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포항 개 농장 18곳 모두 폐업… 염소 전환 농가 가보니

김국진기자 2026. 9. 2. 20:0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룟값 부담·도축장 부재에 짓눌린 농민들 ‘한숨만’
시, 개 식용 종식법 앞두고 매듭
전업농가 6곳 폐업 후 더 큰 난관
반값 수입산·원정 도축 ‘이중고’
수익은 개 키울 때 ‘반토막’ 한탄
정부, 농가 위한 실질 대책 시급
한때는 개 농장이었던 포항시 흥해읍 곡강리의 한 염소 농장에서 농장주 정성철씨가 염소들을 바라보고 있다. 김국진 기자

포항시 북구 흥해읍 곡강리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정성철(62) 씨의 축사에는 현재 40마리의 염소만 남아있다. 30년 동안 개를 사육해 온 정 씨는 지난해 초 오랜 세월 함께해 온 개를 모두 치웠다. 정 씨는 "염소를 많이 키울 땐 70~80마리까지 늘렸는데, 수익도 안 나는 데다 나이가 드니 힘들어서 40마리로 줄였다"고 털어놨다.

정 씨는 "30년 넘게 해온 일이지만 개 사육을 접는 거야 시대적 수순이니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느냐"며 "법 제정 전이었지만 미련 없이 싹 정리하고 염소만 남겼다"고 말했다.

정 씨처럼 현장에서 개 사육을 내려놓는 농가들이 늘면서, 내년 2월 '개 식용 종식법'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포항 지역 내 개 농장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됐다. 포항시 내 전체 18개 개 농장 중 17개소는 폐업 보상금 지급을 마쳤고, 남은 1개소는 지난 14일 최종 폐업이 확인되면서 포항의 개 농장은 '0곳'이 됐다. 오랜 사회적 논란이었던 개 농장 폐업이 시대적 흐름과 법제화에 맞춰 매듭을 지은 것이다.

하지만 개 사육을 포기하고 염소 사육으로 전환한 포항 지역 6개 농가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다수가 10~20마리 수준의 소규모 사육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정 씨는 "개 키울 때야 잔반이라도 활용했지만 염소는 온전히 사료를 사 먹여야 한다"며 "20kg 한 포대에 1만3000원 하는 사료를 한 달에 두 번, 매번 20~30포대씩 사들이다 보니 사룟값으로만 매달 50만~80만원이 나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들어가는 돈은 늘었는데 정작 손에 쥐는 수익은 개를 키울 때의 40~50%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고 한탄했다.

여기에 호주산 등 저렴한 수입 염소고기의 대량 유입도 국산 가격을 짓누르고 있다. 수입 염소고기(냉동 정육 기준) 유통 단가는 kg당 1만2000원~1만8000원 선으로, kg당 3만5000원 선을 형성하는 국산 염소고기 도매가의 절반 수준이다. 저렴한 수입산이 유통망을 넓혀가면서 국산 염소의 생체 경매 가격도 약세를 보여, 지난주 영천축협 경매 가격 기준 염소 생체 가격은 암컷이 kg당 7367원, 수컷 6183원, 거세 5932원에 형성됐다. 20kg 이하 약용 염소 역시 kg당 7365원 선을 기록했다.

도축 인프라의 부재도 현장 농민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정 씨는 "포항에는 도축장이 없어서 멀리 경북 김천까지 염소를 실어 보내야 한다"며 "장거리 이동 부담도 크고 수송 스트레스로 인한 고기 품질 저하 위험도 다 농가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도병술 포항시 축산과장은 "1999년 준공됐던 도축장이 수요 부족으로 부도가 난 뒤 경매로 넘어가 현재는 재가동이 어려운 상태"라며 "경북도 내 기존 도축장들도 가동률이 50%를 겨우 넘는 수준이라 수지를 맞추기 어렵고, 포항은 사육 두수나 수요가 적어 단독 도축장을 신설·운영하기에 사업성이 떨어지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2월 개 식용 금지 시행을 앞두고 염소가 대체 축종으로 대두되면서 최근 정부 차원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사육 두수 증가 추세에 맞춰 농림축산식품부 내 전담 부서 신설 등 향후 지원체계 마련이 논의될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Copyright © 경북도민일보 | www.hidomin.com | 바른신문, 용기있는 지방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