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영 더봄] 약초에서 라이프스타일 식품으로···글로벌한 인삼의 변신은 무죄

전지영 푸드칼럼니스트 2026. 9. 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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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영의 세계음식이야기]
사람을 닮은 뿌리, 세계를 여행하다
차로 마시고, 국에 넣고, 술과 음식이 되다
인삼의 다음 여행은 식탁에서 시작된다

사람을 닮은 뿌리, 세계를 여행하다

음식에는 국경이 있지만 식재료에는 국경이 없다. 한 나라의 산과 들에서 자란 식물이 바다를 건너 다른 나라의 식탁에 오르고, 그곳의 문화와 만나 전혀 새로운 음식으로 다시 태어난다. 인삼도 그런 식재료 가운데 하나다.

우리에게 인삼은 너무나 익숙하다. 무더운 여름날 삼계탕 속에 들어 있는 인삼을 떠올리고, 부모님을 위한 건강 선물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홍삼을 떠올린다. '고려인삼'이라는 이름은 오랫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특산물의 상징이었다.
사람을 닮은 뿌리, 인삼 /픽사베이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넓히면 인삼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에는 오랜 약선 문화 속의 인삼이 있고, 북미에는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세계를 여행한 화기삼이 있다. 베트남에는 깊은 산에서 자라는 응옥린 인삼이 있으며, 일본에서는 고려인삼이 한방과 건강식품 문화 속에서 소비된다.

같은 이름을 가진 작은 뿌리 하나가 나라마다 다른 방식으로 사랑받아 온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부터 인삼을 먹기 시작했으며, 세계의 사람들은 이 신비로운 뿌리를 어떻게 자신의 식탁으로 끌어들였을까.

'인삼(人蔘)'이라는 이름에는 흥미로운 상상력이 담겨 있다. 사람 인(人)자를 쓰는 것은 뿌리의 모습이 마치 팔과 다리를 가진 사람을 닮았기 때문이다. 실제 자연에서 자란 산삼 가운데에는 머리와 몸통, 팔다리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형태를 가진 것들이 있다. 옛사람들은 사람을 닮은 이 작은 뿌리에 특별한 생명력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인삼은 주로 한반도와 중국 동북부, 러시아 연해주의 산림지대에서 자생해 왔다. 깊은 산속에서 발견되는 산삼은 흔하지 않았고, 발견 자체가 큰 행운으로 여겨졌다. 산삼을 찾아 산을 누비던 심마니라는 독특한 문화가 생겨난 것도 인삼이 얼마나 귀한 식물이었는지를 보여준다.

동아시아에서 인삼은 오랫동안 원기를 보충하는 귀한 약재였다. 자연산 인삼은 구하기 어려웠고 값이 비쌌기 때문에 왕족과 귀족에게는 특별한 보양식품이자 귀한 선물이었다.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며 인삼은 단순한 약초를 넘어 국가 경제와 교역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인삼에 얽힌 가장 흥미로운 역사적 이야기는 북미에서 펼쳐진다. 18세기 초 프랑스 출신 선교사 조제프 프랑수아 라피토는 중국의 인삼에 관한 기록을 접하고 북미에서도 비슷한 식물이 자랄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후 캐나다 지역에서 아시아 인삼과 같은 속에 속하는 북미 인삼이 발견됐다. 이것이 오늘날 미국삼, 또는 화기삼으로 불리는 인삼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 이후다. 북미의 숲에서 발견된 인삼은 중국 시장으로 향했다. 당시 중국에서는 인삼의 수요가 높았고, 북미에서 채취한 인삼은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아시아로 수출됐다. 동아시아의 귀한 약초와 닮은 식물이 북미에서 발견되고, 다시 중국인의 식탁과 약방으로 들어간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글로벌 식품 시대를 이야기하지만 인삼은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세계를 여행하고 있었다. 작은 뿌리 하나가 인간의 건강에 대한 욕망과 국제 무역을 연결한 셈이다.

차로 마시고, 국에 넣고, 술과 음식이 되다

인삼을 먹는 방식은 각 나라의 음식문화만큼이나 다양하다.

중국에서는 인삼을 약재이자 약선요리의 재료로 활용해 왔다. 중국 음식문화에는 약과 음식의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의 개념이 있다. 몸에 좋은 재료를 일상의 음식에 활용한다는 생각이다. 인삼 역시 단순히 탕약으로 달이는 데 그치지 않고 닭과 오리, 돼지고기 등과 함께 끓여 탕으로 만들기도 한다.

