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의 변호사비> ③기본적인 지출 확인에도 진땀 빼는 선관위…유승희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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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은 변호사 선임 비용을 정치자금에서 꺼내 쓰곤 한다.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부정 사용을 막기 위한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관리 체계가, 어떤 사건에 정치자금이 쓰였는지조차 즉각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구멍이 뚫려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지침상 국회의원이 민사 소송에서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의 피고로 패소한 경우, 그 소송 비용은 정치자금으로 지출할 수 없다.
정리하면, 정치자금 지출 증빙에 대한 규제가 느슨해 증빙의 실효성은 관할 선관위 혹은 지출 당사자인 국회의원 개개인에게 맡겨져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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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은 변호사 선임 비용을 정치자금에서 꺼내 쓰곤 한다. 물론 늘 공익적인 목적으로만 쓰이는 건 아니다. 개인의 비리 혐의를 방어하는 데 정치자금이 쓰이기도 한다. 선관위는 유죄가 확정되면 이 돈을 반환받는다는 방침이지만, 취재 결과 반환되지 않은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25일부터 연속 보도하는 '의원님의 변호사비' 기획을 통해 정치자금이 국회의원 개인의 방패로 쓰이는 실태와 선관위의 관리 부실, 법과 시스템의 미비, 감시를 가로막는 정보공개제도 등 정치자금 관리의 총체적 부실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부정 사용을 막기 위한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관리 체계가, 어떤 사건에 정치자금이 쓰였는지조차 즉각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구멍이 뚫려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유승희 전 의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022년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이 소송에 정치자금 770만 원을 썼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현행 지침상 국회의원이 민사 소송에서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의 피고로 패소한 경우, 그 소송 비용은 정치자금으로 지출할 수 없다. 따라서 정치자금이 이렇게 쓰인 게 맞다면 이는 반환 대상이다.
하지만 관할 선관위인 성북구 선관위는 취재진의 확인 요청에 "(해당 자금이) 반환되지 않았다"면서도, 해당 지출이 실제로 이 소송에 쓰인 돈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확인이 안 된다"고 답했다.
유승희, 여론조사업체와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패소

유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열린우리당 등에서 3선 의원을 지냈다. 20대 국회에서 서울 성북갑 국회의원이었던 그는 21대 총선 경선에서 탈락해 2020년을 끝으로 의원직에서 물러났다.
송사는 유 전 의원의 경선 이후 시작됐다. 2020년, 경선에 탈락하자 유 전 의원은 경선 결과에 불복하며 한 여론조사업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해당 업체가 경선 상대 후보와 유착됐다는 의혹을 여러 차례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업체는 유 전 의원의 지역구에 대한 여론조사(후보적합도 조사)를 실시한 적이 없었고, 이에 따라 업체는 유 전 의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21대 총선이 끝나면서 이 소송의 진행 상황은 더 이상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법원도서관, 판결문 열람 사이트 등을 활용해 관련 판결문을 확인했다. 여론조사 업체 측의 일부 승소 판결이 났다. 법원은 유 전 의원이 여론조사업체 측에 1,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해당 업체가 성북갑 지역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유 전 의원이 부정적인 의혹 제기를 계속 해, 업체의 명예와 신용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원고와 피고 양측 모두 항소했지만 모두 기각됐고, 2022년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이 판결은 최종 확정됐다.
소송 제기되자 정치자금에서 770만 원 변호사비로 지출…선관위 '확인 불가'

