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북한 협력으로 진화한 러시아 자폭 드론, 우크라 요격망 교란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2026. 9. 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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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크라이나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악몽 같은 굉음이 계속되고 있다.

'오토바이 굉음' 드론의 진화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샤히드-136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뒤집혔다.

러시아의 자폭 드론 공격 빈도가 늘어나자 우크라이나가 처음 도입한 대응 전술은 '기동방공단'이었다.

중국제 터보엔진 달고 2배 빨라져올해 상반기까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제트 자폭 드론을 그리 큰 위협으로 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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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배치 시 서울까지 15분… 무인기 안보 공백 우려
우크라이나군의 요격 드론 ‘스팅’ 카메라에 요격 직전 포착된 러시아군의 로켓 엔진 드론 ‘게란-4’. 와일드호넷 홈페이지 캡처
최근 우크라이나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악몽 같은 굉음이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가 사용하는 이란제 장거리 자폭 드론 샤히드가 접근할 때 들리는 비행 소음이다. 우크라이나 방공부대는 2022년 9월 13일(이하 현지 시간) 동부전선에서 러시아군이 쏜 샤히드-136을 처음 격추했다. 러시아가 기존에 쓰던 모델과는 외형이 확연히 달랐고, 조악한 상용 부품으로 채워진 드론이었다. 당시 전장에서 샤히드를 처음 목격한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은 "오토바이처럼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날아다녔다"고 증언했다. 당시만 해도 별것 아닌 줄 알았던 샤히드가 자국민을 4년 동안 괴롭히는 심각한 위협이 될 줄은 그들도 몰랐을 것이다. 

샤히드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대량 사용되기 전에도 중동 각지에서 조금씩 쓰였다. 이란은 예멘 후티 반군과 이라크·시리아의 친이란 민병대에 샤히드-136을 제공했다. 이들은 샤히드-136을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정부군,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데 썼지만 큰 전과를 내지는 못했다. 애초에 사용 빈도가 낮았고 쏘는 족족 격추됐기 때문이다. 이때만 해도 샤히드-136은 레이더에 잘 걸리는 데다, 느리고 위력도 약해 산발적 테러에나 쓸 법한 무기로 여겨졌다. 

‘오토바이 굉음' 드론의 진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샤히드-136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뒤집혔다. 장거리 정밀유도무기 재고가 급감한 러시아는 발당 20억 원이 넘는 순항미사일 대신 샤히드-136을 적극 사용하고 있다. 이란제 드론 가격은 비싸도 20만 달러(약 2억8000만 원) 정도고, 러시아가 이란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자체 생산한 '게란-2' 드론 가격은 5만 달러(약 7000만 원)까지 내려갔다. 러시아는 2022년 이란에서 샤히드-136 2500대를 직도입해 효과를 보자 국내 공장을 세우고 '게란-2'라는 이름으로 대량생산에 나섰다. 샤히드-136의 전과에 주목한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도 '루카스(LUCAS)'라는 유사품을 대량생산하고 있을 정도다.

샤히드-136 같은 장거리 자폭 드론이 널리 쓰이는 핵심 이유는 투박한 구조에서 비롯되는 높은 '가성비' 때문이다. 샤히드-136 엔진은 이란이 독일제 항공기용 피스톤 엔진을 불법 복제해 만든 것이다. 50마력을 내는 이 엔진은 암시장에서 4000달러(약 550만 원)에 거래될 정도로 저렴하다. 샤히드-136과 비슷한 체급인 RQ-7 정찰 드론에 쓰이는 38마력짜리 군용 드론 엔진은 가격이 3만~5만 달러(약 4100만∼6900만 원)에 이른다.

당초 러시아 수출용 샤히드-136에 탑재된 위성항법장치, 통신 안테나, 비행 제어 장치는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밀수한 상용 부품이었다. 서방 제재와 수출 통제가 심해지자 이 부품들은 더 저렴한 중국산으로 대체됐다. 

러시아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 옐라부가 드론 공장 내부. 러시아군 선전매체 ‘즈베즈다’ 캡처

러시아 드론 생산량 월 5500대

저렴한 부품, 단순한 구조를 지닌 무기는 대량생산하기에 좋다. 미국 싱크탱크인 미국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는 매달 게란-2를 2700~3000대씩 생산하고 있다. 미끼용으로 쓰는 깡통 사양 드론도 2300~2500대씩 만든다. 생산량을 모두 작전에 쓴다고 가정하면 하루 평균 180대씩 날릴 수 있는 양이다. 러시아는 자국 드론 공장을 본격 가동한 2023년 하반기부터 드론 공습 규모를 키웠다. 이윽고 올해 3월 24일엔 900대 넘는 드론이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날아들기까지 했다.

