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네트워크 슬라이싱·세제혜택 묶어야”…‘AI 혈맥’ 통신망·해저케이블 해법 모색

심화영 2026. 9. 2. 22:2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AI 시대 네트워크 고도화 방안’ 정책 세미나에서 기조발표를 맡은 학계 전문가들과 과기정통부 관계자, 통신 3사 정책 담당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심화영기자
통신3사 정책담당자들이 2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AI시대 네트워크 고도화 방안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심화영기자

데이터 2031년까지 5배 증가 전망…GPU 중심 AI 정책에 통신업계 ‘냉가슴’
망중립성 유연화·3G 조기 종료·AIDC 세제 지원·해저케이블 재허가 기간 연장 요구

[대한경제=심화영 기자]생성형 AI와 자율주행 확산으로 오는 2031년 데이터 전송량이 2025년 대비 최대 5배 폭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통신 인프라를 단순 설비가 아닌 ‘AI 국가 전략 인프라’로 재정의하고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을 아우르는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나왔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AI 시대 네트워크 고도화 방안’ 정책 세미나를 개최하고, 차세대 통신망(5G SA·6G) 및 AI 데이터센터(AIDC) 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입법·정책 과제를 논의했다.

이날 현장에 모인 학계, 산업계, 법조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AI 정책이 GPU 확보 등 컴퓨팅 파워에만 쏠려있고, 이를 연결하는 ‘혈맥’인 네트워크와 해저케이블, 데이터센터 지원책은 소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첫 주제발표에 나선 이경원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1996년 2G부터 2019년 5G 상용화까지 네트워크 고도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왔지만, 현재 전 세계 통신사들은 막대한 CAPEX(설비투자)와 정책성 비용, AI 인프라 투자 부담으로 투자 재원 마련에 심각한 애로를 겪고 있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해외 주요 통신사들은 맞춤형 품질을 제공하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으나, 국내는 엄격한 망중립성 규제에 가려져 자칫 불필요한 논쟁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낮은 요금과 높은 CAPEX의 굴레를 벗어나, 투자 편익이 다시 고도화 투자로 이어지는 생태계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정훈 연세대학교 교수는 AIDC 구축의 최대 병목으로 전력과 인허가를 꼽았다. 모 교수는 “AIDC는 단순 건물이 아니라 전력이 집약된 대규모 건설 공사”라며 “인허가 타임아웃제 실효화와 함께 내년 3월 시행될 전력망 특례법의 하위 시행령을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모 교수는 국내 데이터센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개방형(코로케이션) AIDC 지원 필요성을 적극 피력했다. 그는“부지·전력·용수 등 인프라 구축 비용은 정부가 일부 부담하고 민간이 GPU와 건물을 맡는 민관 협력 구조를 고민할 때”라며 “자가형(온프레미스)만 지원하고 개방형은 제외한다는 단순 논리로는 국내 AI 팩토리 산업의 외연을 넓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통신 3사 정책 담당자들은 네트워크 투자를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과 정부 지원 부재에 대해 가감 없는 쓴소리를 던졌다.

SK텔레콤 신상민 정책개발실장은 “정부 AI 관련 예산 9조4000억원 중 대부분이 GPU 관련 예산일 뿐, 정작 네트워크 예산은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과감한 망 현대화와 인력 전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5G SA와 네트워크 슬라이싱으로 이용자 선택권을 넓혀줘야 하며, 정부는 무작정 투자를 요구하기보다 투자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달라”고 의견을 냈다.

KT 서은일 통신정책담당은 “AIDC 활성화를 위해서는 바다를 건너는 해저케이블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으로 우리나라는 해외 연결을 절대적으로 해저케이블에 의존하고 있고, KT는 2031년까지 조 단위 투자를 통해 용량을 확충할 계획”이라면서 “그러나 회수 기간만 10년 이상 걸리고 어민 보상 협상에만 1년 이상이 소비되는데, 일본 등 해외와 달리 국내 해저케이블 재허가 사용 기간은 5년에 불과해(전력케이블은 30년)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이아영 대외전략담당은 “네트워크는 한 사업자가 투자하지만 편익은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공공재다. AI-RAN 및 5G SA 등 차세대 전환이 지속 추진되려면 미래망 투자 세제지원과 예측 가능한 정책 인센티브가 뒤따라야 한다”면서 “국내 AIDC 대다수가 개방형인 만큼 시행령 및 세제 설계 시 코로케이션 AIDC에 대한 지원 형평성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통신 사업자들의 투자 회수 모델(ROI)을 마련해 주는 시행령이 구체적인 정책에 담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노진홍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네트워크 산업 자체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3G 망 조기 종료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5G 특화망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손혁민 가천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2026년 말 5G SA 의무화를 공시했지만, 투자 회수가 불분명하다”며 “네트워크 슬라이싱 도입 시 요금을 차등 부과할 수 있는 자율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업자는 수익모델을 만들 수 없는 만큼, B2G 다년 계약 형태의 공공 수요 창출 등 구체적인 디테일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대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