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클라우드 잇는 ‘허브 공항’...“AI시대, 데이터센터 승부처는 ‘연결’”

1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있는 에퀴닉스 데이터센터 ‘SV10’. 출입증과 신분증, 지문 확인 등 5단계의 철저한 보안 관문을 거쳐 안으로 들어가니, 검은색 서버 랙과 스위치, 라우터가 빼곡하게 늘어서 있었다. 천장 위로는 수많은 광섬유 케이블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촘촘하게 지나갔다.
이 케이블들은 건물 안의 고객사와 통신사·클라우드 사업자를 잇고, 인근 다른 데이터센터와 외부 네트워크로도 연결된다. 일종의 ‘데이터의 길’인 셈이다. 실제 이 일대에는 에퀴닉스 데이터센터 10여 개가 밀집해 있다. 빌 스트롱은 “이곳은 거대한 ‘허브 공항’”이라며 “우리 시설 중 한 곳에 들어오기만 하면, 다른 어디든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에퀴닉스는 데이터센터 운영과 기업·클라우드 간 연결을 주력으로 하는 글로벌 디지털 인프라 기업이다. SV10은 최대 18M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비교적 소규모 데이터센터로 규모는 작지만 대신 인근 데이터센터와 통신사·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에는 기업의 데이터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연산 인프라, 클라우드 등이 서로 다른 곳에 분산돼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에퀴닉스처럼 빠르고 안정적으로 연결해 데이터 이동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AI 서비스의 속도와 운영 효율을 높이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작지만 촘촘하게 연결… ‘데이터 허브’ 경쟁력
에퀴닉스는 소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한다. 대신 수십 개의 고객사가 한 데이터센터 안에 입주해 있다. 에퀴닉스 관계자는 “SV10과 같은 건물엔 통상 50~75개 고객사가 입주해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는 1만개 이상의 고객사가 있다”고 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는 수백MW에서 GW(기가와트)급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한 대형 고객이 건물 전체나 대규모 전력 용량을 사실상 전용으로 쓰는 것과 대조적이다.
핵심 경쟁력은 ‘연결성’이다. 고객 기업이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를 가져오면 에퀴닉스는 건물과 보안, 전기, 냉각, 네트워크 연결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한 데이터센터 안에서는 은행의 서버를 AWS 같은 클라우드 사업자와 직접 연결하고, 밖으로는 인근 다른 AT&T 같은 통신사의 백본망, 다른 지역의 기업 서버로 이어준다.
AI 확산으로 필요한 컴퓨팅 자원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이런 분산형 인프라의 중요성도 더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민감한 데이터는 자체 서버에 남겨두면서, GPU 연산은 외부 전문 인프라를 활용하고, 기존 서비스는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또 특정 사업자에 대한 의존을 낮추기 위해 여러 클라우드에 업무를 분산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서로 다른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연결해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고, 이동에 드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최대 병목은 전력과 지역갈등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의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에퀴닉스 관계자는 “AI 붐 이후 데이터센터 수용 능력에 대한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했다. 에퀴닉스가 올해 처음으로 이날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호라이즌(Horizon)’ 행사를 열고 AI 인프라와 연결성, 데이터센터 운영 등을 주요 의제로 다룬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AI 인프라 확장의 걸림돌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에너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2024년 약 415TWh(테라와트시)에서 2030년 약 945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2030년까지 늘어나는 전력 수요의 절반 가까이를 데이터센터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에서 만난 에퀴닉스 관계자도 “결국 파워와 전력을 확보한 부지 확보가 가장 큰 병목”이라고 했다.
지역사회와의 갈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고, 비상 발전기와 냉각 설비에서 소음과 배기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곳곳에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3월 갤럽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71%가 자신이 사는 지역의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에 기업들은 발전기와 냉각 설비에 차음·소음 저감 장치를 적용하는 한편 전력망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료전지와 가스 발전, 배터리 등을 활용한 자체 발전과 마이크로그리드 도입도 늘리고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유니콘 기업 ‘뤼튼’...상장 준비 착수
- 송영길, 용혜인 겨냥 “2030 벼락출세, 그동안 성공적이지 않았다”
- 李대통령 “지금은 전 정권이 만든 성장 보릿고개… 복지 확대보다 파이 키울 때”
- 김민종, MC몽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혐의 고소
- 개혁신당 천하람, ‘피습 자작극’ 정이한 공천 사과
- 사우디 원유 200만 배럴 실은 한국 선사의 초대형 유조선, 호르무즈서 공격 받아
- 코스피, 美 국채 금리와 국제 유가 급등에 3% 하락 출발
- 금감원·이화여대, 기후금융 국제 콘퍼런스…저탄소 전환 방안 논의
- 한때 1000억 달러 ‘초저가 신화’… 미지근한 홍콩 상장서 몸값 70% 싹둑
- 흔들리는 글로벌 안전자산...美 채권 금리 급등에 장기채 ETF도 줄줄이 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