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 고혈압]초기엔 증상도 없어 모르고 키우는 혈관 위험

차형석 기자 2026. 9. 2.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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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뇌혈관질환 근원 ‘고혈압’ 국내 20세 이상 환자 1300만명 추정
비만·스트레스로 20·30대 환자 늘지만 인지조차 못하는 경우 많아
생활습관 개선·약물치료 병행…‘엄격한 혈압 조절’ 사망위험 낮춰
▲ 정성윤 울산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 심장내과 전문의가 고혈압 관리 최선의 실천수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혈압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질환 중에 하나다. 국내 20세 이상 인구의 약 30%인 1300만명이 고혈압 환자로 추정되며, 최근에는 20~30대의 젊은 고혈압 환자 또한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고혈압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울산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 심장내과 정성윤 전문의와 함께 고혈압의 위험성과 치료 및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만 19세 이상 유병률 남 26%·여 17%

고혈압은 혈압이 수축기 140mmHg 이상, 이완기 90mmHg 이상인 상태다. 초기 증상 없이 서서히 혈관을 손상시켜 뇌질환, 심장질환, 콩팥병, 안질환, 혈관질환 등 여러 합병증을 유발하는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기도 한다. 질병관리청이 매년 집계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24년 19세 이상 중 고혈압을 진단받은 사람을 뜻하는 유병률은 남자 26.3%, 여자 17.7%로 전년 대비 각각 2.9%p, 1.2%p 증가했다. 국민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서구식 식습관 등으로 고혈압 유병자는 늘고 있으나 약 복용 등을 통해 혈압을 수축기 140mmHg 미만, 이완기 90mmHg 미만으로 유지하는 사람의 비율(조절률)은 2022~2024년 기간 54.7%에 그쳤다. 유병자 중 절반은 고혈압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이 질병으로 사망한다면 암 아니면 심뇌혈관 질환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계청의 공식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는 악성신생물(암)이고, 2위는 심장질환이며, 뇌혈관질환 역시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특히 단일 장기 기준으로 살펴본다면 심장질환이 사실상 사망원인 1위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심뇌혈관 질환의 위협은 우리 일상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치명적인 심뇌혈관 질환의 가장 강력한 근원이 바로 고혈압이라는 점이다.

정성윤 울산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 심장내과 전문의는 "고혈압은 뇌혈관 질환 발병에 대한 기여위험도가 35%로 모든 위험 인자 중 가장 높고, 심혈관 질환에 대해서도 21%로 흡연 다음으로 높은 기여위험도를 기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국민 질환'이자 2025 대한고혈압학회 팩트시트 기준으로 20세 이상 성인 유병자가 약 1300만명을 넘어선 현실은 고혈압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서구화된 식단과 비만, 만성 스트레스로 인해 20~30대 젊은 층의 유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자신이 고혈압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거나 치료를 미루는 젊은 환자의 조절률은 여전히 심각하게 취약한 실정이다.

정성윤 전문의는 "고혈압이 위험한 것은 혈압이 매우 높아지지 않는 한 특별한 전조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라며 "두통이나 어지럼증, 피로감 같은 일상적인 이상 신호조차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높은 압력은 우리 몸 구석구석을 잇는 혈관 내벽을 쉬지 않고 때리며 서서히 망가뜨린다"고 강조했다.

◇체중·소금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 필요

고혈압 치료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른데, 고혈압 초기(고혈압 전 단계 혹은 경증)라면 생활습관 개선으로 혈압을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체중관리, 식사요법, 규칙적인 운동, 금연과 금주, 스트레스 관리 등의 방법이 있다. 하지만 고혈압 환자 다수는 약물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약물을 복용하지 않아 높은 혈압이 지속된다면 혈관 벽이나 장기에 손상을 입을 수 있으며, 각종 고혈압 합병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이런 가운데 근래 들어 고혈압 진료와 치료에도 새로운 지침과 패러다임이 자리잡고 있다. 정 전문의는 "최근 수년간 글로벌 학계는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고위험군 환자에서 수축기 혈압을 130mmHg 미만으로 낮추는 적극적이고 엄격한 조절이 심혈관 합병증과 사망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또한 진료실에서만 일시적으로 긴장해 혈압이 오르는 백의고혈압과, 진료실에서는 정상이지만 일상생활에서 혈압이 치솟는 가면고혈압을 선별하기 위해 가정혈압과 24시간 활동혈압 등 '진료실 밖 혈압'을 진단과 치료의 중심축으로 세웠다"고 설명했다.

2026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의 핵심 내용과 관련 정 전문의는 "첫째로 '이완기단독고혈압(IDH)'을 독립된 질환 분류로 신설하며 20~30대 젊은층에 대한 강력한 경고등을 켰다는 점"이라며 "기존의 통상적인 고혈압 진단 기준인 수축기 14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90mmHg 이상이라는 틀은 유지하되, 수축기 혈압은 140mmHg 미만으로 정상이지만 아래 혈압인 이완기 혈압만 90mmHg 이상인 환자군을 명확히 구분했다"고 말했다.

또 △고위험군 환자의 목표혈압 130/80mmHg 미만으로 대폭 강화 △손가락에 착용하는 반지형 혈압계 등 '커프리스(Cuffless) 웨어러블 혈압계'를 임상 모니터링 수단 공식 도입 △약물 치료 및 중재 시술 전략 대폭 확장 △생활요법의 영역을 현대인의 생활방식에 맞춰 현실적이고 과학적으로 확장 등도 소개했다.

정 전문의는 "결국 고혈압 관리를 위한 최선의 실천 수칙은 '조기 측정'과 '생활 속 꾸준한 실천', 그리고 '전문의와의 적극적인 상담'으로 요약된다"며 "무엇보다 아침과 저녁으로 규칙적인 가정혈압을 측정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체중 관리, 규칙적인 신체 활동, 나트륨 섭취 줄이기, 균형 잡힌 식단, 좋은 생활 습관, 정기 검진을 6대 고혈압 예방 수칙으로 정했다. 구체적으로 체질량지수 25 이하, 허리둘레 남성 90㎝·여성 85㎝ 이하 유지 등을 체중 관리 기준으로 내놓았다. 또 일주일에 중강도 150분 이상, 고강도 75분 이상 유산소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