얇게 썬 인삼을 뜨거운 물에 우려 차처럼 마시는 방법도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여기에 대추와 구기자, 꿀을 더해 인삼의 맛을 부드럽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중국 남부의 약선탕 문화에서는 다양한 약재와 육류를 오랜 시간 끓이는 방식이 발달해 인삼은 특별한 날 사용하는 고급 식재료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는 인삼이 약재이면서 동시에 음식으로 가장 친숙하게 자리 잡았다. 대표적인 음식은 단연 삼계탕이다. 닭 속에 찹쌀과 인삼, 대추, 마늘을 넣고 푹 끓여내는 삼계탕은 한국의 대표적인 보양식이다. 특히 무더운 여름에 뜨거운 국물을 먹으며 기력을 보충하는 '이열치열'의 음식문화는 외국인들에게도 흥미로운 한국 음식문화로 소개된다 .
이열치열 한국의 삼계탕 보양식 /pexels

인삼은 국물 속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얇게 썬 수삼에 옷을 입혀 튀긴 인삼 튀김은 인삼 특유의 쌉싸름한 맛을 색다르게 즐기는 음식이다. 인삼을 꿀이나 조청에 조려 만든 인삼정과는 전통적인 후식의 모습을 보여주며, 인삼을 술에 담가 숙성한 인삼주는 귀한 손님을 위한 술로 사랑받았다.

북미에서는 인삼이 조금 다른 모습으로 발전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화기삼은 차와 분말, 추출물 등 건강식품 형태로 소비된다. 특히 북미에 정착한 중국계 이민자 사회에서는 화기삼을 닭고기 수프에 넣거나 얇게 썰어 차로 마시는 식문화가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에는 응옥린 인삼이 있다.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이 인삼은 현지에서 매우 귀한 식물로 평가받으며 차와 농축액, 꿀 절임 등 다양한 형태로 소비된다. 최근에는 사탕과 음료 등 현대적인 식품으로의 변신도 시도되고 있다.

인삼의 다음 여행은 식탁에서 시작된다

과거 인삼은 특별한 사람이 특별한 날 먹는 귀한 약재였다. 하지만 오늘날 인삼은 점차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인삼차는 티백이 되고, 진한 농축액은 휴대하기 쉬운 스틱으로 바뀌었다. 젤리와 캔디가 등장하고 초콜릿과 쿠키, 에너지바에도 인삼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히 제품의 종류가 많아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인삼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아플 때 먹는 약초'였다면 이제는 '건강을 위해 즐기는 식품'으로 변화하고 있다. 약초에서 라이프스타일 식품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을 위해 즐기는 음료 홍삼 라테 /서울우유 공식몰

한국은 이 변화 속에서 특별한 경험을 가진 나라다. 인삼을 재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증숙과 건조라는 가공 기술을 통해 홍삼을 만들었고, 삼계탕이라는 대표 음식으로 발전시켰으며, 오늘날에는 다양한 건강식품 산업으로 확장했다.

하지만 인삼의 미래는 더 많은 농축액을 만드는 데만 있지 않을 것이다. 세계 각국의 식문화 속에서 인삼이 어떤 새로운 음식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어느 나라에서는 차가 되고, 어느 나라에서는 수프가 되며, 또 다른 곳에서는 초콜릿과 커피가 될 수도 있다. 식재료가 세계화된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먹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각자의 식문화 속에서 새로운 맛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세계화다.

수천 년 동안 건강과 생명력의 상징이었던 인삼. 사람을 닮은 작은 뿌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국경을 넘어 세계를 여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인삼에는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되고 있다.

약초에서 음식으로, 건강식품에서 일상의 맛으로. 인삼의 다음 목적지는 어쩌면 세계인의 식탁일 것이다.

여성경제신문 전지영 푸드칼럼니스트(foodnetworks@hanmail.net)

전지영 세계식문화 칼럼니스트 

식품영양학 전공 후 청와대 비서실 영양사를 거쳐 외식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대학 겸임교수 및 농식품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음식을 단순히 먹는 대상이 아닌 한 사회의 시간과 기억을 이어주는 언어로 바라보며 유엔식량기구(FAO)와 주요 언론에 칼럼을 연재해 왔다. 식탁 위 한 그릇의 음식에서 세계의 문화와 삶을 읽어내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기록하는 사람으로 남고자 한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또는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