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시장 전망치는 좋은데…명절특수 앞 “IMF 때보다 힘들다”는 전통시장 [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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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대목은 이제 옛말이에요. 나라에서나 기대하는 거죠."
점주 박모씨(68)는 "저녁에 쿠팡으로 주문하면 새벽에 오는데 굳이 청과시장까지 오겠느냐"며 "이달 중순 본격적인 추석 대목이 시작되면 잠시 수혈은 되겠지만 예전 같은 특수는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추석을 앞두고 전통시장 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반재선 서울특별시상점가·전통시장연합회 명예이사장도 "추석 특수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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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줄고 재고 적체 …“명절 반전 기대 없어”
청과시장 “추석 대목에도 20년 전 매출 절반”
“네시간 동안 개시도 못했다…재고만 쌓여”

[헤럴드경제=홍석희·김서현 기자] “추석 대목은 이제 옛말이에요. 나라에서나 기대하는 거죠.”
지난 1일, 서울 영등포 중앙시장의 한 의류잡화점. 일찍 문을 열었지만 네 시간 넘게 첫 손님을 받지 못했다. 점주 이모씨는 “지금 시장에서는 IMF 때보다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추석이라고 전통시장에 와서 선물 사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이날 공개한 ‘2026년 8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조사’에 따르면 9월 소상공인 전망 경기실사지수(BSI)는 95.1로 전월 전망치보다 24.1포인트 올랐다. 전통시장 전망 BSI도 38.5포인트 급등한 105.0을 기록했다. 두 지수 모두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통시장 전망 BSI는 2023년 9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선인 100을 넘었다. ‘추석 효과’ 기대가 지표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실제 상인들의 기대감은 지표와 달랐다. 의류잡화점엔 재고가 모든 벽면을 두 겹씩 채우고도 매대 위에 100여개 더 쌓여 있었다. 이씨는 “거래처와 관계에선 우리가 ‘을’이니 매달 물건은 계속 들여와야 하는데 팔리지 않아 재고만 쌓인다”며 “추석에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구점 점주 윤모씨도 “저출산으로 소비 부진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재고 부담이 커져 추석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명절 특수가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한 상회 주인은 전날부터 추석 선물용 술을 가판대에 내놨지만 “아직 사간 사람이 없다”며 “추석 대목이라는 게 백화점·대형마트 선물세트 이야기 아니냐”고 했다. 정육점 한 곳은 2년 전부터 가게 앞 냉장 매대까지 비워두고 지인과 기존 거래처를 중심으로 영업하고 있다. 점주는 “추석이라고 해도 유동인구가 없으니 특별히 기대하는 것은 없다”고 했다.

명절 대목을 대표하는 청과시장조차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영등포 청과시장에선 9월을 맞아 점포마다 차례·선물용 과일세트를 가게 밖에 진열하기 시작했다. 약 100개 점포가 밀집한 시장에선 과일 상자를 옮기는 상인들만 분주할 뿐 물건을 사려고 발길을 멈추는 손님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점주 박모씨(68)는 “저녁에 쿠팡으로 주문하면 새벽에 오는데 굳이 청과시장까지 오겠느냐”며 “이달 중순 본격적인 추석 대목이 시작되면 잠시 수혈은 되겠지만 예전 같은 특수는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32년째 이곳에서 장사한 한 상인은 추석 대목 2주 동안 500만원가량의 매출을 기대하면서도 ‘20년 전 최전성기의 반토막’이라고 했다. 그는 “점포 수도 지금 두배였고 사람들이 지나가다 5만원어치씩 턱턱 사갔다”고 회상했다. 딸에게 점포를 넘기려 했지만 딸도 청과업 전망이 어둡다며 거절해 1~2년 안에 점포를 정리할 계획이다.
상인들은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명절에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여력이 줄었다고 봤다. 한 점주는 “밥은 먹어야 살지만 과일은 안 먹어도 살지 않느냐”며 “인근 일용직 노동자들도 건설경기 침체로 일을 못 구하는데 추석이라고 과일을 어떻게 사 먹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점주도 “상인회에 모이면 ‘대출이나 부동산 규제가 심해 대목에조차 돈이 돌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시장 경쟁력 자체가 약해진 점도 한몫했다. 청과시장 한 점주는 “상인의 90% 이상이 70~80대가 되면서 적극적으로 장사하기 어려워졌고, 찾아오던 단골들도 함께 나이가 들면서 시장을 찾는 발길부터 줄었다”고 말했다. 중앙시장은 최근 ‘뉴트로’ 열풍으로 일부 야외 식당가에 젊은 층이 많이 찾고 있지만, 비식당 점포들은 여전히 고령층 중심 장사 방식과 품목에 머물러 있어 이런 유입을 매출로 연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상인은 “추석에도 젊은이들이 많이 오겠지만 식당 말고 다른 데서 물건을 사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정부도 추석을 앞두고 전통시장 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이날 전통시장 소비를 늘리기 위해 오는 16~20일 농축수산물 구매액의 약 3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하고,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추가 구매분의 할인율을 기존 7%에서 10%로 높이는 등 추석 소비 진작책을 내놨다.
현장에서는 한시적 개선은 기대된다면서도 다소 부족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상인은 “온누리상품권 할인율도 원래 10%였는데 3월부터 7%로 낮아진 거라 체감이 크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상인은 “지역화폐처럼 소비자에게 직접 쓸 돈이 지급되면 매출이 20% 안팎 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지원이 없어 아쉽다”며 “그런 행사라도 있어야 사람들이 겨우 전통시장을 찾는다”고 전했다.
중기부 수장 인선이 늦어진 데 대한 아쉬움도 나왔다. 이소영 중기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지명돼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또 다른 상인은 “추석 소비를 살리려면 한 달 전부터 정책을 힘 있게 밀어야 하는데 이제야 장관 후보자가 정해진 단계”라며 “당장 이번 추석에 얼마나 달라질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반재선 서울특별시상점가·전통시장연합회 명예이사장도 “추석 특수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온라인·배송 소비가 굳어진 데다 손님이 줄자 상인들이 일찍 문을 닫고, 소비자들은 다시 마트나 온라인으로 향하면서 시장을 찾는 발길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 이사장은 “이런 소비·영업 구조가 굳어진 상황에서 추석이라고 갑자기 시장이 살아나기는 어렵다”고 봤다.
추석 특수를 되살리려면 단기 지원을 넘어 시장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반 이사장은 “정부가 상품권 정책을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주요 고객인 고령층은 모바일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며 “달라진 소비 방식에 맞춰 상인들의 판매 품목과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인들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하는데 관련 프로그램도 없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20.05(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0.2%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지난해보다 2.6% 하락했다. 출하량 증가와 정부 할인 행사 등 영향 덕분에 다소 진정세로 전환된 것으로 해석된다. 가공식품은 출고가 인상 등이 반영되며 1.5% 올라 전월보다 상승폭이 0.5%포인트 확대됐다. 석유류는 14.2% 올라 전월(15.5%)보다 상승폭이 소폭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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