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률 76% SK하이닉스, 진짜 리스크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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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는 1674년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움직이는 돌'의 비유로 자유를 설명했다.
ROE 높다 ≠ 사업 질 높다레버리지 영향일 수도스피노자의 철학을 기업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스피노자의 비유를 빌리자면 ROIC는 자기 본성만으로 움직일 때의 수익률이고, ROE는 거기에 외부의 힘이 더해진 결과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 76%는, 고객사의 ROIC가 WACC를 웃돈다는 가정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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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E 높다 ≠ 사업 질 높다…레버리지 영향일 수도
● 채권·주식 발행 통한 자금 조달 비용까지 따져야
● SK하이닉스, 재무제표 건실하지만 고객사가 문제
● 재무 레버리지 이용하는 빅테크, 문제 생긴다면…
● 시장 분위기 좋을 때 ‘사이클 밖’을 고민해 봐야


연장선상에서 스피노자는 '에티카'를 통해 본성에 따라 존재하고 행동하는 것을 '자유'로, 외부 원인에 의해 존재하고 행동하도록 결정되는 것을 '강제'라고 구분했다. 여기서 자유와 강제는 단순히 좋고 나쁨을 가르는 기준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난 움직임만 보고 원인까지 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ROE 높다 ≠ 사업 질 높다…레버리지 영향일 수도
스피노자의 철학을 기업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숫자는 많은 것을 알려주지만 한계 또한 명확하다. 지표만으로는 성과의 원인이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에 기인하는지 외부에 있는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 문제를 잘 보여주는 지표가 자기자본이익률(ROE)이다. ROE는 주주가 맡긴 돈으로 기업이 얼마나 많은 이익을 냈는지를 알려준다. 자기자본 100을 투입해 순이익 20을 냈다면 ROE는 20%다. 일반적으로 ROE가 높을수록 좋은 기업으로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높은 ROE를 만들어낸 원인은 다양할 수 있다는 점이다.듀퐁분석(ROE=순이익률×총자산 회전율×재무 레버리지)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소하는 분석 기법이다. 듀퐁분석은 ROE를 매출 대비 수익성을 보여주는 '순이익률', 자산 활용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총자산 회전율', 자기자본 대비 자산 규모를 나타내는 '재무 레버리지(자기자본승수)'로 해부해 기업의 ROE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분석하는 기법이다. 쉽게 말해 같은 ROE라도 장사를 잘한 결과인지, 가진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결과인지, 아니면 부채 등 재무 레버리지를 활용한 결과인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여기서 순이익률과 총자산 회전율은 '사업의 수익성'을 알려준다. 그러나 '자금 조달'과 관련된 재무 레버리지는 성격이 다르다. 똑같은 사업을 하더라도 어느 한 회사가 남의 돈을 더 끌어다 쓰면 ROE도 높게 나타난다. 게다가 레버리지는 방향을 만들지 않으며 강도를 증폭할 뿐이다. 사업이 잘될 때는 이익을 더 크게 키우지만 상황이 돌아서면 손실 역시 확대한다. 그래서 사업의 수익성이 조금만 흔들려도 레버리지를 많이 쓴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격차는 급격하게 벌어진다.
결국 ROE가 높다는 사실만으로는 그 회사가 돈을 잘 벌고 있는지, 아니면 많은 돈을 빌린 결과인지 알 수 없다. 두 경우 모두 ROE가 높게 나오기 때문이다. 마치 물체가 날아간다는 사실만 알려줄 뿐, 스스로 움직인 것인지 누군가 던진 것인지는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래서 함께 봐야 할 지표가 투하자본이익률(ROIC)이다. ROIC는 자기 돈이든 빌린 돈이든 상관없이 사업에 투입된 자본 전체를 기준으로 기업이 얼마나 많은 영업이익을 만들어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쉽게 말해 '누구의 돈인가'보다 '사업에 들어간 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굴렸는가'를 알려준다. 스피노자의 비유를 빌리자면 ROIC는 자기 본성만으로 움직일 때의 수익률이고, ROE는 거기에 외부의 힘이 더해진 결과다.
주의할 점은 ROIC가 높다고 해서 분석을 끝마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돈을 끌어오는 데 얼마의 비용을 치렀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사업에 쓸 돈을 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채권을 발행해 돈을 빌리거나, 주식을 발행해 판매하는 것이다. 채권을 발행하면 이자를 내야 한다. 주식 발행은 이자가 발생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공짜는 아니다. 기존 주주는 지분이 희석된 채 위험을 감수하는 만큼 일정한 수익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기대수익률 역시 돈을 끌어오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다. 채권이든 주식이든 기업은 값을 치르고 돈을 조달하는 셈이다.
