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CPTPP 가입 여론 띄우기…호주 지지 확보

민지형 기자 2026. 9. 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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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 경협위, 성명에 '가입 지지' 명기
정부 신중론 속 경제계가 먼저 움직여
장인화(포스코 회장/왼쪽) 한-호 경협위원장과 마틴 퍼거슨 호-한 경헙위원장.

한국경제인협회가 국내 여론전과 회원국 외곽 지원을 끌어내며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필요성을 띄우는 분위기다.

한경협은 2일(현지시간) 호주 애들레이드 오벌에서 제47차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 합동회의를 열고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에는 한국의 CPTPP 가입을 통한 역내 경제 통합 강화가 담겼고, 호주 측의 적극적인 지지 의사가 확인됐다.

1979년 출범한 경협위는 양국 경제협력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이날 회의에는 장인화 경협위원장(포스코그룹 회장)과 페니 웡 호주 외무장관, 돈 패럴 통상관광장관 등 양국 정·재계 인사 200여 명이 참석했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서울 FKI타워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개최한 '신통상 질서의 미래' 세미나에서 류진 한경협 회장은 기업에 안정적인 시장과 신뢰할 만한 공급망, 예측 가능한 규범의 틀이 절실하다며 경제계가 CPTPP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틀 만에 회원국인 호주의 지지를 공개적으로 끌어낸 셈이다.

재계가 내세우는 근거는 교역 비중이다. 제프리 쇼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과 CPTPP 회원국 간 교역은 약 3410억 달러로 전체 상품교역의 25% 수준이다. 중국(약 2730억 달러)이나 미국(약 1960억 달러)보다 교역액이 많다. 쇼트 연구위원은 한국이 12개 회원국 중 10개국과 개별 협정을 맺고 있지만 규율 범위가 제각각이고 일본·멕시코와는 협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재계가 가장 크게 기대하는 것은 양자 FTA가 없는 멕시코 시장으로 읽힌다. CPTPP 가입이 성사되면 사실상 신규 FTA를 체결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생긴다. 자동차·부품 등 현지에 진출한 제조업의 관세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가입 시 FTA 미체결국인 일본·멕시코 등과 교역 조건이 개선되고 대규모 역내 가치사슬에 직접 편입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CPTPP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4.3%를 차지하며 관세 철폐율이 99%에 달한다.

공급망 측면 유인도 작지 않다. CPTPP는 회원국에서 생산된 재료를 자국산으로 인정하는 '원산지 누적' 규정을 두고 있다. 회원국의 중간재를 쓰더라도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기가 쉽다. 생산기지와 조달처를 역내에서 재배치하려는 기업에는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 셈이다. 미국의 관세 조치가 이어지며 수출시장 다변화 압박이 커진 것도 경제계가 목소리를 내는 배경으로 꼽힌다.

정부 기류는 재계보다는 다소 조심스럽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국익과 민생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지 면밀히 살펴 추진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농·어업계 우려를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앞서 6월과 7월 두 차례 가입 신청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도 정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농업계 반발 등이 여전하기 때문으로 비친다. CPTPP 가입으로 검역 완화 요구가 현실화하면 관세와는 다른 차원의 개방 압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최근 성명에서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여기에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가 CPTPP의 시장 개방 정신과 배치된다며 한국의 가입에 회의적 입장을 보여온 일본도 변수다. CPTPP 신규 가입은 기존 회원국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민지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