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이란에 필수 물자 공급 중"…美 '최대 압박'에 맞불

방성훈 2026. 9. 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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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에 필수 물자를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동맹은 핵프로그램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대치를 이유로 이란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러시아에 각각 광범위한 경제 제재를 가해 왔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의 60일 휴전이 무너진 것에도 유감을 표했다.

두 전쟁은 중국이 러시아와 이란에 정치·경제·전략적 지원을 각기 다른 수준으로 넓히며 미국의 힘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시험해 온 무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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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페제시키안, 비슈케크 SCO서 회담
푸틴 "필수 물자 공급"…美 정책과 정면 충돌
페제시키안 "제재 우회"…반미 연대 구축 촉구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에 필수 물자를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란을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시키겠다며 최대 압박에 나선 직후 사실상 이를 무력화하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AFP)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만나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는 논의한 대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필수 물자를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렘린궁이 공개한 회담록 내용이다.

푸틴 대통령의 지원 약속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며칠 전 ‘이코노믹 아웃캐스트’(경제적 추방자) 작전이라는 새 압박 캠페인을 내놓으며 이란을 “전례 없는 경제적 고립”에 빠뜨리겠다고 공언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동맹은 핵프로그램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대치를 이유로 이란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러시아에 각각 광범위한 경제 제재를 가해 왔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전시 지원에 사의를 표하며 미국의 제재에 함께 맞서자고 촉구했다. 그는 “그들에게는 내키는 대로 제재를 가하고 국제법을 위반한 뒤 침략 행위를 저지를 권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방식으로 미국의 일방주의와 부당한 제재에 맞설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SCO 같은 틀과 다른 기구 안에서 일방적 조치를 우회하고 다자 기반으로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국의 군사적 밀착은 이미 전장에서 확인됐다. 이란이 넘긴 핵심 드론 기술로 러시아는 자국 내 생산라인을 갖췄고, 이렇게 만들어진 무기는 우크라이나 전장을 초토화했다. 러시아는 그 대가로 이란이 중동 내 미군 등을 겨냥해 보복 타격을 할 때 표적 정보를 제공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의 60일 휴전이 무너진 것에도 유감을 표했다. 그는 “지난 6월 이란과 미국의 휴전 각서 체결을 환영했지만 유감스럽게도 휴전은 불안정하고 너무나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 휴전은 지속 가능한 정전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세계 원유 수송의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 재개통 합의도 끌어내지 못했다.

이번 비슈케크 회의 논의는 결국 우크라이나와 이란 두 전쟁으로 수렴했다. 두 전쟁은 중국이 러시아와 이란에 정치·경제·전략적 지원을 각기 다른 수준으로 넓히며 미국의 힘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시험해 온 무대이기도 하다.

SCO 정상들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와 이란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 이란 영토에 대한 군사 공격”을 규탄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나 서방의 대러 제재를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일방적 강압 조치”에 반대한다고도 명시했다.

이번 회담이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모스크바 방문 직후 이뤄졌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CIA 국장의 방러는 2021년 말 이후 처음이다. 앞서 미 정보당국은 크렘린이 이란 전쟁으로 미국이 약해졌다고 보고 미국과 유럽 동맹의 이익을 겨냥한 도발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확대나 이란 지원 확대를 경계하라는 경고를 보내려 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배경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압박 카드는 번번이 한계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이는 국가에 100%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올해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자 오히려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일시 완화했다. 최근에는 이란을 돕는 국가에 ‘경제 디데이’를 예고했지만 전문가들은 새 압박이 양보를 끌어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달 31일 푸틴 대통령과 만나기에 앞서 “전쟁이 하루 이어질 때마다 인류는 한 걸음씩 후퇴한다”며 “끝없는 전쟁에서 벗어나 종결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형식적인 미소로 러시아가 “바로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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