연기의 압도감 때문이다.

결혼식 준비를 꾸역꾸역 하지만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찰리(로버트 패틴슨).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워터홀컴퍼니 제공

장르 교차하며 긴장·웃음·공포 동시에

이 영화에는 여러 장르가 섞여 있다. 두 사람이 행복한 장면에서도 어디선가 ‘쿵’ ‘탁’ 하는 파열음이 들려오는 시각과 청각의 불일치는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한다. 찰리가 혼돈 속에 무너져 내리는 과정은 공포 영화에 버금가는 섬뜩함을 준다. 그러다 두 사람의 황당하고 민망한 상황에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로맨스와 심리스릴러, 블랙코미디가 빠르게 교차하면서 낯선 감각을 깨운다. 제작진을 보면 유연한 장르 혼합의 배경이 드러난다. 초현실적 블랙코미디 영화 ‘드림 시나리오’(2023)를 만든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이 연출을 맡고, 기존 공식을 깬 공포 영화 ‘유전’(2018) ‘미드소마’(2019)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아리 에스터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했다.

영화 기획·제작·배급은 미국의 독립·예술영화 제작사 A24가 맡았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문라이트’(2017)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를 비롯해 윤여정이 출연한 ‘미나리’(2021) 등 감독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실험적 영화를 주로 만들어 팬층이 두터운 곳이다. ‘더 드라마’ 역시 A24다운, 낯설지만 매혹적인 영화다. 국내에선 ‘무한도전’ 출신 김태호 PD의 첫 배급 영화로 관심을 모았다. 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더 드라마' 포스터.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워터홀컴퍼니 제공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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