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에서 ASML·삼성까지…스키폴공항 16조 쏟아 '대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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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하를레머르메이르에 있는 스키폴국제공항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는 세계 최대 화훼 경매장인 '로열 플로라홀란드 알스메이르'가 있다. 화훼류를 실어 나르며 성장한 스키폴은 이제 ASML 반도체 장비를 비롯한 네덜란드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세계시장과 연결하는 관문이 됐다.
━공항 운영 기술 급발전...스키폴공항 등 글로벌 공항 '리뉴얼' 속도전━공항의 역할은 커졌지만 낡은 기반시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시작했다.
스키폴은 별도의 신공항을 건설하는 대신 현재 부지를 정비하고 필요한 공간을 추가하는 방안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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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스키폴을 이용한 여객은 6880만명으로 전년보다 2.9% 늘었다. 국제선 여객 기준으로는 두바이와 런던 히스로, 인천, 싱가포르 창이에 이어 세계 5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항공화물 처리량은 143만t(톤)에 달했다. 반도체 장비와 화훼류, 의약품 등 신속한 운송이 필요한 제품이 이 물류망을 이용한다. 네덜란드 인프라수자원관리부(한국의 국토교통부에 해당)의 2019년 내놓은 보고서에는 ASML 제품을 항공으로 수출되는 고가 화물의 사례로 꼽았다.
'슈퍼 을(乙)'로 불리는 ASML은 초미세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급한다. 차세대 High-NA EUV는 업계 추산 대당 가격이 약 5000억~6000억원에 이른다. 규모가 건물 2층 규모에 달하는 만큼 여러 개의 대형 화물로 나눠 운송해야 한다.
AI(인공지능) 기반 보안검색과 수하물 처리, 생체인식 등 공항 운영 기술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오래된 건물에 새로운 장비와 시스템을 계속 설치하는 데는 물리적인 제약이 따른다. 부지 면적도 약 2787만㎡로 인천공항 5600만㎡의 절반 수준이어서 외곽 확장이 여의치 않다.
스키폴은 별도의 신공항을 건설하는 대신 현재 부지를 정비하고 필요한 공간을 추가하는 방안을 택했다. 1출국장은 2021년 개보수를 마치면서 5000㎡ 규모의 중층 공간과 보안검색대 21개를 확보했다. 1라운지도 1만9000㎡에서 2만4000㎡로 넓어졌다.
현재 가장 큰 사업은 A탑승동 건설이다. 올해 12월 공사를 마친 뒤 시험 운영을 거쳐 2027년 4월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이후 2032년까지 B·C·D·H·M탑승동을 차례로 개보수한다는 구상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적기에 이뤄진 인프라 확충과 항공 네트워크 확대를 1위 달성의 배경으로 들었다. 총 4차례의 건설사업을 거쳐 연간 여객 수용 능력을 1억600만명까지 늘렸다. 다만 이번 순위에는 중동 정세 변화로 두바이공항의 환승 기능이 약해진 영향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
제1여객터미널은 개항 25년을 맞아 노후 설비와 여객 동선을 단계적으로 고치는 리모델링이 추진되고 있다. 2033년 이용객은 현재 수용 능력보다 500만명 많은 1억1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스키폴처럼 터미널 개보수만으로는 장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항공업계에서는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제3여객터미널과 제5활주로를 포함한 5단계 확장이 필요하다고 본다. 구상부터 완공까지 8∼10년이 걸리기 때문이 사전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아직 확정하지 않은 5단계 사업의 추진 여부는 '제7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하를레머르메이르(네덜란드)=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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