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쓰자 논문 수 3배 늘었는데… 연구 주제 범위는 4.63% 좁아져[박재혁의 데이터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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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과학 연구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과학의 본질인 다양성과 혁신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최근 발표된 두 연구는 AI가 연구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강력한 도구인 동시에, 과학계의 탐구 영역과 연구 아이디어의 다양성을 좁힐 수 있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분석 결과 AI를 연구에 활용한 과학자는 그러지 않은 과학자보다 연평균 3.02배 많은 논문을 발표하고, 4.84배 많은 피인용 횟수를 기록했다.
AI가 연구의 양적 팽창을 돕는 시대일수록 국가 R&D 정책은 AI가 불러올 수 있는 획일화를 경계하고 과학적 다양성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더욱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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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주제, 데이터 풍부한 분야 쏠려… LLM 활용도 높을수록 독창성 떨어져
연구비 수주율 높아도 혁신 성과 미미… 국가 R&D, 다양성 중심의 심사 필요


인공지능(AI)이 과학 연구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정부는 AI를 활용해 첨단 바이오와 양자, 우주 등 8대 분야의 12개 국가 임무를 2035년까지 해결하겠다는 ‘K-문샷(Moonshot)’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미국도 AI로 과학 연구 패러다임을 혁신하는 ‘제네시스 미션(Genesis Mission)’을 출범시키고 50억 달러(약 6조8000억 원) 이상의 연방정부 투자를 약속했다.》
일선 연구 현장에서도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및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과 논문 작성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AI가 연구의 속도와 효율을 높인다는 데는 이견이 많지 않다. 하지만 과학의 본질인 다양성과 혁신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최근 발표된 두 연구는 AI가 연구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강력한 도구인 동시에, 과학계의 탐구 영역과 연구 아이디어의 다양성을 좁힐 수 있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분석 결과 AI를 연구에 활용한 과학자는 그러지 않은 과학자보다 연평균 3.02배 많은 논문을 발표하고, 4.84배 많은 피인용 횟수를 기록했다. 독립적인 연구책임자로 성장하는 데 걸린 기간도 평균 1.37년 단축됐다. 연구자의 생산성과 학문적 성취 측면에서 두드러진 향상을 보였다.
그러나 논문이 다루는 지식의 범위를 고차원 벡터 공간에서 분석하자 과학계 전체 차원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AI 활용 연구가 다루는 주제의 범위는 일반 연구보다 4.63% 좁았다. 후속 연구들이 해당 연구를 바탕으로 연구에 참여하는 정도도 22% 감소했다. 연구자들이 AI를 활용해 미개척 영역을 탐구하기보다 데이터가 풍부하고 이미 학계의 관심이 집중된 주류 연구 주제로 몰린 결과다. 개인의 생산성은 크게 향상됐지만 과학계 전체가 탐구하는 지식의 외연은 오히려 좁아진 셈이다.

독창성이 떨어졌는데도 현행 심사 체계에서는 LLM을 활용한 제안서가 일정 부분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 NIH 자료에 따르면 LLM 활용도가 높은 제안서는 그렇지 않은 제안서보다 연구비를 지원받을 확률이 약 4%포인트 높았다. 연구비를 받은 뒤 출판된 논문의 수도 5% 더 많았다.
그러나 늘어난 논문은 학계에 큰 파급력을 미치는 최상위 피인용 논문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피인용 횟수가 적은 평범한 논문에 집중됐다. 이는 LLM이 심사 기준에 부합하는 완성도 높은 제안서를 작성하고 양적 실적을 늘리는 데는 기여했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파괴적 혁신이나 모험적인 연구 성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았음을 나타낸다.
두 연구는 한국의 K-문샷이나 미국의 제네시스 미션처럼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국가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도 중요한 정책적 함의를 던진다.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AI의 도입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기존의 정량적 평가 시스템이나 성공 사례를 중시하는 심사 방식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연구자들은 AI를 이용해 형식적으로 매끄럽고 심사를 통과하기 ‘안전한’ 연구만 제안하는 데 머무를 위험이 있다.
따라서 고위험·고수익을 지향하는 선도형 R&D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논문 편수나 단기 성과 지표의 비중을 낮추고, 제안된 아이디어 자체의 혁신성과 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심사 방식을 다각화해야 한다. AI가 연구의 양적 팽창을 돕는 시대일수록 국가 R&D 정책은 AI가 불러올 수 있는 획일화를 경계하고 과학적 다양성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더욱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
연구① Hao, Qianyue, et al. “Artificial intelligence tools expand scientists’ impact but contract science’s focus.” Nature 649.8099 (2026): 1237-1243.
연구② Qian, Yifan, et al. “The rise of large language models and the direction and impact of US federal research funding.”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23.33 (2026): e2601439123.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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