러시아의 자폭 드론 공격 빈도가 늘어나자 우크라이나가 처음 도입한 대응 전술은 '기동방공단'이었다. 기관총 여러 정을 하나로 묶은 뒤 픽업트럭에 올린 무기를 주력으로 삼았다. 서방의 정보 지원 덕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언제 어디서 드론을 쏠지 파악하고 있었고 예상 경로에서 대기하다가 격추할 수 있었다. 이 방식은 처음에는 매우 효과적이었지만 드론 물량이 늘어나자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기관총 유효 사거리가 1~2㎞로 매우 짧은 데다, 대공 무기를 실을 차량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드론 공습이 매일 반복되면서 방공 부대원들의 피로도 극심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요격 드론 '스팅'은 우크라이나의 드론 방어 전술을 완전히 바꿨다. 스팅은 최대사거리 25㎞, 속력 343㎞/h로 샤히드 계열 드론을 쉽게 사냥할 수 있다. 대당 2100달러(약 290만 원) 정도에 대량생산할 수 있어 출시 첫해인 2024년 매달 수천 대씩 출고됐다. 올해 3월에는 월 생산량이 1만 대를 넘어섰다. 초창기 스팅은 조종수가 화면을 보면서 직접 조종하는 방식이었다. 지난해부터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탑재해 성능이 대폭 업그레이드됐다. 사람이 표적과 고도만 지정해주면 드론이 카메라로 표적을 자동 추적해 충돌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우크라이나에선 스팅과 유사한 저가형 요격 드론이 계속 개발돼 기동방공단의 새로운 주력 무기로 자리 잡았다.

우크라이나의 스텝이 꼬인 것은 여름부터다. 드론과 미사일을 섞어 쏘던 러시아는 7월부터 드론 투발 물량을 줄이고 탄도미사일 비중을 높이기 시작했다. 이어서 8월 들어선 제트 엔진을 장착한 고속 자폭 드론 비중이 늘어났다. 러시아는 지난해 초 제트 자폭 드론을 실전에 투입했으나 한 해 동안 약 180대에 그쳤다. 그런데 올해 들어 그 수가 늘어 6월 초까지 1400대의 제트 자폭 드론을 쐈다.

중국제 터보엔진 달고 2배 빨라져

올해 상반기까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제트 자폭 드론을 그리 큰 위협으로 보지 않았다. 실제 성능이 러시아가 공표한 제원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처음 투입한 제트 자폭 드론은 샤히드-238을 기반으로 만든 '게란-3'였다. 이란제 톨루-10 터보제트 엔진을 쓴 게란-3는 500~600㎞/h 속도를 낼 수 있지만, 중국산 엔진을 탑재한 경우 최대속도가 370㎞/h로 줄어든다. 우크라이나의 스팅 드론으로 잡을 수 있는 속도다.

문제는 최근 러시아가 게란-3를 업그레이드한 '게란-4'를 주력으로 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DIU)은 "러시아가 7월 게란-3 생산을 중단하고 게란-4 대량생산에 나섰다"고 밝혔다. "러시아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 옐라부가에 있는 게란-2·3 생산 라인이 8월 게란-4용으로 전환됐고, 여기서 매달 3000대 양산을 목표로 생산이 본격화됐다"는 게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게란-3처럼 게란-4도 중국이 핵심 부품을 공급한 덕에 대량생산이 가능했다. 게란-4에 탑재된 중국제 터보제트 엔진은 전작에 비해 2배 이상 추력을 낼 수 있다. 그 덕에 게란-4 순항속도는 500㎞/h까지 빨라졌다. 게란-4 사거리는 50㎏ 탄두를 실었을 때 850㎞, 90㎏ 탄두 탑재 시 450㎞다. 게다가 전자광학 유도장치를 추가해 종말 단계에서 높은 명중률을 확보했다. 가격은 게란-2보다 4배 비싼 20만 달러까지 높아졌지만 Kh-101이나 칼리브르 순항미사일이 130만~150만 달러(약 18억∼20억8000만 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가성비가 좋다. 러시아가 신형 제트 드론을 점차 많이 발사함에 따라 최근 우크라이나의 평균 드론 격추율은 70%대까지 낮아졌다. 

러시아의 드론 성능 강화는 우크라이나에만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옐라부가 공장의 게란-4·5 대량생산이 북한의 협력 하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은 지난해 11월 옐라부가 공장 증설 과정에 북한 노동자 1만2000명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해당 공장에 노동자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가 건설됐는데 이곳에 북한 인력이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옐라부가 공장을 증설하던 시점에 북한이 평안북도 구성비행장 일대에 공장과 지원 시설을 신축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최악의 경우 게란-4 같은 고속 드론이 북한에서 대량생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상황이 악화됐음에도 우크라이나가 그나마 70% 넘는 격추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넓은 영토가 완충지대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는 그런 완충지대가 없다. 휴전선에서 서울까지 고작 40㎞ 남짓이다. 순항속도가 500㎞/h 이상인 게란-4는 한국군 포병 사거리 밖인 황해북도 평산군이나 신계군에서 쏴도 서울 중심부까지 15분이면 당도한다. 국군은 2014년 청와대 무인기 사건과2022년 수도권 무인기 사건에 이어 최근 1군단 무인기 사건에 이르기까지 연거푸 저속 드론 대응에 허점을 노출했다. 북한이 게란-4 같은 고속 드론을 배치해 수도권을 노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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