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옷장에 이 패턴 있나요”… 다시 뜬 겨울의 고전 ‘페어 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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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크리스마스 스웨터나 오래된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촌스러운 겨울옷으로 여겨졌던 패턴의 니트가 2026 F/W(가을·겨울) 컬렉션 전면에 등장했다.
알투자라는 크림색 페어 아일 스웨터에 화이트 셔츠와 브라운 테일러드 팬츠, 무통 코트를 겹쳐 전통적인 니트를 세련된 시티 룩으로 바꿨다.
장 폴 고티에는 한발 더 나아가 몸에 밀착되는 페어 아일 니트 보디슈트 위에 블랙 앤드 화이트 깅엄 체크 패턴을 겹쳐 보기만 해도 어지러울 만큼 과감한 패턴 믹스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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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작은 섬서 탄생한 니트
英왕세자-샤넬 거쳐 대표 클래식에
2026 F/W 런웨이서 입는 방식 변화… 보디슈트 등으로 영역 넓혀 재해석
한동안 크리스마스 스웨터나 오래된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촌스러운 겨울옷으로 여겨졌던 패턴의 니트가 2026 F/W(가을·겨울) 컬렉션 전면에 등장했다. 바로 정교한 기하학 문양이 색색의 띠를 이루며 반복되는 페어 아일(Fair Isle) 니트다. 한눈에 알아볼 만큼 친숙하고, 그래서 더는 새로울 게 없다고 여겨졌던 이 오랜 패턴을 디자이너들이 다시 꺼내 든 것이다.
● 작은 섬에서 온 뜨개질 기술
본래 페어 아일은 패턴 이름이 아니라 스코틀랜드 북쪽, 오크니와 셰틀랜드 제도 사이에 자리한 작은 섬의 이름이다. 거센 바람과 차가운 바다에 둘러싸인 이 외딴섬에서 뜨개질은 옷을 만드는 기술인 동시에 중요한 생계 수단이었다. 섬 주민들이 양모로 뜬 포근한 니트 웨어는 일상복을 넘어 주요 교역품이었다. 이후 19세기 들어 오늘날의 페어 아일을 떠올리게 하는 다채로운 기하학 무늬가 발달하면서, 섬의 이름 자체가 자연스럽게 하나의 뜨개 스타일을 뜻하게 됐다.
이 손뜨개 니트가 세계적인 유행으로 번진 결정적 계기는 1921년에 만들어졌다. 훗날 에드워드 8세가 되는 당시 영국 왕세자가 골프장에서 페어 아일 스웨터를 입으면서 페어 아일이 영국 상류층이 즐기는 세련된 스포츠 웨어로 단숨에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샤넬의 창시자인 가브리엘 샤넬도 페어 아일을 비롯한 스코틀랜드 니트 웨어에 매료됐던 인물이다. 당시 스코틀랜드를 자주 찾았던 그는 페어 아일 니트를 즐겨 입었고, 현지에서 접한 니트와 뜨개 기법에서 받은 영감을 자신의 디자인에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이를 계기로 페어 아일은 투박한 니트 웨어라는 이미지를 벗고 일상복은 물론이고 하이 패션에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1970년대에는 복고 열풍을 타고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았고, 그 뒤로도 겨울이면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대표적 클래식 니트로 자리 잡았다.
● 2026 F/W서 ‘입는 방식’ 변주
한 세기 넘는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이 역사적 니트는 이번 시즌 다시 한 번 런웨이의 중심에 섰다. 이번 시즌 페어 아일의 변화는 무늬 자체보다는 입는 방식에서 나타났다.

반면 맥퀸은 어깨를 각지게 세운 크롭트 집업 카디건으로 페어 아일의 얌전한 인상을 단번에 뒤집었다. 여기에 지퍼와 슬릿 디테일을 더한 로 라이즈 가죽 팬츠를 매치해 거칠고 반항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페어 아일은 애초에 사람의 손끝에서 태어나 오랜 시간을 이어온 무늬다. 섬 주민들은 양모의 자연스러운 색과 여러 염색실을 조합해 저마다의 패턴을 만들어 냈고, 그렇게 이어져 온 무늬는 지금도 디자이너들의 손을 거치며 새로운 모습으로 변주되고 있다. 오래전 사두고 옷장 깊숙이 잠들어 있는 빈티지 스웨터가 있다면 이번 가을 다시 꺼내 입어도 좋겠다.
안미은 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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