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AI시대의 애증' 美데이터센터 가보니…심장부까지 5중 철옹성

권영전 2026. 9. 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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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데이터센터 전쟁 중이다.

5중 구조를 채택한 에퀴닉스 데이터센터의 보안은 삼엄하다는 말로 표현하기에 부족할 정도였다.

그는 건물 외부에 아무런 간판을 달지 않는 것도 보안 때문이라면서 "25년 전 '야후' 시절에는 데이터센터에 회사 로고가 걸려 있었지만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인근에서 데이터센터와 관련한 반발이 없었는지 묻자 에퀴닉스 관계자는 시설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디젤 발전기는 방음을 철저히 해 지난 20여년간 민원이 한 건도 없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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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실 들어서자 냉각용 서늘한 공기에 헬기 엔진 같은 굉음
수천가닥 광케이블 연결 불빛 '깜박'…최첨단 시설도 '숫자 13' 기피
60㎿ 시설이 축구장 8개 면적…GW급은 주민에겐 당연히 '뜨거운 감자'
에퀴닉스 'SV11' 데이터센터 [에퀴닉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새너제이=연합뉴스) 권영전 특파원 = 미국은 지금 데이터센터 전쟁 중이다. 이른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정도로 전력을 많이 소비하고 소음 관련한 반발도 거센 탓에 중간선거 쟁점으로까지 부상할 정도다.

그런데도 미 전역에서는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겠다는 신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인해 수요가 말 그대로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색 콘크리트 건물 속에 무엇이 있길래 이처럼 애증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 의문을 풀고자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있는 에퀴닉스의 실리콘밸리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1일(현지시간) 찾았다.

에퀴닉스의 데이터센터 캠퍼스에 도착하자마자 들었던 느낌은 황망함이었다. 제공받은 주소로 찾아갔는데 어디에도 '에퀴닉스'라는 간판이나 작은 로고도 찾을 수 없었다. 맞게 찾아온 것인지 불안해질 때쯤 다행히 관계자를 만났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 시설 내부로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5중 구조를 채택한 에퀴닉스 데이터센터의 보안은 삼엄하다는 말로 표현하기에 부족할 정도였다.

우선 새 고객이나 방문자는 사전에 등록해야 하고, 방문시 신분증을 대조해 임시 배지를 받아야 했다.

배지를 받은 이후 회의실 등이 있는 사무공간으로 들어가려면 '피플 트랩'(People Trap)이라 불리는 2중 문을 통과해야 했다.

두 개의 문을 연이어 통과해야 하는데, 이들 두 문은 동시에 열리지 않는 구조다. 따라서 배지를 찍고 지문을 인식해 첫 번째 문을 열고 들어간 다음, 그 문이 닫히기를 기다려 다시 배지를 찍고 지문을 인식해야 두 번째 문을 열 수 있었다.

여기서 서버가 있는 '진짜 데이터센터' 내부로 들어가려면 배지를 찍고 지문을 인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어 실제 데이터센터 기기를 조작하려면 그물 모양의 철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왜 이처럼 엄격한 보안을 유지하느냐는 질문에 빌 스트롱 운영담당 수석부사장(SVP)은 데이터센터에 고객사 핵심 정보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건물 외부에 아무런 간판을 달지 않는 것도 보안 때문이라면서 "25년 전 '야후' 시절에는 데이터센터에 회사 로고가 걸려 있었지만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에퀴닉스는 데이터센터 내부의 무단 촬영도 보안 때문에 금지돼 있다고 덧붙였다.

에퀴닉스 데이터센터 내부 모습 [에퀴닉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에퀴닉스 데이터센터 서버 [에퀴닉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유리문을 열고 가동 중인 'SV10'(실리콘밸리 10동) 서버실에 들어서자마자 하늘을 나는 비행기 내부와 비슷한 수준의 백색소음이 갑자기 귀를 때렸다. 동시에 갑자기 차가워진 공기에 몸을 움츠리게 됐다.

서버실은 성인 두 사람이 마주 지나칠 수 있을 정도의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양옆으로 캐비닛 크기의 검은색·회색의 서버 전자장치가 있는 철문의 연속이었다.

