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앉은 코스피..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급락에 낙폭 확대
외국인·기관 대규모 매도…개인 매수에도 역부족
고유가·고금리 장기화 우려…한국 증시 취약성 부각
[지데일리] 코스피가 하루 만에 270포인트 넘게 증발하며 6500선으로 밀려났다.

중동발 지정학적 충격이 국제유가와 미국 국채금리를 동시에 끌어올리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국내 증시를 강타한 것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던 국내 증시가 대외 변수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다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73.08포인트, 3.99% 하락한 6562.7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하루 동안 4% 가까이 급락하면서 6600선마저 내줬다. 이날 지수는 3.08% 하락한 6625.47로 출발한 뒤 장중 낙폭을 일부 줄이는 흐름을 보였지만 오후 들어 매도세가 다시 거세지면서 6500선까지 내려앉았다.
시장에 충격을 준 핵심 요인은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격화였다.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는 배럴당 90.22달러로 5.2% 올랐고 브렌트유도 94.65달러까지 상승했다.
원유 가격 상승은 물가 압력을 다시 높일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고, 미국 국채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졌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7%대까지 올라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특히 국내 증시를 떠받쳐온 반도체 대형주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지수 낙폭을 키웠다. 삼성전자는 4.02% 떨어진 25만500원에 마감했고 SK하이닉스는 4.73% 하락한 161만3000원을 기록했다.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큰 국내 증시 구조상 대형 반도체주의 급락이 지수 전체에 상당한 충격으로 작용했다.
수급도 시장의 불안을 보여줬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약 1조9000억원과 2조원을 순매도하며 매물을 쏟아냈다. 개인투자자는 2조3000억원가량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물량을 모두 받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와 조선, 전력기기 등 그동안 시장을 주도했던 업종에서도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됐다.
코스닥 역시 안전하지 않았다. 이날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17.27포인트, 2.10% 내린 803.98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에는 800선을 밑돌기도 했지만 낙폭을 일부 회복한 뒤 다시 매물이 나오면서 800선 초반에 머물렀다.
외환시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움직임을 나타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7원 내린 1368.7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식시장에서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졌지만 원화 가치가 급격히 흔들리는 상황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문제는 이번 충격이 하루짜리 악재로 끝날지 여부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하면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고유가와 고금리가 동시에 이어지면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과 가계의 금융 부담이 커지고 경기 회복에도 부담이 된다. 특히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비용 상승과 소비 위축이라는 이중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증시의 높은 반도체 의존도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업황이 호조를 보일 때는 지수 상승을 견인할 수 있지만 지정학적 위험과 글로벌 금리 변화가 발생하면 대형주 중심의 매도세가 지수 전체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동반 급락은 이런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미국 국채금리의 움직임에 집중될 전망이다.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유가와 금리가 안정된다면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될 여지도 있다. 반대로 충돌이 장기화하고 원유 공급 차질 우려까지 현실화한다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코스피 6500선의 붕괴가 일시적인 조정으로 끝날지, 새로운 불안 국면의 시작이 될지는 앞으로의 지정학적 상황과 물가·금리 흐름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