이때 둘을 각각의 비중에 따라 가중평균한 것이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이다. 쉽게 말해 기업이 사업에 쓸 돈을 조달하기 위해 부담하는 평균 비용이다. 그래서 기업의 ROIC는 WACC보다 높아야 한다. 자본비용이 10%인데 투자수익률이 5%에 그친다면 사업을 키울수록 기업가치가 훼손되기 때문이다. 레버리지도 마찬가지다. 차입비용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면 레버리지는 주주의 수익을 끌어올리는 지렛대가 된다. 하지만 반대라면 손실을 더 크게 만드는 장치로 바뀐다.
SK하이닉스, 재무제표 건실하지만 고객사가 문제
서론이 길었다. 앞선 배경지식을 토대로 지금의 시장을 살펴보자. SK하이닉스는 2026년 2분기 영업이익률 7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TSMC의 영업이익률은 60%였다. 반도체 업계에서 수익성의 기준으로 꼽히는 회사를 15%포인트 이상 앞선 것이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부문에서 사상 최대 이익을 냈고, 마이크론의 매출총이익률은 85%에 육박했다.
그런데 시선을 한 단계 위로 올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SK하이닉스의 매출은 결국 빅테크 등의 고객사, 즉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에서 나온다. SK하이닉스의 매출은 고객사의 비용인 셈이다. 문제는 하이퍼스케일러가 막대한 돈을 들여 지은 데이터센터가 앞으로 얼마의 영업이익을 만들어낼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반면 자본은 이미 투입됐고, 그중 상당 부분이 빌린 돈이라 조달 비용마저 따라붙고 있다.
아마존은 올해 2000억 달러를 설비투자에 쓸 계획이다. 영업으로 버는 돈은 여전히 많지만 그 돈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로 빠져나가면서, 최근 1년간 잉여현금흐름은 1년 전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모자란 만큼을 채권시장에서 가져왔는데, 지난 1년간 빌린 돈이 1000억 달러를 넘어설 정도다. 알파벳은 다른 쪽 문을 열었다. 6월 847억 달러를 주식 발행으로 조달한 것이다.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알파벳이 마지막으로 주식을 찍은 것은 2006년이었다.
물론 두 회사 모두 자금 조달에 실패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돈을 빌리는 비용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7월 초 아마존이 250억 달러를 조달할 당시 금리 조건이 확정되고 발표된 주문액(수요)은 발행액(공급)의 1.6배 수준이었다. 올해 미국 우량 회사채의 평균 주문배수가 4배 안팎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의 수요가 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알파벳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환우선주에는 연 6.25%의 배당이 붙었고, 버크셔해서웨이는 시장가보다 6.5% 낮은 가격에 들어왔다. 1270억 달러의 현금을 가진 회사가 그만한 값을 치르면서까지 주식을 찍은 것이다.
시장 분위기 좋을 때 '사이클 밖' 고민해 봐야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게 볼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재무제표에는 레버리지가 없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 76%는, 고객사의 ROIC가 WACC를 웃돈다는 가정 위에 서 있다. 고객이 지속적으로 인공지능(AI)이나 데이터센터로 높은 수익을 내고, 그 돈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사줘야 하기 때문이다. 즉 SK하이닉스엔 레버리지가 없는 것이 아니다. 한 칸 위로 올라가 있을 뿐이다. 만약 상황이 뒤집힌다면 SK하이닉스도 같은 배수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코스피는 7월 동안 22% 하락했다. 이조차 마지막 거래일의 급반등이 만들어낸 결과다. 7월 30일까지 낙폭은 34%에 달했고, 그대로 월말을 맞았다면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넘어 월간 기준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할 뻔했다.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지만 마지막 거래일인 31일 17.91% 치솟은 덕분에 가까스로 이를 피할 수 있었다. 46년 만의 최대 상승률이었고, SK하이닉스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사이 기업들의 상황이 바뀐 것은 없었다. 왜 이렇게 내렸고 올랐는지도 명확하게 분석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회사의 숫자가 그대로여도 숫자를 떠받치는 조건이 하루 만에 재평가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글은 지금이 고점이라거나 곧 주가가 무너진다는 전망을 하고자 쓴 것이 아니다. 반도체 기업의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는 숫자는 진짜고, 칩에 대한 수요도 진짜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질문은 "여기가 바닥인가"가 아니다. "이 회사의 ROIC는 어디에서 나오고 있는가" "그들이 치르는 돈의 값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이것을 생각해야 한다.
스피노자는 유한한 존재들은 끝없는 인과의 사슬 속에 놓여 있다고 봤다. 하나의 결과는 앞선 원인에 의해 결정되고, 그 원인 역시 그보다 앞선 또 다른 원인의 결과다. 스피노자는 우리가 사슬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 사슬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자유라고 했다.
원인을 알게 된 사람은 여전히 같은 사슬 안에 매여 있더라도, 더는 자기가 날고 싶어서 난다고 믿지는 않는다.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사이클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다만 지금 이 수익률이 어디에서 오고 있는지는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은 분위기가 좋은 지금뿐이다. 사슬이 끊어진 뒤에는 묻지 않아도 알게 된다.

● 1967년생
● 前 LS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 저서: '한국형 탑다운 투자 전략' '주식의 시대, 투자의 자세'
윤지호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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