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재벌에 특혜 주는 순간… 밀레이와 페이팔 창업자 '수상한 연대'

한정연 칼럼니스트 2026. 9. 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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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가 떨어져 재선을 걱정해야 하는 대통령이 억만장자이자 정치계 막후 실세와 수상한 연대를 결성하고 있다. 신산업 대규모 투자자 장려 제도(슈퍼 RIGI 감세안), 인공지능(AI) 법인, 외국인 농지 취득 허용. 아르헨티나 정부가 두 사람이 회동한 지난 4월 이후 강하게 추진하는 정책들이다.

우리는 1편에서는 페이팔 창업자이자 미국 정치의 막후 실세인 피터 틸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수상한 연대를 결성하는 과정을 살펴봤다.

밀레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또 다른 논쟁적인 정책인 'AI가 운영하는 법인'의 법제화도 대중들의 의심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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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권 과두정 연대 2편
美 억만장자, 아르헨티나 이주하자
AI 필수요소 골라서 완화하는 정부
기업가에 충성 맹세 연설한 밀레이
틸과 공통점, 세금 무용·독점옹호론
시위대 “물·토지 팔지 마라” 경계

인기가 떨어져 재선을 걱정해야 하는 대통령이 억만장자이자 정치계 막후 실세와 수상한 연대를 결성하고 있다. 신산업 대규모 투자자 장려 제도(슈퍼 RIGI 감세안), 인공지능(AI) 법인, 외국인 농지 취득 허용…. 아르헨티나 정부가 두 사람이 회동한 지난 4월 이후 강하게 추진하는 정책들이다. 정치 과두정과 기술 과두정의 이상한 연대 2편이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 2023년 12월 10일 취임식 직후 대통령궁 발코니에서 군중에게 연설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우리는 1편에서는 페이팔 창업자이자 미국 정치의 막후 실세인 피터 틸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수상한 연대를 결성하는 과정을 살펴봤다. 피터 틸은 지난 4월 밀레이 대통령과 회담했고, 5월에는 가족들과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이주했다. 틸이 재무부 장관, 중앙은행 총재를 잇달아 만난 것과 동시에 아르헨티나 정부는 외국인 투자에 무척 관대한 각종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신산업 대규모 투자자 장려 제도, 이를테면 '슈퍼 RIGI(Super RIGI) 법안'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기자동차, 핵심 광물 가공 등 신산업에 10억 달러 이상 투자하면 외국인 투자자에게 파격적인 감세와 환율 혜택을 주는 정책이다. 아르헨티나 하원이 지난 6월 통과시킨 이 법안은 현재 상원에 계류 중이다.

두 사람의 유대가 깊어질수록 아르헨티나에서 '금권金權 과두정'을 경계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조금씩 높아졌다. 지난 8월 28일(현지시간) 피터 틸의 대저택 앞에 몰려든 현지 환경단체 등 시위대는 "슈퍼 RIGI 반대"라는 구호와 함께 "토지와 물은 팔 수 없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었다. [※참고: 과두정은 소수의 사람이나 집단이 권력을 독점해 지배하는 정치 체제를 뜻한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피터 틸의 저택 앞에서 열린 시위가 끝나자, 아르헨티나 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청문회를 열고 밀레이 대통령과의 야합을 비판했다. 청문회장 벽에 걸린 평면 TV 화면에는 "틸은 왜 여기에 있나"라는 문구가 5시간 내내 떠 있었다. 야당은 "밀레이 대통령이 연임을 위해서 나라의 자원을 팔아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부에노스아이레스 타임스).

■ 토지·물 그리고 AI=도대체 왜 아르헨티나 시위대와 야당은 피터 틸에게 자국 토지와 물을 팔지 말라고 하는 걸까. 밀레이 대통령이 최근 추진하는 몇가지 정책이 피터 틸을 강하게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밀레이 대통령이 남부 파타고니아 지역에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깊다.

데이터센터 투자는 슈퍼 RIGI 법안에서 감세 대상으로 분류돼 있다. 실제로 피터 틸이 직접 데이터센터를 건설하진 않지만, 그의 회사 팔란티어는 AI 운영 시스템을 제공하고, 그의 투자회사는 해상 AI 데이터센터 건설 회사에 투자했다.

