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 말고 여기서 놀자”···2030 몰려들어 ‘북적북적’ 남대문 시장, 왜?

남대문시장이 젊어지고 있다. 과거 부모 세대가 장을 보거나 외국인 관광객이 기념품을 사는 곳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20·30대가 그릇과 액세서리, 사우나용품 등을 사기 위해 시장을 찾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서 ‘남대문시장 쇼핑 코스’가 공유되면서 알려진 측면도 있지만, 단순히 유행을 좇는 것으로만 보기 어렵다. 온라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시대에 오히려 직접 고르고, 비교하고, 예상하지 못한 물건을 발견하는 ‘발품 쇼핑’이 새로운 소비 경험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남대문시장의 온라인 관심도는 상승세다. 올해 상반기 블로그에서 남대문시장이 언급된 횟수는 4만843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4% 늘었다. 인스타그램 언급량도 1만4858건으로 전년 상반기보다 약 8% 증가했다. ‘남대문시장 총정리’, ‘남대문 가성비 쇼핑’, ‘남대문시장 필수 코스’ 등 시장을 하나의 관광·쇼핑 코스로 소개하는 콘텐츠가 잇따르고 있다.
그릇 사러 간다
젊은 방문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 가운데 하나는 그릇 상가다. 과거 그릇 상가의 주요 고객은 혼수를 준비하는 예비부부였다.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자취방에 놓을 접시 한두 개나 홈카페용 컵을 사기 위해 찾는 젊은 소비자가 늘었다.
단순히 ‘싼 물건’을 찾는 것보다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을 고르면서 가격까지 아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선택지가 많다는 것이다. 매장마다 취급하는 제품과 재고가 다르고, 같은 종류의 제품도 가격과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다. 방문객들은 한 매장에서 물건을 고른 뒤 옆 매장으로 이동해 다시 비교할 수 있다.
때수건 사러 간다
사우나용품점도 젊은 층의 새로운 쇼핑 코스로 떠올랐다. 남대문시장에서는 목욕 수건과 비누 등 이른바 ‘사우나템’을 사는 젊은 방문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SNS에는 ‘남대문 목욕용품 추천’, ‘사우나템 쇼핑 리스트’ 같은 콘텐츠가 공유되고, 실제 구매 후기를 올리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쉽게 살 수 있는 물건이지만 직접 방문하면 색상과 소재, 크기를 비교해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한 번 시장에 온 김에 사우나용품뿐 아니라 그릇과 옥반지, 액세서리 등 다른 물건까지 둘러보는 식이다.

옥반지 사러 간다
옥반지도 최근 남대문시장에서 젊은 소비자들이 찾는 품목 중 하나다. 여러 색상의 옥반지를 직접 손가락에 끼워보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을 고르거나, 친구와 함께 반지를 맞추는 식이다. 오래된 안경점도 SNS를 통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남대문 안경거리에 자리한 한 안경원은 배우 선우용녀가 방문한 곳으로 알려지면서 이름을 알렸다. 액세서리 상가에서는 일정 금액을 정해놓고 시장을 돌아다니는 소비도 나타난다. ‘만원으로 남대문 액세서리 쇼핑하기’처럼 예산을 먼저 정한 뒤 그 안에서 최대한 많은 물건을 고르는 방식이다. 얼마를 쓸지 정해놓고 시장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놀이가 된다.
온라인 시대에 다시 뜨는 오프라인 시장
남대문시장의 변화는 역설적이다. 온라인 쇼핑이 확산하면서 한때 전통시장의 경쟁력이 약해졌지만, 이제는 온라인이 오히려 사람들을 시장으로 데려오고 있다. 복잡한 골목과 빼곡한 상점도 ‘그릇 골목’, ‘안경거리’ 등 SNS 속 쇼핑 코스로 재탄생했다. 전문가들은 남대문시장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상품을 직접 비교하고 예상하지 못한 물건을 발견하는 ‘경험 소비’의 공간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한다.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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