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AI 경쟁의 명암…“고객을 잡느냐, 뺏기느냐”[경제밥도둑]

정유미 기자 2026. 9. 2.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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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 백화점, 초개인화·VIP·외국인 서비스 경쟁
대형마트, 신선식품·물류 혁신…AI 전방위 확산
AI ‘고객 맞춤’ 넘어 타사 가격비교 추천 ‘딜레마’
롯데백화점 제공

유통업체의 ‘쇼핑 비서’ 인공지능(AI)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백화점은 AI를 무기로 고객 맞춤형 상품은 물론 문화·예술·미식·여행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 서비스 등까지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대형마트는 신선식품 품질과 물류·재고 관리 등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AI가 똑똑해질수록 유통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소비자들이 일일이 앱을 열어 가격을 비교하고 상품을 골랐지만 지금은 AI가 특정 업체는 물론 다른 백화점·마트·아울렛·온라인몰 등과 한꺼번에 실시간 가격 등을 비교해 추천하고 있어서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빅3’ 백화점 “추천 넘어 쇼핑경험 차별화 전쟁”

롯데백화점은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 간 관계를 연결해 AI가 인간처럼 맥락을 이해하도록 하는 ‘데이터 온톨로지(데이터 지식지도)’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최근 4000여개 브랜드 데이터를 연결·분석하는 ‘브랜드 AI’를 구축했다. 브랜드별 성과와 고객 특성 등을 유사 브랜드와 비교해 상품 전략까지 짜고 있다. 2024년 사내 업무 매뉴얼 AI 챗봇을 시작으로 생성형 BI(Business Intelligence) 에이전트, 파트너사 전용 ‘AI 비즈센터’까지 AI 활용 범위도 넓히고 있다

또 고객을 위한 AI쇼핑 챗봇 ‘더스틴’은 매장·영업시간·할인 혜택뿐 아니라 쿠폰과 사은행사를 안내하고, AI 가상 피팅서비스 ‘셀핏’은 온라인에서 옷을 입어본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13개 언어 통역 서비스와 생성형 AI에서 “서울에서 쇼핑하기 좋은 곳”으로 자사가 노출되도록 하는 새로운 마케팅도 시작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초개인화’를 AI 전략으로 삼았다. 2017년 업계 최초로 AI 고객 분석 시스템 ‘S-마인드’를 도입해 약 500만명의 쇼핑 경험 2억건을 개인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온·오프라인 구매 이력뿐 아니라 구매 빈도, 객단가, 선호 장르, 주거래 점포, 요일별 구매 패턴 등을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과 2억건의 온·오프라인 쇼핑 데이터를 분석해 AI 기반 개인화 추천 시 객단가가 최대 46% 증가한다는 결과도 도출했다. 내년 초에는 ‘AI 세일즈 에이전트’를 도입해 백화점 앱을 열었을 때 한 명 한 명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화면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맞춤형 상품 추천’이 아니라 같은 백화점을 이용하지만 고객마다 전혀 다른 백화점을 경험하는 시대를 열겠다는 복안이다.

현대백화점은 AI 쇼핑 멘토 ‘헤이디(HEYDI)’를 앞세운다. 백화점과 아울렛의 팝업스토어와 맛집, 전시, 프로모션 등을 11개 언어로 지원하는데 지난해 6월 출시 후 누적 이용자는 약 180만명, 글로벌 이용자는 약 28만명이나 된다. 더현대 서울의 경우 헤이디 이용 고객 중 외국인 비중이 30%에 달한다. 직원용 AI 멘토 ‘하이’와 협력사원용 ‘파트너스 플러스’ 등 업무 영역에도 AI를 적용하고 있다.

이마트 상품 스캔 누락과 계산 오류를 실시간 감지하는 셀프계산대. 이마트제공
대형마트 “신선식품 품질·물류 관리하는 AI”

롯데마트는 2022년부터 AI 품질 선별 시스템을 도입해 수박·사과·참외 등 13종 과일의 당도뿐 아니라 수분 함량, 후숙도, 표면의 미세한 상처 등을 종합 분석하고 있다. 성과는 입증됐다. AI 선별 과일 매출이 2024년 100억원을 넘어 올 상반기 약 130억원을 기록했고 상품 불량률은 판매량 대비 0.01% 이내로 줄었다. 고객 불만 건수도 2025년 기준 2021년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물류에는 AI와 로봇을 결합했다. 부산 온라인 전용 자동 물류센터 ‘제타 스마트센터’의 경우 AI가 수요를 예측, 피킹·패킹·출하와 배송 노선 최적화로 고객 편의를 더했다. 8000종의 주류 데이터를 활용한 보틀벙커 ‘AI 소믈리에’는 고객이 시간·장소·상황(TPO)을 입력하면 와인을 추천하고 음성이나 라벨 이미지도 인식해준다. 도입 후 1년간 앱 이용자가 약 30%, 픽업 예약 건수는 약 40% 증가했다.

인공지능(AI) 선별기로 참외를 선별하는 모습. 롯데마트 제공

이마트는 고객 상담부터 상품개발, 물류, 재무까지 AI를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모든 점에 디지털 상담 플랫폼을 도입해 AI 챗봇을 통한 빠른 민원 처리 비율을 50% 이상 유지하고 있다. 스피드계산대에서는 상품 스캔 누락과 계산 오류를 AI가 실시간 감지한다. 신선식품 시세 예측과 상권 분석 등 바이어 업무에는 직원용 AI 에이전트를 활용하고 있다. 이마트는 앞으로 판매 데이터뿐 아니라 상품·상권·날씨 등을 AI로 분석해 수요예측과 발주, 재고관리 등 정확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SSG닷컴은 2019년 AI 전담 조직을 신설한 뒤 검색과 추천, 고객 서비스, 물류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올해는 AI능력을 한층 강화해 리뷰를 통한 신선도·이물질·해동 문제 등 위험 신호도까지 찾아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상담사 AI에이전트를 도입해 상담 소요시간을 10%가량 개선했다.

쓱닷컴 제공
갈수록 똑똑해지는 “AI의 딜레마”

유통업체들이 앞다퉈 AI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지만 남모를 고심도 커지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정확하게 추천해 단골 확보로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를 찾을 때 AI가 백화점·아울렛·온라인몰의 가격과 혜택, 배송비까지 실시간으로 비교해 최저가를 안내하면서 자사 플랫폼이 타사로 연결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어서다. 대형마트 역시 신선식품 품질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AI 가격비교로 온·오프라인 경쟁사에 고객을 빼앗길 부담을 안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핵심은 누가 AI 서비스를 더 많이 도입했느냐가 아닌 왜 고객이 특정 유통채널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있다”면서 “온·오프라인 채널의 경계가 희미해진 만큼 AI시대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제공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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