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빛의 무대로, 시청역 지하 335m [정동길 옆 사진관]

김정근 기자 2026. 9. 2. 15: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광장 지하에 좁고 긴 터널 속으로 빛의 물결이 흘러갑니다. 콘크리트 벽면을 가득 채운 영상이 관람객의 얼굴을 파랗게, 붉게 물들이고, 홀로그램 속에서 낯익은 실루엣이 허공을 가로지릅니다. 카메라를 든 손이 절로 멈추는 순간입니다.

이곳은 지난 40여 년간 시민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버려진 공간이었습니다. 1980년대 초, 높이가 다른 지하철 1호선 시청역과 2호선 을지로입구역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폭 9.5m, 길이 335m의 지하 통로가 지난달 24일 ‘K-문화 스테이션’이라는 이름의 문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개장 첫 콘텐츠는 그룹 빅뱅의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미디어 전시 ‘COSMOS’로, 총 11개 체험존에서 프로젝션 맵핑과 VR·홀로그램이 20년의 시간을 빛과 소리로 되살립니다.

무심히 지나치던 지하 통로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공간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대단한 것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잊혀 있던 자리에 이야기와 빛을 채우자, 도시는 스스로 새로운 표정을 얻었습니다. 서울시는 이 전시가 끝난 뒤에도 공간을 특정 콘텐츠에 묶어두지 않고 계속 새로운 문화로 채워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도심 아래 감춰졌던 이 길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얼굴을 이곳에서 만나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사진·글 | 김정근 기자

김정근 선임기자 jeong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