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밑까지 쫓아온 中 메모리…HBM 세대 격차 한 단계, 기술 격차는 3년

신지훈 기자 2026. 9. 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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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이어 차세대 메모리 시장 진출
최근 상장으로 대규모 자금 확보
통제 강화 속 국내외 경쟁 구도 변화
그래픽=박혜수 기자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 생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세대 HBM4 양산에 들어간 상황에서 중국이 D램에 이어 HBM 시장까지 진입하며 제품 세대 기준 한·중 메모리 격차가 한 단계로 좁혀진 셈이다.

실제 양산 기술력은 여전히 국내 업체보다 3~5년가량 뒤처진 것으로 평가되지만 HBM 양산 경험을 확보하고 중국산 AI 반도체와 결합할 경우 추격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CXMT가 최근 HBM3E 소량 생산에 들어갔으며 내년부터 생산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CXMT가 생산한 HBM3E는 중국 내 AI 반도체 업체들의 제품에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알리바바 반도체 자회사 T-헤드와 중국 AI 반도체 기업 캠브리콘 등이 CXMT의 HBM3E를 자사 프로세서와 함께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이르면 내년부터 CXMT HBM3E를 탑재한 중국산 AI 반도체가 시장에 출시될 가능성도 있다.

HBM은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GPU 등 AI 가속기와 데이터를 고속으로 주고받기 위해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한 제품으로 AI 데이터센터 시장 확대와 함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글로벌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CXMT가 HBM3E 생산에 성공할 경우 제품 세대만 놓고 보면 국내 선두 업체들과의 격차는 한 세대로 좁혀진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HBM3E 양산을 시작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HBM4 양산을 진행하고 있다. 양사는 차세대 HBM4E 제품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세대 차이만으로 기술 수준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HBM은 미세공정뿐 아니라 여러 개의 D램을 쌓는 패키징 기술과 수율, 발열 및 전력 효율, 제품 신뢰성 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고난도 제품이기 때문이다.

CXMT 역시 아직 안정적인 HBM 양산 체계를 구축했다고 보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낮은 수율과 제품 성능 등을 감안할 때 국내 선두 업체들과 실제 제조 경쟁력을 비교하기에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HBM3E 생산에 성공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안정적인 수율로 대량 생산하고 고객사의 요구 수준을 충족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이유다.

그럼에도 중국의 HBM 진입을 단순히 기술 추격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자국 AI 반도체 기업들과 협력해 HBM을 공급하기 시작하면 그동안 부족했던 양산 경험과 고객 대응 능력을 빠르게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로 첨단 HBM과 장비 확보에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도 AI 반도체와 메모리를 아우르는 자국 내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에 대한 첨단 HBM 수출을 제한했으며, 상대적으로 낮은 사양의 HBM을 중국에 판매하는 경우에도 미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CXMT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활용하는 첨단 노광장비 등에 대한 미국의 수출 규제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장비 확보부터 메모리 생산, AI 반도체 개발까지 공급망 전반의 내재화에 집중하고 있다.

자금력도 뒷받침되고 있다. CXMT는 지난달 상하이 증시에 상장하면서 약 86억달러(약 11조8000억원)를 조달했다.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만큼 향후 생산능력 확대와 기술 개발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D램에 이어 HBM까지 생산 기반을 확보하고 AI 반도체 업체들과의 협력을 확대할 경우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술력에서는 아직 한국 업체들과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막대한 자본과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생산량과 고객 경험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CXMT가 당장 국내 업체들과 HBM 기술 수준을 견줄 수 있는 단계는 아니나 HBM3E 양산과 중국 AI 반도체 업체들의 적용이 현실화되면 부족했던 양산 경험을 빠르게 축적할 수 있다"며 "특히 중국이 AI 반도체와 HBM을 자국 내에서 조달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지훈 기자 gamja@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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