그런데 유 전 의원은 이 손해배상 소송 사건의 변호사 선임 비용을 정치자금에서 지출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이 선관위에 제출했던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2020년 4월 22일 한 법무법인에 770만 원을 지출했다. 이 법무법인은 앞선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 전 의원을 대리했던 법인과 일치한다.
여론조사업체가 소송을 제기한 날짜는 4월 1일, 유 전 의원에게 소장이 송달된 날짜는 4월 8일이다. 법무법인에 770만 원이 지출된 건 그로부터 약 10여일 뒤인 22일. 유 전 의원은 그에 앞서 3월에도 같은 법인에 1,000만 원을 지출했다. 이 비용으로 손해배상 소송 변호사를 선임한 게 맞다면, 패소가 확정됐으므로 반환 대상이다.
그런데도 관할인 성북구선관위는 이 지출이 실제로 문제의 소송 비용이 맞는지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유를 묻자 명확한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성북구 선관위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해당 비용이) 반환되지 않았다. 민사의 피고였을 때 패소했을 경우는 지출이 불가한 게 맞다"면서도, 정작 유 전 의원의 지출이 그 사건에 쓰인 게 맞는지는 "저희도 현재 시점에서 확인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제 규정 없다"…기본적인 지출 확인조차 못하는 선관위

확인이 되지 않는 이유는 황당했다. 취재진이 "(회계 지출) 보고를 할 때 개별 의원들이 '내가 이 소송 비용을 어디다 썼다' 이런 것을 보고하지 않냐"고 묻자 성북구 선관위 측은 "법적으로 그렇게까지 밝힐 의무가 있지 않다"고 답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매년 국회의원들의 회계보고서를 받는다. 보고서 안에는 매년 국회의원들이 정치자금을 어디서 받았고, 어디에 썼는지가 간략히 적혀있다. 국회의원들은 각 건별로 증빙자료도 내야 한다. 정치자금을 적절하게 지출했는지 선관위가 관리하기 위해서는, 개별 지출 건에 대한 검토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변호사비처럼 유무죄 판단에 따라 반환 여부가 갈리는 '사후 규제' 대상 지출이라면, 지출 당시 어떤 사건에 정치자금을 썼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해두는 일이 더더욱 중요하다. 시간이 흐른 뒤에는 지출의 적절성을 되짚어 확인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변호사비의 경우 소송계약서 등이 확실한 증빙 자료가 된다.
하지만 정작 유 전 의원의 지출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당시 이런 증빙 자료 확보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필수 증빙 자료는 영수증, 세금계산서 등에 국한된다. 소송계약서 등 세부 증빙자료 제출이 의무 사항이 아니다 보니, 유 전 의원은 지출 내역에 '소송 비용'이라고만 기재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에 관한 비용인지는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국 선관위를 총괄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조차 지출 목적을 확인하는 일을 두고 "조사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뉴스타파와 통화에서 "이게 그 지출이랑 연관돼 있는 것 자체도 저희가 확인이 필요한데, 그것도 조사의 영역"이라며 "회계보고 마감 당시 받은 자료가 아니고서는 나머지는 강제할 수가 없다. 소송 비용이라고 증빙자료를 내달라고 해도 의무적으로 다 내주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리하면, 정치자금 지출 증빙에 대한 규제가 느슨해 증빙의 실효성은 관할 선관위 혹은 지출 당사자인 국회의원 개개인에게 맡겨져 있는 셈이다. 선관위가 증빙 자료를 제대로 받아두지 않거나 국회의원이 지출 내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으면 그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유 전 의원 같은 사례는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
관리 사각지대…선관위, 뉴스타파 취재 시작되자 "판결문 받아 확인 예정"
결과적으로 유 전 의원의 경우 판결이 확정된 지 4년이 지나도록 어떠한 절차도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중앙선관위 측은 당시의 지출 증빙과는 관계 없이 확정 판결에 대한 사실관계가 확인되고 나면 당사자 국회의원에게 묻는 절차 등을 거쳐 반환 대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절차를 위해 일단 확정 판결문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중앙선관위 측은 최근 뉴스타파 취재 이후 처음으로 정치관계법 이외 사건에 대한 판결문을 대법원에 요청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저희로서도 이렇게 요구를 하는 게 처음"이라며 "판결문을 줄 수 있는지도 선례가 없는 것 같다. 이 절차를 이제 막 처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관련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유 전 의원에게 전화와 문자, 메신저로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뉴스타파 강혜인 ccbb@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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