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다른 가족도 돌아오길"… 기적을 기도하는 네팔 사람들 [네팔 대홍수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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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수도 카트만두를 가로지르는 바그마티 강변에서 흰 연기가 뭉실뭉실 피어올랐다. 네팔 대홍수 이후 희생자들이 끝없이 밀려들면서 연기는 며칠 새 더욱 짙어졌다.
대홍수로 가족을 잃은 한 인도인은 "진작에 찾아와 기도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서 가족에게 비극이 닥친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울음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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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 사원서 장례 의식
신에게 어려움 극복 기도

네팔 수도 카트만두를 가로지르는 바그마티 강변에서 흰 연기가 뭉실뭉실 피어올랐다. 떠난 이를 성스러운 강물로 씻긴 뒤 화장해 다시 강물에 흘려보내는 힌두교 장례 의식이 치러지고 있었다. 네팔 대홍수 이후 희생자들이 끝없이 밀려들면서 연기는 며칠 새 더욱 짙어졌다.
대홍수 일주일째인 1일(현지시간) 한국일보가 찾아간 카트만두 동쪽 파슈파티나트 사원도 연기로 자욱했다. 화장로 12개 중 11곳에서 시신을 태우고 있었다. 곧이어 주황색 천으로 덮인 시신 한 구가 들것에 실려 왔고, 유족은 망자의 옷을 벗긴 뒤 강물로 정성스럽게 몸을 씻겼다. 장작이 화염을 내뿜으며 타들어 갔다. 영원한 작별이었다.
파슈파티나트 사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힌두교 성지로, '파괴와 재생의 신' 시바신을 섬기는 곳이다. 대홍수로 가족을 잃은 한 인도인은 "진작에 찾아와 기도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서 가족에게 비극이 닥친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울음을 삼켰다.

화요일인 이날은 힌두교에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치유의 힘'을 달라고 신에게 기도하는 날이다. '가족에게 번영과 평화를 가져다준다'는 가네샤 신을 모신 가네샤 사원도 신도들과 순례자로 붐볐다. 입구에만 100여 명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사원 경내에는 향을 피워 연기가 가득했다.
네팔인들은 합장을 하고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아이쇼 카르키(51)는 "홍수 이후로 어머니랑 일주일째 연락이 되지 않아 매일 힘들다"며 "조금이나마 슬픔을 덜게 해달라 기도했다"고 말했다. 디트리 타망(32)도 "홍수로 사촌동생이 숨졌는데 가족들이 다시는 이런 재난을 겪지 않도록 신께 빌었다"며 "그래도 산 사람은 계속 살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망자와 실종자 숫자가 불어나고 있다. 그러나 희망을 포기할 수는 없다. 거센 물살을 거슬러 살아남은 이들은 기적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트리부반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만난 시다르타 다망(40)은 홍수에 휩쓸린 지 48시간 만에 헬기로 구조됐다. 떠내려가던 도중 나뭇가지 등에 걸려 강변으로 밀려난 덕분에 겨우 목숨을 건졌다. 병원으로 이송된 뒤 의식을 잃었다가 하루 만에 깨어났다.
다망은 "정확히 어디서 구조됐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떠오르는 건 빠른 물살 속에서 얼굴로 돌덩이들이 계속 날아오던 모습뿐"이라고 설명했다. 그사이 아내와 자녀들은 '시신이라도 제발 좀 찾아 달라'며 인근 군부대를 돌아다녔다. 사흘 만에 가까스로 가족과 연락이 닿았을 때, 아내는 펑펑 우느라 제대로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다망의 몸은 성치 않다. 양팔 모두 깁스를 했고 머리엔 붕대가 감겨 있었다. 하지만 오른쪽 눈썹과 이마 등 얼굴 곳곳의 상처는 조금씩 아물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네팔을 덮친 아픔도 끝날 것이다.
다망은 "홍수가 발생한 라수와 지역 수력발전소에서 함께 일했던 삼촌과 처남, 매제, 사촌동생 등은 아직 생사를 모른다"며 "내가 살아남은 것처럼 다른 가족들도 어디선가 발견되기를 신에게 매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트만두= 남병진 기자 sou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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