천장에는 노란색 트레이가 지나가고 있었고 거기서 나온 노란색과 민트색 케이블 수백∼수천 가닥이 복잡하지만 정연하게 철문 속 서버의 소켓으로 연결된 것이 보였다. 연결 부위에서는 빨간색과 녹색 불빛이 깜박거렸다.

스트롱 부사장은 이들 케이블이 데이터를 전송하는 광케이블이며, 노란색 트레이는 광케이블이 지나가는 통로라고 설명했다.

그의 안내를 따라 서버실 가장자리로 이동하자 처음 들어올 때 느꼈던 소음과 추위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가장자리에 있는 공랭식(空冷式) 냉각장치가 서버실 전체로 찬 공기를 공급하고 있었다. 마치 헬기 엔진을 돌리는 듯한 굉음이 들려 대화가 어려울 정도였다.

공랭식을 채택한 이 데이터센터의 내부 온도는 화씨 66∼74도(섭씨 19∼23도)인데, 몹시 추운 수준은 아니었지만 외부와 비교하면 다소 쌀쌀한 수준이었다.

스트롱 부사장은 "과거에는 서버실에 들어오려면 파카를 입고 비니를 써야 할 정도로 춥게 만들었지만, 지금은 에너지 효율 등을 고려해 이 정도 온도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에퀴닉스 데이터센터 냉각수 공급·환수관 [에퀴닉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서 둘러본 'SV11' 서버실은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공기도 어느 정도 훈훈한 수준이었다.

바람으로 연산 열을 식히는 SV10과 달리 SV11은 관을 통해 찬물을 주입해 발열을 잡는 수랭식(水冷式)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SV11 서버실 내부에는 '냉각수 공급'과 '냉각수 환수'라고 적힌 은색 파이프가 촘촘히 배치돼 있었고, 이들 파이프는 옥상까지 연결돼 있었다.

옥상에서 주변 지역을 살펴보니 바로 길 건너에 주택과 아파트 등 주거 시설이 눈에 띄었다.

인근에서 데이터센터와 관련한 반발이 없었는지 묻자 에퀴닉스 관계자는 시설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디젤 발전기는 방음을 철저히 해 지난 20여년간 민원이 한 건도 없었다고 답했다.

에퀴닉스는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디젤 외에 태양광 발전도 도입했다. 일부 시설은 옥상 전체를 태양광 패널로 모두 덮기도 했다.

그러나 스트롱 부사장은 "태양광 패널에서 생산하는 전력은 불과 0.5㎿에 불과하다"며 서버실 하나의 소비 전력인 16㎿의 극히 일부만을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에퀴닉스 데이터센터 옥상의 태양광 패널 [에퀴닉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I를 구동하는 최첨단 기술의 성지 데이터센터가 인류의 오랜 미신을 극복하지 못한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에퀴닉스 데이터센터는 지역명 뒤에 순서에 맞는 동 번호를 붙인 이름으로 불리는데, 에퀴닉스가 전 세계에 보유한 280곳 이상의 데이터센터 가운데 숫자 '13'이 붙은 시설은 없다고 스트롱 부사장은 소개했다. 서구권 고객이 13을 불길하게 여긴 탓이라고 한다.

이날 방문한 캠퍼스는 15㎿ 안팎의 데이터센터 4개 동이 밀집해 총 규모가 60㎿였다. 모두 합해 축구장 7∼8개에 맞먹는 면적인데도 전력 규모는 생각보다 크게 작았다.

수 GW(기가와트)에 달하는 거대 기술기업의 데이터센터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라는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초거대 데이터센터가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가 일견 이해가 됐다.

에퀴닉스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 디지털 인프라 기업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 주요 클라우드 기업이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이용 권한만 제공하는 것과 달리 에퀴닉스는 고객을 대신해 데이터센터 시설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마치 아파트 임대업자처럼 전력·냉각·보안·네트워크 등을 제공하고, 세입자가 각자 원하는 가전과 가구를 들여오듯 고객이 원하는 칩과 원하는 장비로 고객 소유의 서버를 구축하는 식이다.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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