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은 굳이 꺼내지 말자’…장윤기 사건 분리수사 지시한 전 국수본부장

김용희 기자 2026. 9. 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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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고등학생을 살해한 장윤기 사건 축소 의혹을 받는 박성주 전 본부장 등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전현직 간부 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국수본 ㄱ강력계장과 ㄷ성폭력범죄수사계장은 '분리수사를 하면 살해 사건 범행 동기 설명이 어렵다'는 점에 공감했지만 박 전 본부장의 지시를 광산서 수사팀에 전달했고 ㄱ강력계장은 광주경찰청 강력계장에게 병합 송치 금지를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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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경찰 지휘라인 조직적 권한 남용”
박성주 전 본부장 등 전현직 간부 4명 기소
박 “피해자 보호 위한 정당한 지시” 혐의 부인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걸린 깃발. 연합뉴스

여자 고등학생을 살해한 장윤기 사건 축소 의혹을 받는 박성주 전 본부장 등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전현직 간부 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광주지검은 2일 언론브리핑을 열어 국수본 박 전 본부장, ㄱ강력범죄수사계장(경정, 강력범죄수사과장 대행), ㄴ 전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장(총경), ㄷ성폭력범죄수사계장(경정) 등 4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혐의로 입건했던 국수본 형사국장은 증거 부족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들은 5월5일 0시10분께 장윤기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에서 여자 고등학생을 살해하자 장씨가 앞서 자행한 외국인 여성 스토킹·성폭행 사건과 살인사건을 분리 수사하도록 광주광산경찰서 수사팀에 부당하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광주지검 설명을 들어보면, 5월5일 장씨의 살인사건 이틀 전인 5월3일 장씨에게 성범죄를 당한 외국인 여성이 장씨를 스토킹 혐의로 112에 신고했다. 당시 경찰이 출동했지만 피해 여성이 사건 접수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건을 현장에서 종결했고 24시간 이내 신고자 안전을 확인하는 ‘사후 콜백’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신태훈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2일 광주지검 중회의실에서 언론브리핑을 열어 여자 고등학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 축소 의혹을 받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전현직 간부 4명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검찰은 박 전 본부장이 이 사실은 인지한 뒤 살인사건과 스토킹·강간 사건을 서로 다른 부서에서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경찰은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 등 스토킹에 대한 부실한 대응으로 비판을 받는 상황이었다. 박 전 본부장은 ‘강간은 조용히 하자’, ‘일부러 숨기는 것은 아닌데, 굳이 우리가 먼저 꺼낼 것은 아니지 않냐’고 국수본 ㄱ강력계장에서 분리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박 전 본부장은 경찰 수사에서 ‘성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정당한 지시였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산서 수사팀은 5월8일, 11일 두차례 사건 병합을 요청했다. 국수본 ㄱ강력계장과 ㄷ성폭력범죄수사계장은 ‘분리수사를 하면 살해 사건 범행 동기 설명이 어렵다’는 점에 공감했지만 박 전 본부장의 지시를 광산서 수사팀에 전달했고 ㄱ강력계장은 광주경찰청 강력계장에게 병합 송치 금지를 지시했다.

광주지검은 박 전 본부장의 지시 때문에 광산서 수사팀이 ‘살인 사건’의 동기와 성범죄 목적 등의 규명에 필요한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광주지검은 “광산서 수사팀의 병합 수사·병합 송치 건의가 국수본 지휘라인의 조직적인 권한 남용으로 모두 묵살돼 장씨는 결국 ‘단순 살인’ 혐의로만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지검이 공무상 비밀누설, 증거인멸, 증거인멸 방조 등의 혐의로 입건한 광산서 형사과 전 수사팀장과 전 수사팀원은 앞서 기소돼 오는 14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함께 입건된 전 광산서장, 전 광산서 형사과장 등 2명은 경찰청 특수단과 광주지검이 동시에 수사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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