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중·미·인도에 ‘기후 배상’ 공식 요구
시혜적 원조 아닌 의무 이행 문제”
당국, 추가 재난 발생 가능성 인정
히말라야산맥의 빙하 붕괴로 대규모 산사태·홍수 피해를 본 네팔이 중국·미국·인도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국가에 기후위기 피해 배상을 요구했다. 네팔 재무부는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 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의 공식 서한을 관련국에 발송했다.
시시르 카날 네팔 외교장관은 지난달 31일 네팔 칸티푸르TV 인터뷰에서 “선진국과 강대국의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의 피해를 온전히 네팔이 감당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카날 장관은 “탄소 배출량을 보면 중국·미국·인도 등 대국들과 산업화한 국가들이 기후변화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다. 네팔의 기여도는 제로에 가깝다”며 “하지만 그로 인한 가혹한 피해와 비용은 네팔 국민이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네팔은 이제 당당히 고개를 들고 국제무대에서 이 문제를 ‘시혜적 원조’의 문제가 아닌 ‘정당한 권리이자 의무 이행’의 문제로 접근할 것”이라며 “이는 선진국들의 당연한 의무이자 책무”라고 했다. 카날 장관은 다가오는 유엔 회의 등 국제 다자회의에서 강하게 이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카날 장관은 이번 재난의 이례적인 특성도 언급했다. 그는 “‘토네이도의 속도’와 ‘쓰나미의 높이’가 결합한 초대형 재앙으로, 어떤 이들은 ‘히말라야 쓰나미’라 부른다”며 “이런 재난은 네팔 국민의 기억에 존재하지 않는 규모의 재난”이라고 말했다.
대형 재난을 막기 위한 체계적인 접근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 무너진 빙하는 네팔어 이름조차 없는 무명의 빙하였다”며 “우리가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했거나 관심 밖에 있었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기후변화가 히말라야 빙하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수문 데이터 관측 수준을 넘어섰다”며 “히말라야 생태계 전체에 대한 종합적이고 광범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2차 홍수 등 추가 재난 가능성도 공식 인정했다. 카날 장관은 “상류 산악 지대 3곳에 대량의 물과 토사가 막혀 인공호수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곳의 물이 한꺼번에 터져 내리면 하류에 2차 대형 피해를 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카날 장관은 “사태 이후 중국 측은 매일 2~3회씩 상류 지역의 지형 데이터와 수위 정보, 위성 데이터를 실시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카날 장관은 “히말라야는 남아시아 전체 20억~25억 인구의 젖줄이자 문명의 집약지”라며 “히말라야 빙하가 녹아 없어지면 네팔뿐만 아니라 남아시아 전체의 수자원과 농업, 문명이 위협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팔·중국·인도 등 남아시아 국가들은 정치적 이견이 있더라도 ‘히말라야 생태계 보존과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공통 과제 앞에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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