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판부터 엄복동 자전거까지…경남 기록 한자리에

이서후 기자 2026. 9. 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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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부터 12일까지 경남기록원 일대에서 열리는 '제1회 경남기록의 숲' 행사는 2018년 기록원 개원 이후 처음으로 마련된 대규모 대중 행사다.

경남기록원이 '새긴 희망, 이룬 내일'을 주제로 팔만대장경판 복제품과 경남 근현대사를 보여주는 기록물을 한자리에 모았다.

프로그램별 시간과 참여 방식은 경상남도기록원 누리집(링크) 행사 안내와 경남기록의숲 인스타그램@gnarchiforest)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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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2일 열리는 제1회 경남기록의숲
한일합섬 기록한 다큐와 고문헌 상담소
기록 수집 세미나와 다양한 전시까지
행사장 곳곳 재미있는 프로그램 가득
8일부터 12일까지 경남기록원 일대에서 열리는 '제1회 경남기록의 숲' 행사에서 볼 수 있는 해인사 팔만대장경(반야바라밀다심경) 복제품./ 경남기록원

8일부터 12일까지 경남기록원 일대에서 열리는 '제1회 경남기록의 숲' 행사는 2018년 기록원 개원 이후 처음으로 마련된 대규모 대중 행사다. 기획부터 도민 참여를 염두에 두고 준비했기에 전문적인 내용부터 친근하고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것까지 볼거리,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11개 기관·단체 참여한 상설 전시관

행사장에서 먼저 둘러볼 곳은 행사 기간 내내 열리는 상설 전시 공간이다. 창원·거제·통영시와 의령군 등 시군 자치단체와 경남대 기록학 대학원, 경상국립대 고문헌도서관 등 도내 대학 그리고 밀양·합천교육지원청, 경남문화원연합회, 경남시청자미디어센터, 창원레포츠파크 등 총 11개 기관·단체가 참여해 저마다 특색 있는 기록물을 내놓는다.

예를 들어 창원레포츠 파크는 다양한 자전거를 전시하며 아이들이 실제 타볼 수도 있도록 했다. 1세대 누비자에서 5세대 누비자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일제강점기 자전거 선수 엄복동이 경주에서 탔던 영국산 경주용 자전거 재현품도 선보인다. 원본은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가장 오래된 자전거로 국가등록문화유산이다. 아이들 체험용으로 네모 바퀴 자전거, 네발 카트, 범퍼 자전거, 시소 자전거 4대를 준비했다.
8일부터 12일까지 경남기록원 일대에서 열리는 '제1회 경남기록의 숲' 행사에서 볼 수 있는 '엄복동 자전가' 재현품./ 경남기록원
8일부터 12일까지 경남기록원 일대에서 열리는 '제1회 경남기록의 숲' 행사에서 직접 타볼 수 있는 네모 바퀴 자전거. / 경남기록원

영화 상영·세미나 프로그램 다채

상설 전시 외 행사 기간 여러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12일 열리는 '영화로 보는 아카이브'다. 한일합섬에 다녔던 여성 노동자 이야기를 담은 <다시 부르는 소녀들의 이름: 양덕동 한일의 기억>이란 영화를 상영하고 제작진과 대화를 나눈다.

이 영화는 창원 영화 동아리 빛공방이 지난해 제작한 30분짜리 다큐멘터리다. 옛 한일여실고 출신 여성들이 학교를 다시 찾고, 함께 일하고 공부했던 친구들 이름을 불러보는 과정을 따라간다. 이를 통해 산업도시 마산을 떠받쳤지만 공적인 기록에서는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던 여성 노동자 삶을 돌아본다. 상영 뒤에는 경남기록원 시설을 둘러보는 견학도 이어진다.
빛공방이 제작한 영화 <다시 부르는 소녀들의 이름> 한 장면. /빛공방
빛공방이 제작한 영화 <다시 부르는 소녀들의 이름> 한 장면. /빛공방

개인이 모으고 남긴 기록이 어떻게 지역사 자료가 되는지 살펴보려면 10일 세미나 '기록의 지평'을 눈여겨볼 만하다. 수집가와 생활 문화 연구자, 사진가, 기록연구사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남긴 기록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자리다.

