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쿠팡 美 첫 재판 가보니...“소송 시간도 아까운 韓플랫폼 사건”

뉴욕=윤경환 특파원 2026. 9. 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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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뉴욕동부연방지방법원의 한 법정. 지난해 11월 우리 국민 3379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논란을 빚은 쿠팡과 관련한 미국 내 집단소송 첫 심리에서 재판장인 앤 M 도넬리 판사는 피해자들인 원고 측 변호사들에게 소송을 왜 해당 법원에 제기했는지에 대해 거듭 질문했다.

앞서 한국 법무법인 대륜과 미국 협력 로펌 SJKP 변호사들은 한국과 미국의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 약 7800명을 대신해 쿠팡Inc와 창업주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을 상대로 2월 6일 뉴욕동부연방지법에 약 500만 달러가량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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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동부지법서 美집단소송 사전변론
판사 “미국과 이 사건이 무슨 관계냐”
쿠팡 측 “시간 낭비”...기각 강력 요청
원고 측 “모회사 리더십이 한국 영향”
미국 현지 로펌 SJKP 소속의 김정선(왼쪽)·길병준 변호사가 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뉴욕동부연방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SJKP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 피해자들을 대리해 미국에서 집단소송을 진행하는 법무법인 대륜의 현지 협력 로펌이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쿠팡 사건이 도대체 뉴욕 동부지역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네요. 이 법원도 바쁜데 미국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사건까지 판결해야 하나요?”

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뉴욕동부연방지방법원의 한 법정. 지난해 11월 우리 국민 3379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논란을 빚은 쿠팡과 관련한 미국 내 집단소송 첫 심리에서 재판장인 앤 M 도넬리 판사는 피해자들인 원고 측 변호사들에게 소송을 왜 해당 법원에 제기했는지에 대해 거듭 질문했다. 모회사인 쿠팡Inc의 서류상 본사 소재지는 뉴욕이 아닌 델라웨어주이고 실제 사무소는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도넬리 판사는 미국 상장사의 문제라서 뉴욕 법원에 소장을 냈다면 쿠팡이 상장한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있는 맨해튼의 남부지방법원이 더 적절하지 않겠느냐는 투로 원고 측 변호사들을 압박했다. 뉴욕동부연방지방법원은 기본적으로 브루클린·퀸스·스태튼아일랜드 등 뉴욕시의 3개 자치구와 롱아일랜드 2개 군을 관할한다. 도넬리 판사는 특히 쿠팡의 이용 약관에 동의하는 게 미국에서도 가능한지, 소비자들이 미국 모회사인 쿠팡Inc와 자회사인 한국 쿠팡 가운데 어느 사업체의 플랫폼을 이용하는지, 대표 원고들 가운데 퀸즈 등 뉴욕 동부지역에 거주하는 이가 있는지, 미국의 판결을 한국에서 사용하려는 욕심이 있는지 등을 반복해서 따져 물었다.

이날 재판은 한국 민사소송의 변론준비기일 격인 사전변론회의 절차로 진행됐다. 본격적인 공방에 앞서 재판장이 원고와 피고를 직접 대면으로 불러 쟁점을 정리하고 심리 계획을 세우는 자리다. 이는 쿠팡 사태와 관련해 미국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열리는 법정 절차였다. 재판장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심리하기로 결정할 경우 본안에 대한 재판은 내년께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국 법무법인 대륜과 미국 협력 로펌 SJKP 변호사들은 한국과 미국의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 약 7800명을 대신해 쿠팡Inc와 창업주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을 상대로 2월 6일 뉴욕동부연방지법에 약 500만 달러가량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쿠팡의 정보 유출로 소비자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게 골자다. 김국일 대륜 대표변호사는 지난해 12월 뉴욕 맨해튼 기자회견에서 “미국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있어 배상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쿠팡의 본사가 한국 자회사의 시스템과 데이터에 실질적인 접근 권한을 가질 경우 미국 법원은 서버가 어디에 있든 관련 자료 제출을 강제할 수 있다”고 현지 소송 취지를 설명했다.

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뉴욕동부연방지방법원. 뉴욕=윤경환 특파원

이날 대리인인 대륜과 SJKP 변호사들도 도넬리 판사의 잇따른 압박성 질문에 “쿠팡Inc는 뉴욕 증시에 상장된 미국 법인이고 모회사의 리더십이 한국 법인에 영향을 미친다”며 관할권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쿠팡Inc가 자회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한 점도 뉴욕동부연방지법이 해당 사건을 다뤄도 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피고인 쿠팡 측 변호사들은 “한국 자회사에서 벌어진 일이므로 기각해 달라”고 도넬리 판사에게 강하게 요청했다. 모회사인 쿠팡Inc와 한국 쿠팡은 철저하게 구분된 회사이기에 미국 내에서는 애초에 소송이 성립될 수 없다는 논리였다. 한국 정부와 법원이 이미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는 점도 미국 법정에서 다툴 이유가 아니라는 근거로 제시했다. 원고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재판지와 법률을 고르려는 취지의 소송이라는 지적이었다. 한 쿠팡 측 변호사는 “한국 거주 주소가 없으면 쿠팡에 가입할 수도 없다”며 “재판을 하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라고 주장했다.

이날 심리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미국과의 연관성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다음달 6일까지 양측이 수정 의견서를 제출하기로 하고 마무리됐다. SJKP의 김정선·길병준 변호사는 재판 전 기자회견에서 “재판부가 대면 절차를 택한 것 자체가 사건을 중대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쿠팡은 (유출된 개인 정보의) 실제 악용 사례가 없다면서도 1조 6850억 원 규모의 보상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마련하는 모순된 행동을 보였다”고 꼬집었다.

앞서 쿠팡은 지난해 11월 29일 고객 계정 3379만 개 정보가 ‘유출’이 아닌 ‘노출’이 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여기에는 이름과 e메일, 전화번호, 주소, 주문 정보 등의 개인 정보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쿠팡은 심지어 여기에 고객의 공동현관 비밀번호 정보도 일부 포함됐다고 뒤늦게 시인했다. 창업주인 김 의장은 대기업 주재원 아버지를 따라 7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시민권 보유자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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