[사진 | 뉴시스, 그래픽 | 챗GPT, 더스쿠프]
밀레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또 다른 논쟁적인 정책인 'AI가 운영하는 법인'의 법제화도 대중들의 의심을 사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6월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AI가 법인의 대표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을 허용하겠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1602년 유한책임회사를 도입하면서 자본주의가 꽃을 피웠듯, AI가 인간 두뇌의 한계를 넘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다." 이 새로운 AI 법인의 주도권이 피터 틸을 연상시키는 특정인에게 넘어갈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밀레이 반대파는 피터 틸의 빅데이터 회사 팔란티어가 2017년에도 아르헨티나의 중요한 데이터 독점권을 요구한 사실을 대중들에게 상기시켰다. 실제로 팔란티어는 1994년 아르헨티나·유대인친선협회(AMIA·아미아) 건물 폭탄 테러 사건 자료의 디지털화 작업권을 요청하면서 기술 시연회까지 열었다. 팔란티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정부에 AI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분석 기술을 제공하는 데서 발생한다는 사실도 아르헨티나 대중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피터 틸이 대통령과 회담에서 "농업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고, 대통령은 해외 데이터센터 유치를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르헨티나 정부가 본격적으로 외국인의 토지 취득 자유도를 대폭 늘리는 내용의 법안을 재산권 보장 차원이라며 추진한 사실도 국민들의 감정을 건드리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외국인이 자유롭게 도시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게 허용하지만, 농지 구입은 투자로 간주하지 않는 등 제한해 왔다.

■ 밀레이와 틸의 공감대=피터 틸이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하비에르 밀레이의 대통령직 연임을 책임져주진 못하더라도, 두 사람의 관계가 시위대와 반대파의 요구처럼 쉽게 끊어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두 사람을 연결해 주는 것은 경제적인 유인책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상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아르헨티나 경제 회복세가 주춤해지면서 고용 감소가 11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86년 전통의 타이어 생산업체 파테(Fate)는 지난 2월 부에노스아이레스 공장을 폐쇄했다. [사진 | 뉴시스]
첫째, 밀레이와 틸은 이념적으로 민주주의에 부정적이며 오직 기업의 이익만을 옹호하는 극단적 자유 지상주의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례로 현대 자본주의는 독점을 시장실패로 보고 이를 강력하게 규제하는데, 두 사람은 오히려 독점을 칭송하고 있다.

밀레이는 2024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국가의 개입이 없는 한 자본주의 시장 정책에 (독점이라는) 실패는 없다"고 선언했다. 피터 틸은 이미 2014년 자신의 저서에서 "성공적인 기업은 고유한 문제를 해결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은 실패한다"고 주장했다.

둘째, 국가의 세금 징수까지 부정하는 무정부주의적 가치관도 공유하고 있다. 피터 틸은 탈세와 절세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미국 비영리 언론 프로퍼블리카는 2021년 틸이 개인퇴직계좌(IRA)의 허점을 이용해 5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 증식에 면세 혜택을 받은 사실을 폭로했다. 미국에는 자영업자도 가입할 수 있는 로스(Roth) IRA 제도가 있다. 로스 IRA 계좌에서 발생한 수익은 소유자가 만 59세 6개월이 되기 전에 인출하지 않는 한 연간 2000달러까지 비과세다.

그런데 틸은 1999년 비상장 회사였던 페이팔 주식 170만주를 로스 IRA 계좌에 넣으면서 실제 가치가 1년 만에 무려 380만 달러나 급증한 자산을 비상장 액면가인 주당 0.001달러로 계산해 비과세 혜택을 받았다. 틸은 로스 IRA 계좌를 무려 96개나 만들어 2019년 기준 50억 달러 규모 자산을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축적했다.

밀레이 대통령도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자유 시장은 정부 개입, 과도한 규제, 과세, 그리고 중앙은행 정책들로 억눌리고 있다"며 세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밀레이 대통령은 자신의 이런 과세 철학을 2024년 현실화했다. 민간이 보유한 달러 은닉 재산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방식으로 은행 예치 외환을 확충했다.

[사진 | 뉴시스, 그래픽 | 챗GPT, 더스쿠프]
두 사람의 연대는 과연 어떻게 발전할까. 밀레이식 표현을 차용해 다소 과장을 섞어 얘기하면, 밀레이와 틸의 연대는 주종 관계로까지 발전할 여지가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2023년 12월 취임식에서 자신의 무정부주의 경제 철학인 '자유 기업 자본주의(Free enterprise capitalism)'를 소개하며 이렇게 연설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기업가들이여) 국가의 개입에 굴복하지 마라. 국가는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 그 자체다. 영웅은 당신들이다. 이 이야기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오늘부터 아르헨티나는 여러분의 든든하고 무조건적인 동맹국임을 확신하라. 자유여 영원하라, 젠장! (Long live freedom, dammit!)."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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