박건호 역사 컬렉터이자 기록학자가 기록 수집 경험을 들려준다. 또, 안지현 매끈목욕연구소 소장은 사라져가는 동네 목욕탕을 조사하고 기록한 과정을 소개한다. 조춘만 사진가는 '렌즈에 담은 산업 경관, 강철의 풍경'을 주제로 산업 현장을 촬영해 온 작업을 이야기한다. 전가희 경남기록원 기록연구사는 기록으로 경남 지역사를 읽는 방법을 설명한다.

11일 열리는 'Moving Here-경남 이주민을 기록하다' 세미나는 경남에서 살아온 이주민의 삶을 다룬다. 기록원은 앞서 이주민 개인과 가족, 공동체가 보관한 사진과 문서, 생활 자료를 모으는 공모전을 진행했다. 세미나에서는 수집 자료와 이주공동체 기록화 과정을 살펴본다. 행사 기간 같은 제목으로 전시도 함께 열린다.
8일부터 12일까지 경남기록원 일대에서 열리는 '제1회 경남기록의 숲' 행사 중 고문헌상담소에서는 개인 소장한 오래된 문헌을 대상으로 무료로 상담해준다. / 경남기록원

오래된 족보나 문집, 편지, 고서 내용을 알기 어려웠던 시민에게는 '오늘은 고문헌 상담데이'가 실용적인 프로그램이다. 경상국립대 고문헌도서관 전문가가 개인 소장 고문헌을 살펴보고 제작·간행 시기와 서지학적 특징, 역사적 의미를 분석하고 보관 방법도 알려준다. 상담은 8일과 12일 진행하며 사전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다.

민간 기록 기증전에는 도민이 기록원에 맡긴 사진과 문서, 생활 자료가 나온다. 유명 인물이나 큰 사건에 한정하지 않고 개인 일상과 가족사, 동네 변화도 기록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9일에는 공공기관 기록관리 사례를 소개하는 '기록관리 혁신 콘테스트'가 열린다. 기관에서 기록을 수집·정리하고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자료로 바꾼 사례를 발표한다. 일반 관람객에게는 다소 낯선 분야지만, 행정기관 안에서 기록이 실제로 어떻게 관리되는지 볼 수 있다.

지역 역사 기록물까지 한 번에

이번 행사에는 해인사 팔만대장경판 복제품도 볼 수 있다. 경남기록원이 '새긴 희망, 이룬 내일'을 주제로 팔만대장경판 복제품과 경남 근현대사를 보여주는 기록물을 한자리에 모았다.

팔만대장경은 몽골 침입이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나라와 공동체를 지키고자 했던 고려인들의 염원이 담긴 기록유산이다. 이번 전시는 팔만대장경에 담긴 위기 극복의 의미를 경남의 기록과 연결해 오늘의 지역사회를 만들어 온 변화와 노력의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되는 경남기록에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산업화와 도시 성장 등 경남이 겪어 온 변화와 위기, 그리고 이를 극복하며 오늘의 경남을 만들어 온 사람들의 삶과 노력이 담겨 있다.

김일수 경상남도기록원장은 "팔만대장경은 800년에 가까운 시간을 넘어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기록유산"이라며 "이번 전시로 팔만대장경과 경남의 기록을 함께 바라보면서, 기록이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시대의 염원과 선택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힘이라는 점을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와 영화 상영, 체험 프로그램은 무료다. 프로그램별 시간과 참여 방식은 경상남도기록원 누리집(링크) 행사 안내와 경남기록의숲 인스타그램@gnarchiforest)에서 확인할 수 있다.
8일부터 12일까지 경남기록원 일대에서 열리는 '제1회 경남기록의 숲' 홍보물. /경남기록원

/이서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